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時)
내가 일어나 만나는 모든 대상이
나의 거울.
배우자가 생긴다는 건 뭘까?
내가 가장 자주 마주할 나의 거울이 생기는 거구나!
스무살 이전에는 엄마가 내 거울이 아니었을까?
나는 그 거울을 아끼고 사랑했다.
그녀라는 거울을 따라하고
그녀라는 거울이 바라봐주는 시선에 따라
나는 춤을 춘다.
스무살 이후 혼란은
내가 제일 아끼던 거울과 멀어졌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달리 말해 스무살 이후에는
내가 마주하는 거울이 다채로워진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들.
새 거울들에 나를 맞대다보니 정신이 없다.
서른이 지나니
내가 만날 그날의 거울을
그 전보다 조금은 선택하며 지낸다.
배우자가 있는 삶이란 뭘까?
그것은 많은 시간동안 나를 비춰줄
하나의 거울이 있는 삶이구나 싶다.
여러 동료를 만나고
상대의 얘기를 찬찬히 듣다가
문득 상대가 내가 되고 나는 당신이 되고
내가 나를 보고 있는 기분이 든다.
내삶에서 나를 내던진 임상실험을 통해
가설을 세우고 도출해낸 이론.
잠에서 깨어나 만나는 세상 모든 대상이
나의 거울.
배우자를 찾을 때도 만날 친구를 정할 때도
적용해볼 만한 내 거울이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