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한 아내가 결혼정보회사에 등록하고 맞선을 봤다고 했다. J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대방역 근처 성애병원에서 수련 중인 의사였다. 6월 22일(토)에 대방역 건너 <VIPS>에서 상견례 약속을 잡았다. 오후 5시라 늦지 않으려고 개봉에서 12시 점심 먹고 바로 출발했다.
딸이 일어나서 소개를 했다. 현영경입니다. 이쪽은 아버지, 그 옆은 어머니, 제 옆은 남동생입니다. 남자가 일어나 인사를 했다. 선우영재입니다. 이쪽은 아버지, 그 옆은 어머니, 동생, 여동생입니다. 이 상견례는 의사 사위 맞이하려면 열쇠 3개 준비하라고 해서 깨졌다. 딸 결혼에 사위를 열쇠 3개로 사는 것은 작가의 품격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공식적인 자리니까 배미정이라고 소개했지 내 핸드폰에는 ‘크산티페’로 저장되었다. 악처로 소문난 크산티페로 저장한 것은 글을 읽다 보면 오죽하면 작가가 그러겠는가 공감할 것이다.
나는 15년 전에 이혼했다. 가정법원에서 이혼하더라도 딸, 아들 혼사에는 쇼윈도 부부로 앉기로 약속했다. 딸이 고3, 아들이 중2였다. 남부지방법원 가정법원 판사가 이혼을 판결하면서 이혼하면 누구와 같이 살고 싶으냐는 질문에 ‘엄마요’라고 대답했다. 판사는 막내아들이 20세가 되는 2024년 12월 31일까지 매월 130만 원씩을 양육비로 보내라고 했다. 뿌린 씨앗이니 양육비 보내는 것은 불만이 없다.
청춘을 군복에 흘려보내고 나이 50대 중반에 중령으로 진급 못 해 사회에 나왔다. 모르는 사람들은 소령으로 나왔으면 연금 250만 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미정(크산티페)이 그 연금을 사라지게 했다. 전후좌우, 연관성은 전혀 고려 없이 이혼하면 남자에게 양육비 월 130만 원을 보내라는 판사의 판결에 화가 났다. 재벌 2세처럼 돈이 많으면 월 130만 원 껌 값이지만, 크산티페가 나의 전역 1년 전에 연금기금 담보 대출을 5천만 원을 받아달라고 했다. 어디에 사용할 것이냐고 물어보지도 않고 대출을 받아 주었다. 그날은 그녀가 전방연대 관사에 와서 좋아하는 두루치기에 소주를 혼자 3병을 마셔도 잔소리를 안 했다. 돈 5천만 원의 위력이었다.
1년 후 전역하는 1주 전까지 5천만 원 대출금을 갚지 못했다. 5월 31일 전역했는데, 6월 10일에 퇴직연금 원금에서 5천을 공제하고 세금을 공제하고 3억 8천을 일시금으로 받았다. 그녀는 퇴직금 일시불을 일확천금을 노리는 ‘뉴 셀’라는 다단계사업에 털어 넣었다. 전역하면 점포 하나 개업해 1인 사장 만들어준다던 그녀의 약속은 물거품이 되었다.
이 나라는 언제부터 ‘남존여비’ 나라가 ‘여성상위’ 나라가 되었다. ‘장유유서가 물구나무선 나라’가 된 지 오래다. 다른 나라에 없는 여성가족부를뭐 ‘인구 특별선언 부총리’ 급으로 올린다고 한다.가정법원에서 이혼이 확정되었을 때, 딸은 그해 대학시험에 대학 경영학과에 합격했다. 등록을 포기했다. 횡성 부모님이 소를 두 마리만 팔면 해결될 것을 이혼한 아들의 자식에게 무슨 학비를 보내? 하는 아버지의 반대로 무산되고 외가에서는 부모가 이혼해 살기 힘든데, 돈 벌어야 무슨 학교냐고 하면서 입학금을 지원 안 했다. 그렇게 딸은 고졸 사회초년병이 되었다. 아들은 중학교 2학년이 최종학력이라 학력 세탁을 위해 검정고시를 봤다. 중졸이 아니기에 고입검정 시험에 합격하고, 이어 대입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중학 다닐 때 친구들이 고1이 되었을 때, 고졸이 되었다.
나이 50세 중반이면 다니던 회사원도 명퇴할 나이에 이력서를 고용노동부에서 운영하는 ‘워크넷’부터 ‘사람인’, ‘잡코리아’ 등등 이력서를 올리는 사이트에 모두 올렸다. 벼룩 신문이나 교차로도 열심히 탐독했다.
여의도에 본사가 있는 보안 및 경비파견업체에서 면접 제안이 왔다. 이력서에 장교이고, 근무 기간이 21년 3개월이라 면접을 제안했다고 하였다. 면접 대상자는 1명 뽑는 곳에 7명이었다. 4명은 예비역 중령 3명은 예비역 소령이었다. 면접관은 3명이었다. 희망 연봉을 4천6백으로 쓰셨는데, 21년 복무했으면 연금 250 정도 받고, 회사에서 150 드리면 근무할 수 있죠?라고 물으니 바보 같은 놈들이 중령이나 소령이나 6명이 ‘예’라고 했다. 순간 혈압이 올랐다. 여기 보소, 당신네 회사가 <풍산금속>만큼 방위성금을 냈어요? 방위성금 한 푼 안 내고 왜 군인 연금을 들먹거려? 남들 추석 연휴라고 설 연휴라고 열 시간씩 운전해 고향 갈 때, 경계 강화 지시에 순찰하고 철책선 이상 유무 확인했어. 뭐 연금 250 받으니 150만 원 줄 테니 근무하라고? 됐다고 하고 면접장을 나왔다.
군대 생활 21년 동안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네 분 장례식에 참석과 중위 시절 ‘조부 위독 급래요망’ 가짜관보로 횡성을 다녀간 것이 휴가의 전부였다.요즘은 하급자들도 휴가를 눈치를 안 보고 가지만, 예비역 소령 현상진이 근무하던 시절은 눈치 보여 휴가도 제대로 못 갔다. 이력서 낸 곳에서 연락이 없자 일용직 건설근로자가 되었다. 건설근로자를 하면서 원 130만 원을 양육비로 보내고 나면 쓸 돈이 없었다. 같이 일하는 동료 4명이 술을 마시면 최소한 4회에 한 번은 나도 술값을 내야 하는데, 그게 싫어서 술자리를 피했다. 혼자 사는 집에 가봐야 할 일이 설거지 거나 빨래인데, 바쁘다는 핑계로 빠졌다. 딸에게 만나면 도저히 매월 130을 보내면 내 생활이 안 된다고 말해야지 하면서도 막상 만나면 그 말이 그렇게 어려웠다.용기를 내서 말했다. 건설경기가 나빠서 일하는 날이 많지 못하다. 130을 보내면 내가 쓸 돈이 없다. 230 이상 벌면 130을 보내는데, 200 이하로 벌면 80만 원을 보내겠다고 하니 딸은 그러라고 했다. 딸이 돌아가서 크산티페에게 그 말을 했다. 그녀는 매월 130을 안 보내면 가정법원에 추심 요청을 한다고 했다.그 말에 딸이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엄마 정말 크산티페야? 아빠가 돈을 안 보내는 것이 아니고 230 이상 벌면 130을 보내고 200 이하로 벌면 80을 보낸다는데, 엄마는 200에서 130을 보내면 아빠는 70으로 고시원비 32만 원 내면 38만 원에서 버스 교통비에 핸드폰 요금에 최소한 아빠도 일하는 동료와 막걸리 한잔은 마셔야지 어떻게 맨 날 다른 사람이 사주는 술을 얻어먹고만 살아? 아빠가 기생충이야? 했다.
딸은 동생에게 군대 제대 후 대학입시 공부를 하라고 하니 동생이 누나 혼자 돈 벌면 너무 힘들다고 자기도 큰돈은 아니지만 벌다가 집안 형편이 좋아지면 그때 대학입시 공부를 한다고 했으니 엄마, 아빠 힘들게 하지 말자고 했다. 딸은 아빠가 엄마 핸드폰 명을 ‘크산티페’로 했는지 알겠다고 하고는 방문을 쾅! 닫고 나갔다.
이혼하고 딸과 아들은 내 핸드폰 번호 저장 이름을 ‘은사님’으로 했다. 혹시라도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이모나 외삼촌이 볼까 봐 그렇게 저장했다. 조선 시대 홍길동이 아비를 아비라 부르지 못하고 홍 대감으로 부르듯이 딸과 아들을 아빠를 아빠로 부르지 못하고 ‘은사님’으로 불렀다.
고입검정고시와 대입검정고시를 연속으로 합격하자 아들은 병무청에 우선 징집원서를 제출했다. 아들이 군대 간 18개월 동안은 크산티페와 딸은 일생에 처음으로 집에 남자 없이 여자 둘만의 생활을 했다.
문산, 오래전 근무한 적이 있어서 1사단 신병교육대가 친숙했다. 군가 소리와 담장의 철조망이 오히려 고향 같은 푸근함을 안겨주었다. 딸과 아들은 꼬맹이 시절 말 배운 순서가‘엄마’, ‘아빠’ 다음 배운 말이 ‘충성’이었다. 엄마 등에 업혀 시장을 보러 나갈 때 들어올 때 들은 말이 충성!이었다.
신병교육대 정문에 조교들이 훈련병을 10열 종대로 앉은 번호를 시키고 100명이 되면 부대 쪽으로 인솔해 갔다. 아들은 키가 185, 몸무게 103 킬로그램이었다. 군의관이 ‘체중 초과’로 귀향이라고 했다. 아들은 군의관에게 신병수료식까지 90킬로 이하로 감량한다고 하고 제발 남아있게 해달라고 했다. 다른 훈련병이 석식 후 TV시청을 할 때 연병장 구보를 했다. 제식훈련 후 사격을 배웠다. 영점사격을 마치고 기록사격에 20점 만점을 받았다. 600명 중 7명이 만점이었다. 거구가 체중도 줄이고 사격우수자가 되었고, 귀향 조치가 체중을 줄여가면서 훈련한다는 소문이 퍼져 다른 교관들도 아들에게 점수 몰아주기를 해서 압도적인 점수로 그 기수 우수수료자가 되었다.
신병교육 수료식에 사단장 대신 참모장이 임석상관이 되어 군악대 반주에 맞추어 의식이 진행되었다. 사회자가 신병교육 우수자로 현종욱 외 4명을 호명했다. 크산티페, 외할아버지 앞에서 사단장 표창을 받았다. 사회자가 표창 수상자에게는 5일간의 포상 휴가가 자대에 가면 바로 실시할 것이라는 안내방송이 있었다. 감격한 크산티페와 외할아버지는 눈물을 흘렸다.
낙석 대대로 배치를 받아 대대장 신고를 하고, 5일간 포상 휴가를 처가 신길 감나무집으로 휴가를 나왔다. ‘감나무집’은 외손자의 사단장 표창 포상 휴가로 잔치 분위기였다. 두 명의 이모 두 명의 외삼촌, 크산티페와 딸 영경이가 모여 준비한 음식과 음주를 했다. 아들이 포상 휴가 나왔을 때, 나는 제주도에서 일했다.
카카오 톡이 왔다.
―아 들 : 아빠, 소령이 이렇게 높은 계급인 줄 몰랐어요?
―은사님 : 훈령병이 보면 높지?
―아 들 : 저 주특기 310 통신이래요.
―은사님 : 자대 가면 무조건 음어부터 외워라.
―아 들 : 음어가 뭐야?
―은사님 : 아들 탈출해하는 한글을 적이 알 수 없게 숫자로 123, 274, 377, 067
변환시켜 작전의 내용을 보호하는 통신방식이다.
―아 들 : 그거 비밀인데 병사가 볼 수 있어요?
―은사님: 통신병은 상황근무 서니, 그때마다 일직 간부에게 음어 빌려.
―아 들 : 알았어요.
아들은 신병교육대 포상 휴가를 마치고 복귀했다. 근무할 때마다 음어를 빌려 외우다 보니 일병진급 전에 다 외웠다고 문자가 왔다. 음어 외웠으면 애국가도 음어로 써보고, 군가도 음어로 써보고, 병사들끼리 대화나 욕하는 것도 음어로 써보라고 했다. 사단 음어대회 포병부대 낙석 대대 선수로 아들이 뽑혔다고 문자가 왔다. 사단 음어대회 출전 선수라면 음어는 다 외웠다. 금, 은, 동 수상자와 아닌 사람의 차이는 담력 싸움이다. 절대로 한번 쓴 답을 음어로 확인 말고 오직 직진만 해라. 국방신문 사설을 매일 한편씩 음어 연습을 하라고 했다.
6월 전반기 사단 음어 대회에 아들이 1등을 했다.다른 부대는 모두 병장이 출전했다. 낙석부대만 이병이 사단 음어대회 출전해서 우승했다. 부대 창설 이후 처음 있는 이병이 사단 음어대회 우승이었다. 길게만 느끼던 군 복무 18개월이 시나브로 지나갔다. 남들은 한 번 우승도 힘든 음어대회를 2회 우승을 하고 전역했다. 지금도 낙석 대대 현관에 두 개의 음어 우승 트로피가 전시되었다.
이력서에 나의 강점을 쓰라는데, 고졸도 아니고 검정고시 합격자가 강점 쓸 것이 없었다. 누나, 강점은 뭘 써야 해? 쓸게 없어? 없기는 왜 없어, 너 초등 5학년 때 전국 카트라이더 토너먼트 준우승 한 것과 1사단 낙석 부대에서 사단 음어 대회 이등병 때랑 병장 때 두 번 우승한 거 써, 그리고 사진 찍어 jpg 파일로 만들어 첨부시켜. 생각해 봐라? 네 또래 카트라이더 우승은 <떨어지는 낙엽 병장>이 했고, 준우승이 너라 게임회사는 네 또래 경쟁자가 없어. 사단 음어대회 사단 수만큼 있겠지만 그 경쟁자 중에서 카트라이더 너보다 잘하는 놈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누나의 조언은 적중했다. 우리나라 게임회사 대표선수 ‘카카오’와 쌍벽을 이루는 ‘투투우’에서 이력서를 통과하고 면접 제안이 왔다. 면접관은 3명이었다. 나이 지긋한 분이 물었다.
― 초등학교 5학년 때, 전국 카트라이더 대회 준우승이라고 하는데, 혹시 우승자를 기억하나요?
― 이름은 모르고 닉네임이 <떨어지는 낙엽병장>이고 부산에서 군대 전역하고 복학하려는데, 학기 기다리느라 대회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면접관은 웃으면서 ‘그 낙엽 병장이 여기 있어요.’라고 했다. 다른 면접 대상자나 면접관 모두 놀랐다. 원래 면접장에서 그런 사적 질문과 답변은 금지 사항인데, 질문자나 답변자나 전혀 그런 고려 없이 질문하고 답변한 것이었다.
명문대학 졸업자도 유학파도 아닌 아들이 명문대 출신, 유학파 출신 입사 동기에게 지지 않으려고 얼마나 노력을 했겠는가? 그렇게 노력했어도 3년 근무 후 대리 승진에 다른 대졸은 다 승진했는데, 아들만 떨어졌다. 아들은 퇴사하고 이직했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자산관리공사 서울지사 역삼동으로 출근했다. 이런 것을 새옹지마라고 하거나 전화위복이라 한다.
딸이 이직한 회사는 의약품회사였다. 해외 수입 의약품이 많아 김포공항 근처에 회사가 있었다. 300여 품목의 의약품이 이름과 용량, 색상에 따라 관리하는 방법이 달랐다. 강서구청에서 보건위생 검열을 나왔다. 회사 대표는 딸에게 안내를 시켰다. 말이 안 내지 ‘안내라고 쓰고 접대라고 읽는다.’ 수준의 하루였다. 어린 시절 전학을 여러 번 다니면서 터득한 눈치를 활용했다. 고졸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남모르는 눈물을 많이 흘렸다.
―은사님 술 한잔하실래요? 문자가 왔다.
―어디서 만날까? 시흥사거리로 올래?
―명태어장?
―그래 거기서 7시에 만나자?
―알았어요.
‘명태조림 중’을 시켰다.
밥과 소주 3병을 시켰다. 크산티페는 딸에게 의사, 판사, 검사만 배우자로 만나고 하는데 고졸로 직장 생활하는 딸에게 그런 남자가 만날 기회가 오겠냐고 하소연했다.
세상은 21세기인데, 크산티페는 의사, 판사, 검사가 계속 멋있는 딸의 남편이고 자신의 사위로 여겼다. 아빠도 그런 생각이야?라고 물어봐서, 난 아니야 했다.
딸은 그제야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딸이 사귀는 남자가 있다고 했다.
인공지능 개발자이고, ‘시니어 급’이라고 했다. 크산티페에게는 그 남자를 소개하기 전에 야금야금 수법으로 의사, 판사, 검사보다 21세기에는 ‘인공지능 연구원’이 더 각광을 받는 사례를 딸의 말이 아닌 신문 기사나 잡지에 보도된 것을 스크랩하여 알려주라고 했다. 상견례 연락이 왔다.
딸을 통해 상견례 장소에서 초라하게 보이면 안 된다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단정하게 하고 오라고 했다. ‘예, 감사합니다, 그렇군요, 잘 가세요.’ 등 네 마디가 상견례 동안 내가 할 말이라고 크산티페가 딸을 통해 알려왔다. 아울러 당신 군대 전역 계급을 예비역 소령이 아닌 예비역 중령으로 저쪽에 소개했으니 예비역 소령이라거나 하는 일이 경비라는 일은 절대 하지 말고 전업 작가로 소설만 쓴다고 했으니 그리 알라고 했다.
나는 ‘예, 감사합니다, 그렇군요, 잘 가세요’만 구구단 외우듯이 외웠다. 아니, 예비역 소령이 어때서, 예비역 중령은 훌륭하고 예비역 소령은 허접한 인간이야? 아직까지는 출판사 인세가 생활이 안 되니 경비하면서 소설을 쓴 것이 어때서 상견례에서 그런 거짓말을 해야 하나? 열불이 났지만, 그녀가 열받으면 딸과 아들만 힘들어지기에 문제 삼지 않았다.
상견례 장소는 김포 장기동 <금빛수로>를 따라가면 시내 쪽에 있는 ‘라베니체’ 건물에 있는 한정식 ‘옥돌마당’이었다.
하루 전에 장기동 미용실 ‘벨라’에서 머리를 단정하게 커트했다. 눈썹도 다듬어준다는 것을 거절했다. 눈썹이 호랑이 눈썹처럼 길게 삐쭉 나온 것이 할아버지 말씀에 의하면 집안의 유전이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95세에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92세에 돌아가셨다. 그런 확실한 사례가 있기에 미용실 ‘벨라’에서 머리만 자르고 눈썹은 그대로 두라고 했다.
30분 전에 상견례 장소에 갔다. 딸과 서창욱 상견례 예약실이 어디냐고 물었다. ‘죽(竹)’실이라고 했다. 방은 ‘매난국죽(梅蘭菊竹)’4개였다. 나머지는 큰 홀이었다. 사람이 북적거리는 것으로 봐서 맛 집이 분명했다.
식당에 세팅은 다 되었다. 약속 시간이 되자 딸과 아들, 크산티페, 서창욱과 부모님, 남동생이 들어왔다. 모두 들어온 것을 확인한 딸이 먼저 소개를 했다. 소개가 진행되는 중에도 ‘예, 감사합니다, 그렇군요, 잘 가세요.’를 실수 없이 하느라 속으로 외웠다. 돌발사태가 발생했다. 예비 시아버지가 한마디 했다. 초면에 송구한 질문이오나 확인해야 할 문제라서 물어봅니다. 두 분이 혹시 이혼하셨나요? 그런 말이 귀에 들려서요. 크산티페는 아닙니다. 15년 전에 애 아버지가 귀가 얇아서 남의 보증을 잘못 서서 아파트 2채가 공중분해 되었어요. 망하더라도 한 사람만 망하자고 위장이혼을 하자고 했어요. 그러니까 오늘 상견례에 같이 나왔지요 했다.
인터넷에 떠도는 말로 ‘21세기에 거짓말 가장 잘하는 사람 검색하면 AI가 응답하기를 ’ 최은순-김명신입니다.‘라고 알려준다는데, 그 모녀보다 거짓말을 배미정(크산티페)이 더 거짓말 잘한다고 정정해야 할 것이다. 그 말에 입 다물고 ’ 예, 감사합니다, 그렇군요, 잘 가세요 ‘를 생각하다가, 시나브로 방언이 터졌다.
방금 크산티페, 아니 배미정 여사가 한 말은 거짓말입니다. 이혼 맞고요, 15년 전에 가정법원 판사는 양육비 130만 원을 매월 보내라고 했는데, 솔직히 절반은 80만 원 보냈고 절반은 130만 원 보냈습니다. 그래도 딸이나 아들 구김 없이 잘 자랐고, 창욱 군이 지금은 딸 연봉보다 많다지만 앞 전 ‘비전헬스 팜’ 회사에서는 딸이 직급도 높았고, 연봉도 높았어요.
부모가 15년 전에 이혼한 것이 애들 결혼에 문제가 되나요? 만약에 그게 문제라면 결혼시킬 수 없습니다. 아차, 싶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아들이 옆에서 옆구리를 쿡 찔러서 멈추었다. 순간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상견례에서 양가 부모 4명 중 3명이 반대하고 나 혼자 찬성자가 되었다.
창욱 식구들이 다 나가고, 내가 나가려는데 그녀가 앉으라고 했다. 아니, 딸을 시켜서 입 다물고 ’ 예, 감사합니다, 그렇군요, 잘 가세요 ‘만 외우고 그 말만 하라고 했지? 머리는 장식으로 가지고 다녀, 머리가 사오정 머리야? 했다. 이혼한 것이 내가 보증 잘못 서서 우리 집 망한 거야? 인공지능이 거짓말 누가 제일 잘하니 물으면 ’ 최은순-김건희 모녀가 제일 잘해 ‘라고 나온다는데 ’ 배미정이가 더 잘해 ‘라고 인공지능 답변을 수정할 것이야?
“당신은 작가라면서 셰익스피어 말도 몰라?”
“뭘 몰라?”
“있다고 다 보여주지 말고, 안다고 다 말하지 말고, 가졌다고 다 빌려주지 말고, 들었다고 다 믿지 마라. 픽션을 팩트로 착가 하지 마라고 했지?”
“그래서?”
“명색이 작가라는 자가 꼭 그렇게 파혼할 말을 해야 해요?”
나는 그 말을 무시하고 화제를 돌렸다. 딸에게 물었다. 창욱이랑 결혼하고 싶어? 물으니 말없이 머리를 끄덕거리면서 눈물을 흘렸다. 옆에서 크산티페는 이미 파혼인데 무슨 결혼이야? 양가 부모 4명 중 3명이 반대해도 나 혼자 결혼 허락한다. 누구 맘대로? 청춘 남녀가 사랑한다는데, 반대하는 부모가 유신 시대나 광복 시기도 아니고 2024년 21세기 부모의 할 짓이야? 다들 천박한 자본주의에 병들어 진실을 못 보는 인간들이지? 딸, 창욱이랑 시간 되면 개봉집필실로 와. 올 때 빈손으로 오지 말고 <지평막걸리>와 니들 마실 음료 들고 오너라. 예. 그렇게 상견례 식당을 나왔다.
상견례 식당을 나오니 날이어두워지자<금빛수로>에 분수가 가동되었다.
조명이 비추니 아름다웠다. 인공수로 물결이 찰랑찰랑 일고, 수상 스키가 윙-윙-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7월 13일 하필이면 소설가들 모여 합평 회한 날에 딸과 예비 사위가 개봉에 왔다. <소설-소셜> 동인회장에게 사정이 있어 참석 못한다고 전화를 했다. 직설적으로 물었다.
―신랑 서창욱 군은 신부 현영경 양을 사랑하는가? 예. 했다.
―이어 신부에게 묻습니다. 신부 현영경 양은 신랑 서창욱 군을 사랑합니까? 예.
― 그럼, 신랑 서창욱 군과 신부 현영경 양의 결혼이 원만하게 이루어진 것을 산신령에게 고하겠습니다.
막걸리를 종이컵에 따라 현관문을 열고 개웅산 초입에 뿌렸다. 이 조그만 정성을 개웅산 산신령님은 북극성과 마고 할머님께 익일 특급으로 전해주시옵소서. 야후레할!, 불타무 아무나! 딸과 창욱은 함께 절을 했다. 나도 반절을 했다.
아빠, 이제 우리 어떻게 살아? 제주에 가면 제주에서 가장 큰 갈치전문 식당 <제주 문무갈치식당>이 있다. 군대 동기 홍태영이 대표이사인데, 전화해 줄 테니, 일단 딸은 주방보조로 창욱은 홍 사장 특별보좌관으로 사장 일을 도와주고 창업하는 노하우를 배우고, 결혼 후에는 창업 바란다. 바로 홍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문무갈치 홍태영입니다.”
“반갑다. 홍 사장, 현상진이다!”
“아이고, 현 작가 이 시간에?”
“한창 바쁠 시간에 전화해서 미안해.”
“아니야, 단체 손님들 다 빠지고 개별 손님만 남아서 바쁜 거 없어.”
“우리 영경이 문제야?”
“결혼할 거라는 소문은 들었어!”
“얼마 전에 상견례했는데, 양가 부모 4명 중 3명이 결혼 반대다.”
“미쳤어? 애들이 결혼하지 60 중반 늙은이들이 결혼해, 황혼이혼하고 재혼이야?”
“그래서 부탁인데, 영경이와 남자애 묶어 보낼 테니, 시작은 최저시급으로 시작하고 일하는 상태 봐서 급여 조금씩 인상 바래.”
“뭔 최저시급이야, 최저시급 주면 제주에 소문나서 손님 다 도망간다. 연봉 5천으로 시작하고 1년마다 갱신 물가상승 플러스알파로 할게.”
“고마워!”
“고맙긴 문무갈치 개업할 때 천하 명문 카피라이터로 도와준 현 작가 딸인데.”
크산티페와 서창욱 부모는 3인이 공동명의로 잘과 아들 실종신고를 김포경찰서에 신고했다.
딸과 창욱은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홍 대표에게 전화를 했다. 사장님, 현 작가 딸 현영경입니다. 제주공항 도착했습니다. 알았다. 그런데, 누가 현 소령 딸 아니랄까 봐 어투가 다, 까 끝나니? 아닌 게 아니라 회사서 지적받아요. 여자 말투가 여군 장교 말투라고. 거기 택시 타는 곳 맨 뒤에 바닥에 빗 줄 친 곳에서 기다려 바로 가마. 미친놈들이 택시 구역 있으면 픽업 구역도 만들어야 국가 세금 잘 쓰는 거 아니야? 공항 만들 때 국민제안 했는데도 철밥통들이 무시하고 안 만들어 이런 편법을 쓴다. 홍 대표는 딸과 창욱에게 운전하면서 이것저것 물었다. 백미러로 두 사람 표정을 보면서 물었다.
“현 소령을 뺀 3명 부모가 두 사람 결혼 반대 이유가 뭐야?”
“일단 시부모 쪽은 우리 엄마 아빠가 이혼한 것을 문제 삼고, 엄마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을 무시한다는 것이 반대 이유고요, 아빠는 딸 바보라 무조건 찬성에 홍 대표님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신 겁니다.”
“야, 그런 소리 말아라, 현 작가가 우리 회사 이름 지어주고 한 줄 홍보 카피라이터 쓴 사람이야. 2010년 6월 30일에 개업했는데, 동기회 밴드에 공지를 했다. 제주도에 갈치음식점을 개업하려고 하는데, 상호명, 한 줄 소개 문구를 공모합니다. 당선되는 분에게는 제주도 오시면 후하게 대접해 드립니다.라고 공지했단다.”
공지를 보고 수백 편의 상호이름과 한 줄 카피가 올라왔다. 그중 <문무갈치> 상호설명에 사관학교 출신 장교들도 문무를 겸비한다고 하나 역시 문무겸비의 표본은 ROTC이고, 상징이 ’ 문무갈치‘라고 하면 전국의 동문이 간판만 봐도 동문이 하는 식당임을 연상할 것입니다. 그래서 ‘문무갈치’로 제안합니다.라고 한 것을 홍 대표가 제주를 삽입한 것이다. 그래서 ‘제주문무갈치’로 상호 등록했다. 한 줄 카피는 기막힌 말인데, ‘제주에 오셔서 몰라 못 오신 분은 있어도, 한번 오고 그만 오신 분은 없다는 전설의 제주 문무 갈치’였다. 그 한 줄 카피로 제주에 와서 한번 문무 갈치를 드신 분들이 두 번, 세 번, 열 번, 백번을 드신 분들이 입소문을 내서 오늘은 제주에 3층 건물로 1층은 갈치조림, 2층은 갈치구이, 3층은 갈치회로 층을 구분해서 할 정도로 성장했다. 정말 우리 아빠가 지어주신 이름인가요? 그럼, 네 아빠는 군대 생활하면서 별명이 ‘조선 마지막 선비’였어. 선배고 동기고 후배 2세들 태어나면 작명한 것이 100명도 넘어, 최초 이름은 소대장 때 선배 김원태 선배 딸 이름 ‘김세리’를 지어준 사람이야. 골프선수 ‘박세리’ 때문에 세리 이름이 흔해졌지, 김 선배 딸 ‘김세리’는 그 시절 독보적 이름이었다. 두 번째 이름은 배현기라고 동기생이 아들을 낳았는데, 쌍둥이가 태어난 거야. 중위 봉급 몇 푼이나 된다고 작명에 돈 쓰지 마라. ‘배형우’, ‘배현우’ 이름을 지어주었고, 광주 보병학교 교육받으면서는 출신에 상관없이 거기서 태어난 딸 아들 이름을 다 지어주었다. 어머, 몰랐어요.
크산티페로부터 전화가 왔다.
다 자고자 애들 어디로 숨겼어? 한다. 뭔 소리야? 시치미 떼지 말고, 제주도에 있는 귀남이 전화를 받았으니까 거짓말할 생각 말고 불어? 그럼, 여고동창 남편이 검사인데, 그리 확인한다.
친구 보고 물어봐. 난 아는 바 없어하고 전화를 끊었다.
대한민국은 법이 있어도 법대로 되는 일이 있고 안 되는 일이 있다. 법이 없어 안 되는 일이 없는 일도 있다. 결국 검사를 알면 ‘유검무죄’, 검사를 모르면 ‘무검유죄’의 나라다. 크산티페는 여고 동창 김귀남 여사에게 전화를 했다.
―귀남아, 나 미정이야. 웬일이야?
―응, 잘 지내지, 그럼, 잘 지내지. 넌?
―미치겠다. 딸이 가출했다.
―아니, 왜? 그 착한 애가, 우리 종헌이 짝으로 생각했는데, 안되어 아쉬운데 무슨 이유로 가출이야?
―응 상견례에서 양가 부모 4명 중 3명이 반대다.
―뭐야? 찬성은 너야?
― 아니 캡틴 봉봉!
―ㅋㅋㅋㅋ 지금도 봉봉이니?
―그럼 영원한 봉봉 캡틴이지?
―전화 용건이 뭐야? 딸을 찾아달라고?
―아니, 핸드폰 번호 알려줄 테니 남편 검사니까 위치만 확인해 줘?
―야, 검사가 뭐 남 전화추적이나 하니? 아내의 동창 딸이 행불이라고 해?
―알았다.
제주도 문무 갈치 홍태영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문무 갈치 홍태영입니다.”
“나 현영경 아빠다.”
“왜, 딸과 예비사위 잘 지내는데 무슨 일이야?”
“혹시, 제주문무갈치 제주검찰청에서 다녀갔어?”
“아니, 우리 탈세 없어?”
“탈세가 아니고 영경이 모친 배미정이 여고 동창이 제주에 사는데, 남편이 제주검찰청 지검장 최재경이야.”
“뭐, 최재경? 그런 중요한 이야기를 왜 지금 해, 진작해야지?”
“최재경, 서울 출신이 제주지청 간 것은 아무래도 줄이 썩은 줄이지?”
“뭔 소리야, 승진해서 왔는데?”
“하여튼 배미정이 여고 동창 남편이니 혹시 거기 방문하면 선수를 쳐서 문무갈치 피해 없도록 대처해.”
“알았다.”
크산티페와 서창욱 부모가 경찰청에 실종신고를 했다. 실종자는 현영경과 서창욱이었다.
전국지방경찰청에 전문이 내려갔다. 제주경찰청에서 현영경의 핸드폰과 서창욱 핸드폰이 제주에서 발신 수신된다는 보고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팀에 통보되었다. 제주경찰청 사이버 지능 팀이 전파탐지 결과 ‘제주문무갈치’가 핸드폰 전파송수신 지점을 알아냈다. 제주경찰청 사이버팀장이 손님으로 가장하고 제주문무갈치에 예약을 했다. 시간에 맞추어 식당에 갔다.
홍 대표이사가 사이버팀장을 맞이했다. 순간 두 사람은 동시에 어! 했다. 24기? 그래 24기 두 사람은 군대동기였다. 주문한 갈치조림과 소주를 마시면서 대화를 했다. 혹시 여기 종업원 중에 핸드폰 끝자리가 ‘7396’으로 끝나는 사람 있어? 둘인데, 남자, 여자? 둘 다. 뭔 소리여? 경찰이라고 남 핸드폰 맘대로 위치 추적해도 되는 거야? 인권위에 신고한다. 아니, 저 그게 말이야 부모님이 실종 신고한 두 사람이야. 그 실종신고 왜 했는지 문무갈치 사장이 제주경찰 사이버 팀장에게 알려주면 경찰 쪽팔리지?
아니, 안 쪽팔려. 경기경찰청이 쪽팔리겠지, 우린 사실을 알려만 주면 된다. 솔직히 동기니까 알려주는 것이다. 현영경과 서창욱이 사랑하는 사이인데, 양가 부모 4명 중에 신부 아버지, 현영석 소령 알지? 정보병과 동기 딸인데, 신부 아버지 뺀 4명이 결혼 반대로, 남녀를 제주문무갈비로 부탁한 것이야. 여기서 결혼식 올리고 평생직장으로 부부를 고용해 달라고 했어. 그래서 채용한 것이다. 아니, 서울서 살던 사람을 제주에 뭘 믿고 채용해? 자세한 것 말하면 영업비밀이고 그냥 서울 경찰청에 보고나 잘해주라. 여기 제주에 신호 뜨는 것은 확실하지만, 부모님이 직접 오시면 현장 안내해 드리지만 수사보고는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보고해. 알았다.
귀남 이모 전화를 받고 크산티페가 바로 제주로 왔다. 어머, 귀남아! 이게 얼마만이야? 야, 네가 서울을 떠나 제주로 가니 못 만난 거야. 서울 사는 상미, 윤선이랑은 분기마다 만났어. 하여튼 영경이 있는 곳부터 가자? 귀남이 운전해서 문무갈치에 도착했다.
홍 대표가 인사를 했다. 홍 대표님, 영경이 엄마 배미정입니다. 인사해 미정아? 안녕하세요, 현영경 엄마입니다. 우리 딸을 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런 식당일 한 번도 안 해본 애인데 어떻게 합격시키셨어요? 아이코 별말씀을 식당일 정직원도 아니고 보조인데, 뭐 기술 보고 뽑나요? 성실한 가 아닌 가 평가합니다.
영경은 그간 이야기를 크산티페와 귀남 이모에게 했다. 친 이모는 아니지만 크산티페와 여자 중학교, 여자고등학교 6년간을 사진반을 함께했던 친구였고, 여고동창 4인방이 결혼 후에도 30년 동안 모임을 유지했다. 3명은 서울서 계속 만나는데, 귀남 이모 남편이 제주검찰청으로 승진해 오는 바람에 2년 동안 모임에 참석 못했다. 그 참석 못한 아쉬움을 오늘 배미정(크산티페)과 현영경을 마난 것이라고 귀남은 생각했다.
귀남이 영경에게 물었다. 영경이가 남자를 어떻게 만났냐고 물었다. 예전에 같은 회사에 근무하였는데, 그때는 사랑하는 줄 몰랐어요.
저도 이직을 하고 남자도 이직을 하고 나니 지나간 일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런데, 상견례에서 네 엄마, 미정은 왜 사랑하는 남자를 반대한 거야. 엄마가 먼저 반대한 것은 아니었어요. 예비 시아버지가 엄마, 아빠 이혼한 것을 문제 삼았어요. 미친 인간 아니야? 요즘이 길동이 아비를 홍 대감으로 부르는 시대야? 젊은 애들이 결혼 못해 인구 줄어드는 나라에 둘이 좋아한다면 무조건 결혼시키는 것이 ‘애국가문’이지 결혼 반대해서 ‘애국가문’ 찬스 잃어버린 것이야. 국가보훈부가 ‘병역 명문가’ 뽑는 거 보고 여성가족부에서 2025년부터 결혼해서 신호부부가 애 2 명 이상 낳으면 ‘애국가문’으로 선정해서 표창을 하고 상금도 5억 준다고 뉴스에 났어.
이모가 네 엄마 설득해서 결혼시킬게, 걱정 마 영경아. 귀남 이모 때문은 아니겠지만 크산티페는 결혼을 추진했다.
귀남 이모는 제주에서 ‘천공선사’보다 더 잘 본다는 ‘이천공일 선사’에게 크산티페를 데리고 갔다. 이천공일 선사는 45년 전에 귀남 이모 남편 최재경 검사가 고시 8번 떨어지고 찾아가서 이천공일선사님에게 더 이상 고시 공부 접고 일반 직장 알아보겠다고 하니 펄쩍 뛰면서, 이런 아둔한 인간이 있다. 금광을 캐는 광부가 캐도 캐도 금이 없다고 포기한 것을 다음 사람이 인수받아 1미터를 파니 금광이 나왔다는 것이 북한에 있는 ‘검덕광산’이야. 최재경 운수는 1미터 앞 은덕광산이라고 했다. 정말 신기하게 9수에 사법시험 합격하고 검사의 길을 가고 있다. 제주지검 특수부장이다. 다음 인사에는 지방검찰청장이 될 거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천공일선사가 2024년 12월 28일이 길일이라고 했다. 크산티페는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크산티페가 요즘은 촌스럽게 주례선생 모셔서 교장선생 훈시 같은 주례사 없이 양가 부모가 한 명씩 축사하는 것이 대세라고, 당신 작가니까, 딸 결혼 축사를 써서 A4 딱 한 장에 출력해 가져오라고 했다. 지엄하신 크산티페 명령이라 축사를 출력해 딸 편에 보냈다.
<딸 결혼 축사>
안녕하십니까?
신부 아비 현상진입니다.(고개 숙여 인사)
요즘은 세상이 온천지 개나 소나 스승, 선생, 거사, 선사의 시대입니다. 심지어 가수들, 연극배우, 영화배우에게도 선생님, 선생님, 심지어 스승님이라고 하는 세상입니다. 하도 ‘님’을 남발하다 보니 사회자가 ‘신부아버님’이라고 실수를 했는데, 그냥 신부 아비, 신부아버지가 맞습니다. 왜냐하면 이 예식장에서 주인공은 신랑, 신부지만 참석자의 가장 높으신 분은 하객 여러분입니다. 바쁘신 중에도 신랑 서창욱과 신부 현영경을 위해 오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중간생략)
딸이 자전거 배우던 날 얼마나 기쁘면 커도 시집 안 가고 아빠랑 살면서 엄마가 아빠 혼내면 엄마, 그러지 마할 거라고 했는데, 오늘이 딸에게 배신당한 날입니다.
(하객 웃음)
가납리 비행장에서 비행 없는 휴일에 딸에게 자전거를 가르쳤다. 직진을 가르치고 아빠가 뒤에서 잡아준다고 페달을 힘껏 밟으라고 했다. 활주로 중간에서 따라가지 못하고 손을 놓았다. 혼자 끝까지 달려 활주로 담장을 들이받았다. 팔과 다리 타박상을 입었다.
고가초소 경계병이 상황 보고를 해서 위생병이 구급낭을 메고 달려와 치료했다. 혼자 활주로 2킬로미터 달린 것이 얼마나 기뻤으면, 어른이 되어도 시집 안 가고 아빠랑 살 거야. 엄마가 아빠 야단치면 못 하게 할 거야 했다.
(중간 생략)
인생은 부부 두 사람이 2人 용 자전거를 타는 것입니다. 자전거를 타다가 쓰려지려는 순간 더욱 힘차게 페달을 밟아야 합니다.
비틀거리는 자전거에 어-어-소리만 지르면 자전거가 쓰러지고, 인생도 쓰러집니다. 오늘 새 출발 하는 신랑-신부가 인생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으라고 박수 한번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