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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시절의 추억. 25

두레박 우물

by 함문평

횡성 고향집 뒷마당에는 살구나무가 있었고 앞에 우물이 있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우물이 겨울에도 얼지 않고 여름에는 얼음물처럼 찼다.

물이 좋다고 자기 집 우물이 있어도 물동이를 이고 와서 우리 물을 떠가는 집도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새마을 운동 바람이 불었다.

일단 초가집 지붕을 스레트지붕으로 교체했다.

다음은 우물을 수동펌프로 교체했다.


웃기는 일은 물맛이 그냥 두레박으로 먹던 물보다 수동펌프로 개조하면서 맛이 변했다.


물량이 얕다고 인부들이 더 깊게 파고 파이프를 묻고 펌프를 설치했으나 여름에 시원한 정도도 이전만 못했다.


수동펌프로 물을 올리자면 처음 한 바가지 정도 물을 펌프 몸통에 넣고 손잡이로 열심히 상하운동을 해야 했다.


그것을 어머니는 마중물이라고 알려주 섰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물맛이 어떠냐? 하셨다.


솔직히 두레박 물이 더 시원하고 맛있었어요라고 대답했다. 어머니는 초등학교도 여자라고 못 마쳤지만 정말 뼈 있는 말을 하셨다.


여자 말이라고 무시하지 말고 살아야 한다. 뭐든지 쉽고 편한 깃만 찾다 보면 그 좋은 물맛을 버려야 한다라고 하셨다.


작년 광복절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여름 시원한 냉수 한 사발이 몇 만 원 팥빙수 보다 시연한 고향집 두레박 우물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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