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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사람들은 어디에 몰리는가 - 책 리뷰

도시에 대한 경제학적 분석 : 「직업의 지리학」

by 심심해의 취미생활

1. 수도권의 위상


괜찮다 싶은 기업의 본사는 수도권에 있다.

찮다 싶은 일자리도 수도권에 몰려있다.

(1,000대 기업 본사의 74%, 高임금 등 질좋은 일자리의 82%)


수도권은 잘 나가는 지역이다.

똑똑한 사람들, 재밌는 사람들,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

사회에서 인정 좀 받는다는 사람들은 수도권으로 간다.

사람이 모이니 돈이 따라온다. 돈이 따라 들어오니까 사람은 더 모인다.


수도권으로 사람이 모이는 만큼, 다른 지역은 사람을 잃는다.

사람을 잃어가는 지역은, 죽어가는 지역이다.


그렇다면 도시의 흥망성쇠는 어떤 요인이 결정할까?

UC 버클리의 경제학자인 엔리코 모레티는 이 책을 통해 말한다.

“잘 나가는 기업이 얼마나 있느냐가 결정한다



2. 기업과 도시


# 일자리가 사람을 끌어당긴다


사람은 누구나 ‘의식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 ‘일’을 해야 한다.

'일자리’ ‘회사’가 만들어 낸다.

따라서 사람들은 ‘회사’가 있는 지역에서 산다.


서울에서 태어나 학교를 다닌, 서울을 벗어나고 싶지 않은 그.

그는 왜 지방에서 살아보겠다고 했을까.

그가 일하는 공기업이 지방으로 이사했기 때문이다.

정말 내키지 않지만, 지방으로 갈 수 밖에 없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줄 회사가 그곳에 있다.


도시 입장에서 쓸만한 회사 한 곳은 굉장히 중요하다.

꽤 돈을 잘 버는 그 회사의 노동자들 그 도시에서 돈을 쓴다.

도시 거주자의 구매력이 괜찮아보이면, 꽤 큰 편의시설이 들어온다.

편의점으로 끝날 수도 있는데, 이마트가 들어온다.

동네 책방으로 끝날 수도 있는데, 교보문고가 들어온다.

쓸만한 회사 한 곳은 다른 회사와 일자리를 연쇄적으로 만든다.


잘 나가는 회사가 그 지역에 얼마나 있느냐.

도시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요인이다.


# 잘 나가는 회사가 많아야 한다


잘 나가는 회사는 돈 잘 버는 회사다.

돈을 잘 벌려면, 남들이 만들기 어려운 걸 만들어야 한다.


스마트폰, 전기차, 반도체, 바이오, 넷플릭스 같은 IT플랫폼.

남들이 하기 어렵다. 남들이 하기 어려운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을 우리는 혁신 기업이라 한다.

도시의 흥망성쇠는 혁신 기업이 얼마나 있느냐가 결정한다.


혁신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아이디어’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혁신이라고 한다.

스마트폰에서 제일 중요한 건 디스플레이도, 반도체 칩도 아니다.

‘한 손으로 인터넷, 게임 등 모든 것이 가능한 기기’라는 아이디어가 가장 중요하다.


아이디어는 똑똑한 사람이 만든다.

똑똑한 사람을 얼마나 유치하느냐가 기업의 경쟁력과 혁신성을 결정한다.

또한 도시의 흥망성쇠를 좌우한다.


# 똑똑한 사람들은 어디로 모이는데?


책의 저자인 엔리코 모레티는 말한다.

"똑똑한 사람들은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MIT 졸업생을 생각해보자. 그는 실리콘밸리로 갈 확률이 높다.

그 이유는 뭘까?


첫째, 그곳에는 이미 잘나가는 기업들이 모여 있다.

그가 취업을 한다면, 이곳에서 할 것이다.

기계공학 전공하고 맥도날드에서 햄버거 만들 확률은 좀 낮다.

둘째, 사업 인프라가 잘 발달되어 있다.

그가 창업을 한다면, 이곳에서 할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벤처 캐피탈을 통한 자금조달이 쉽다.

이곳의 로펌들은 업,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나고, 자문료로 현금 대신 주식을 받아준다.

사업 파트너를 구하기도 쉽다. 반도체 전문가는 어촌보다 실리콘밸리에서 만나기가 쉽다.


셋째, 쉽게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다.

주위에 똑똑한 사람들이 많으면, 같이 똑똑해진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점심이나 저녁에 다른 회사의 직원과 교류하기 쉽다.

이를 통배 업계 상황과 최신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알 수 있다.

시골에서 구글링을 통해서만, 그것도 나중에야 알 수 있는 정보다.


어떤 도시에 회사들이 많아지면, 그 회사들을 서포트하는 금융, 법률 등의 연관 산업도 함께 발전한다.

하기 편한 환경이 자연스럽게 조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실리콘밸리로 간다.

그의 학교 후배도, 그를 따라 실리콘밸리로 간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기업은 똑똑해진다.

캘리포니아는 계속 발전한다.


지식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수록, 특정 도시로의 집중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국가의 경쟁력을 도시의 경쟁력이 결정할 것이다.

미국과 한국이 아닌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와 판교 테크노밸리의 경쟁이다.


3. 책을 읽은 후


# 잡생각들


거제도에 가보고 싶어졌다.

거제도에는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의 조선소가 있다.

조선산업의 위기를 겪은 거제도는 과거와 얼마나 많이 달라졌을까?


지역별 산업분포도 궁금하다.

영남, 호남, 강원에는 각각 어떤 산업이 흥할까?

산업의 호·불황이 지역의 호·불황과 얼마나 연관될까?


공기업의 지방이전 효과는 얼마나 될까?

중앙부처의 세종시 이전 효과는 또 얼마나 될까?


# 4차 산업혁명과 똑똑함


4차 산업혁명은 거창해보이지만 그 핵심은 간단하다고 생각한다.

컴퓨터가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컴퓨터에게 던지고,

사람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한다.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건 결국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다.

로봇이 공장을 점령하고 있다.

로봇이 신문사도 점령하고 있다.

로봇은 많은 곳을 점령할 거다.


새로운 산업 지형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국 똑똑한 사람이다.

똑똑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중요해질수록,

똑똑한 사람이 이미 모여 있는 곳으로의 집중은 더욱 커질 것이다.

똑똑한 도시를 만드는게 중요해질 것 같다.


근데 똑똑함은 도대체 뭘까?

난 똑똑한가? 똑똑해지고 싶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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