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회사에서 일하는 작가의 근황
아침 일찍 요가를 하고 회사로 걸어가는 길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게. 모든 게 내 탓은 아니었네. '89년생 자본주의 키드인 나는 자라면서 '최선을 다하면서 성공할 수 있다, 뭐든 이룰 수 있다', '근면, 성실'을 세뇌받은 거의 끝물의 세대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연이어 들었다. 그 때문일까? 어떤 일이 잘 되지 않으면 얼른 반성을 해서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해 앞으로 나아가야한다는 강박이 있다. 그게 진취적이고 건강한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 사실은, 현실은 어떤 일을 최선을 다해도 잘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이제야 머리 말고 마음으로 어렴풋이 알아차리고 느끼는 중이다. 더 정확히 말해보면 잘되고 잘안되고의 '판단의 근거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잘잘못 달라질 수 있고 결론은 세상에 아무 것도 잘된 것도 잘못된 것도 없구나.
오랜 세뇌와 세뇌된 슬로건에 따라 내가 인과를 끼워맞춘 나의 뒤틀린 스토리 '최선=좋은결과'가 하루 아침에 바뀌진 않을 것을 안다. 다만 LOVE MYSELF가 시대의 슬로건인양 떠도는 요즘 시대에 나날이 노출되는 내가 항상 갖고 있던 "어떻게? 방법은 왜 안알랴줌? 도대체 어떻게 나를 사랑해야하는 데?!" 하고 세상에 대한 약간의 억울함이 섞인 내적 질문에, 조금은 그 마음을 누그러트릴 수 있고 내스스로를 납득시킬만한 생각의 전개였다.
뜻 모르고 방법도 모르면서 '나를 사랑하라'는 밀레니얼 시대의 슬로건에 또다시 세뇌되거나 체화하기보단 보단, 결과만 놓고 스스로를 섣부르게 다그치거나 채찍질 하는 걸 줄여보는 것. 내가 나도 모르게 자기 비하를 하고 있을 때 그 순간 그 사실부터 알아차리는 것. 그것부터 한번 해봐야겠다. 나는 내가 살아있는 동안 함께하며 세상의 아름다움을 나눌 친구이지, 나를 시련에 빠뜨리기 위해, 채찍질하기 위해 존재하는 조교가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