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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의 계절. 69

할아버지가 지목한 최고 거짓말쟁이

by 함문평

장손이기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젖을 떼자마자 데려가셨다. 꼬맹이야 배고픈 것만 없으면 부모가 키우든 조부모가 키우든 상관없었겠지만 어머니는 서운했었다고 치매 걸리기 직전에 나에게 말씀하셨다.


할머니는 김치 맵다고 하니 씻어서 먹였다. 새우 말고 민물에 사는 징거미도 잡아서 머리와 꼬리 자르고 먹였다.


초등학교 취학통지서 나오기 1년 전에 할아버지 땅 청일면 유동리 일대 산과 논과 밭을 처분해서 강림 아버지 땅 주변 땅과 산을 사고 소는 두 분이 키울 4마리 외 95마리는 위탁을 하였다.


초등학교에서 국민교육헌장을 외우고 박정희 대통령이 위대한 영도자로 교육받고 집에 오면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언쟁을 했다.


아버지는 민주공화당 원주 횡성 조직원이었다.

할아버지는 뼛속까지 친일 반민족 행위자는 할 수만 있다면 권총이 아닌 장총으로 사살시켜야 한다는 주의였다.


투표도 1971년 7대 대통령 선거에 아버지는 박정희 선거운동을 할아버지는 김대중 선거운동을 하셨다.


결과적으로 박정희가 당선되었지만 할아버지는 군대 60만 표를 가져가고도 100만 정도로 이긴 깃은 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해서 아버지는 밥상을 받아놓고 안 먹고 방을 나갔다.


할아버지는 장손은 절대 아비를 닮지 말라고 하셨다.

신문이나 라디오 방송 특히 뉴스는 믿지 말고 그 뉴스가 진실인지 어용방송인지 실사구시 확인을 하라고 했다.


실사구시가 뭐예요?라고 물으니 하늘에 구름을 쳐다보지 말고 땅바닥 내 발을 보는 것이 실사구시라고 해서 초등 시절은 검정 고무신을 수없이 봤다. 그래도 실사구시가 이해가 안 되었다.


어른이 되고 나이 육십 넘어 작가가 되어 글을 쓰려고 관련 문서를 읽을 때마다 새삼 할아버지가 존경스럽다.


아버지와 그렇게 다투고 아비는 절대 닮지 마라 하신 뜻을 이제야 이해가 간다.

박정희를 그렇게 언행이 아주 불일치한 나쁜 놈 일본 놈 보다 더 찐한 일본 놈이라는 말씀이 이해가 갔다.


할아버지 말씀이 설마 했는데 문헌에서 확인하니 소름이 돋았다.


선거유세에 박정희는 3선 개선은 야당의 모략이다. 절대 3선 개헌 안 한다고 했다. 1968년 야당 의원 김상현에게 만약에 내가 독재를 하려고 한다면 반대를 하라. 3선 개헌을 하려고 한다면 김상현 의원 당신이 칼을 들고 나에게 덤비시오 했다.


참 신기한 것이 거짓말쟁이 박정희가 죽은 지 44년이 되었는데 그런 거짓말쟁이가 요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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