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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의 계절. 67

의인

by 함문평

박정희 대통령은 1917년 생이고 할아버지는 1910년 생이다.

일곱 살 차이지만 일제강점기를 박정희는 대구사범학교 마치고 문경서 교사를 하다 때려치우고 만주군관학교에 가서 일본군 장교가 되었다.


박정희 대통령 시기에 박정희 알기를 홍어좇이거나 발톱의 때 정도로 무시한 사람이 우리 할아버지가 유일할 것이다.


어려서는 할아버지를 이해 못 했다. 어느덧 할아버지 회갑에 술잔 올리던 장손이 그 회갑 나이를 지나니 할아버지 심정을 알겠다.


할아버지는 박정희, 백선엽 간도특설대 출신을 미워해도 너무 미워했다.


20대에 할아버지는 아편을 팔아 번 돈의 일부는 김구 선생에게 일부는 김일성에게 군자금으로 보냈다.


광복 이후 지금의 국가보훈부 전신인 원호처에서 그렇게 독립군에게 군자금 보낸 것 신고하라고 해도 안 하셨다.


이유는 김구 선생이나 김일성 똑같은 금액을 기부했기에 김구선생에게 보낸 것은 훈장이지만 김일성에게 보낸 것은 중앙정보부 잡혀가 죽도록 맞을 일임을 아시고 아무 신고도 못하셨다.


할아버지는 박정희가 창씨개명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한 것에 일본 놈 보다 더 찐한 일본 놈이라고 하셨다.


김재규가 박정희를 시해했을 때 신문 만평에는 김재규를 개만도 못한 놈이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김재규를 의인이라고 하셨다.


소설집 <백서> 속 의인은 김재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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