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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심해의 취미생활 Apr 02. 2020

결혼이 쉬워보여?

사회학자의 결혼 시장 분석 - 「결혼시장」, 준 카르본-나오미 칸

1. 아무나 하기 어려워진 그것, 결혼


대학 시절, 수업 시간에 유력 정치인의 '결혼론'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는 "사랑만 있으면 누구나 결혼할 수 있다, 용기와 희생 정신이 없는게 비혼 트렌드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하도 얼탱이가 없어서 "사회구조적 문제 개인의 문제로 치환하실거면 정치 도대체 왜 하십니까?"라고 되물었다.


그때가 5년 전이다. 연애-결혼 등 삶의 본질적 가치를 포기한 N포 세대 담론이 확산된 시기다. 하도 포기하는게 많아서 그런가, 요즘은 잘 쓰지도 않는다. 비혼-비출산이 디폴트됐다. 결혼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는 공감대가 꾸준히 축적됐다. 아래의 혼인 통계는 '희소해진 결혼'을 잘 보여준다.


통계청 - 인구동향조사


1990년대만 해도 연간 혼인건수가 40만건에 가까웠다. 지금은 24만건 정도밖에 안 된다. 조혼인율도 급격히 하락했다. 90년대에 10명이 넘었는데, 지금은 4명대다. 2010년 이후로 우하향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미국은 '비혼 현상'을 진작 겪었다. 하지만 파급효과는 계층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미네소타 대학 법과대학장인 준 카르본과 조지워싱턴 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나오미 칸은 그들의 저서 「결혼시장」을 통해 미국의 결혼 시장을 분석한다. 400페이지의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과거에는 대다수가 안정적인 결혼 생활을 누렸지만, 이제는 아니다.

안정적인 결혼은 이제 상류층의 특권이 됐다.





2. 계급별로 결혼이 분화된다


박스는 인용구


미국은 혼인-출산율 저하, 이혼율 증가 등 전통적 가족 관계의 변화를 진즉에 겪었다. 변화 원인에 대한 다양한 설명 있다. 혼전순결 등 전통적인 도덕 관념의 해체, 피임법 개발, 고등 교육 이수율-경제활동 참가율 증가에 따른 여성 해방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지만 이 책의 저자는 여러 원인 중 '경제적 불평등'이 결혼시장 변화의 결정적 요소라고 말한다. 좋은 교육을 받고 준수한 직업을 가지게 된 엘리트 여성-남성은 그 누구보다 결혼을 많이하고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반대로 가난한 집단은 그 어느 때보다 결혼을 하지 않으며, 설사 결혼을 해도 그 관계는 불안정하다.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고찰 없이는 이러한 변화를 설명하기 어렵다.


경제적 불평등이 심해지자 남녀가 짝을 짓는 방식이 바뀌었고, 결국 연애와 결혼의 조건도 변했다.


미국은 경제적으로 얼마나 불평등해졌을까? 1970년부터 2010년까지 CEO를 위시한 경영 관리자의 보수는 72% 넘게 증가했다. 하지만 동기간 일반 노동자의 보수는 5.7%만 증가했다. 성장의 과실은 상층에 집중됐다.


성장 과실의 불공정한 분배만이 문제는 아니다. 중하위 계층의 상황은 오히려 악화됐다. 특히 '남성 집단'의 여건이 굉장히 나빠졌다.


1970년 3%에 불과했던 고졸 이하 30-49세 남성 실업률은 2010년대에 12%로 상승했다. 세계화와 기술 발전은 인적 자본이 낮은 '블루칼라 노동자'의 경제적 기반을 침식했다. 이들은 기계로 혹은 중국-멕시코의 노동자로 대체됐다.


여성은 어떨까? 여성 집단 내에도 경제적 불평등은 상존한다. 하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여성의 경제력은 과거에 비해 현저히 증가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1950년 30%대에 불과했으나 2000년 60%로 상승했다. 많은 여성들은 '경제력'을 갖추게 됐다.


좋은 직업을 가진 여성도 많아졌다. 로스쿨 재학생 중 여학생 비율은 1960년 4%에서 1980년 36%로 증가했으며, 동 기간 의과대학에서는 1%에서 30%로, 경영대에서는 2%에서 28%로 각각 상승했다.


여성은 과거에 비해 변호사-의사 같은 전문직종에 더 많이 포진해 있으며, CEO로 대표되는 '경영 관리자' 역할도 맡고 있다. 같은 서비스업 증가에 따라 경제활동 참가율도 50년전에 비해 2배로 증가했다.


지난 40년간의 경제적 변화를 종합해보면, 남성의 경우 소수 상위 계층은 더 많은 보상을 받았으나 대다수의 중하위 계층의 남성은 지위 하락을 겪었다. 대조적으로 - 여전히 차별은 존재하지만 - 노동 시장에서의 여성에 대한 처우는 과거에 비해 전반적으로 개선됐다.


이러한 변화는 결혼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결혼은 이제 미국 사회를 재구성하는 새로운 계급 구분의 표식이 되었다. 안정적인 결혼 생활은 이제 특권의 상징이 되었다.

21세기가 되자 미국인, 특히 남성은 상대의 경제적 능력을 점점 더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동시에 상대가 집안일을 얼마나 잘하는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남성의 수는 급격하게 줄었다.


저자는 안정적인 결혼 생활이 특권의 상징이 되었다고 말한다. 왜 그럴까? 이는 앞에서 언급한 경제적 변화와 관련이 있다.


저자는 남성이 과거와 달리 여성의 경제적 능력을 중시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과거 고위직 남성이 주로 자신의 비서와 결혼했다면, 이제는 자신과 비슷한 교육-소득수준의 여성을 선호하게 됐다는 거다.


비록 고소득-안정적인 직업군의 여성 비율이 증가하긴 했지만, 이 분야에는 여전히 남성이 많다. 여의사-여교수를 찾는 것보다 남의사-남교수를 찾는게 훨씬 쉽다.


고소득-안정적인 여성은 소수인데 반해, 남성은 다수다. 여성의 관심을 얻기 위한 남성의 경쟁은 치열해진다. 이 상황은 여성에게 좀 더 '괜찮은 배우자'를 선택할 기회를 제공한다.


남자들은 옛날보다 덜 마초적이고 독단적이며, 더 가정적이고 안정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 '가부장'의 역할은 버리고 파트너와 함께 미래를 기획하고 구성해가야 한다. 여성을 존중한다는 표식을 드러내야 한다. 그래야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상층부의 여성은 '한번 살아볼만한 남성'을 까다롭게 고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매칭된 두 명의 파트너는 경제적 여건에서 훌륭하다. 그리고 문화적 측면에서도 가정 친화적이고 상호 협력적이다. 이들의 결혼은 안정적이다.


모든 결혼이 다 이런건 아니다.


중간층에 위치한 여성은 상위계급 여성에 비해 선택지가 좁아지며, 하층에 위치한 여성은 선택지가 거의 전무해졌다.

노동자 계급 여성은 돈도 벌면서 집안일과 자녀 양육까지 도맡아야 하는 현실에 분노하며 실직한 남편, 열심히 일하지 않는 남편을 더 이상 참지 못한다.


근육질 몸매-마초 성향으로 대표되는 중하층 남성의 일자리는 제조업 해외이전 등으로 인해 급감했다. 그나마 남아 있는 일자리도 해고-대체가 쉬운 비정규직이거나, 충분한 임금을 제공해주지 않는다.


게다가 많은 남성들이 경제적으로 성공해야 자존감을 지킬 수 있다는 가치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뒤바뀐 남-녀 관계의 역학을 수용하지 않는다. 실직한다고 해서 아이를 돌보거나, 설겆이를 하거나, 밥을 차리거나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반면 서비스업 일자리 증가 등으로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대폭 증가했다. 준수한 교육을 받고 적당히 괜찮은 일자리를 차지한 중간층 여성은 늘어나고 있다.


중하층 여성의 지위는 옛날보다 뚜렷하게 나아진 반면, 남성은 격하됐다. 그렇지만 남성들은 자신들의 격하된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가부장'의 위치를 유지하려고 한다. 옛날처럼 가정 경제를 온전히 책임지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중하층 여성 입장에서 이들과의 결혼은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결혼을 해볼만한 남성'의 숫자가 줄어들었다.


어찌저찌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파트너를 발견한다고 해도, 잦은 해고-낮은 임금으로 인해 항구적 불안요인계속된다. 경제적 불안은 가족관계의 안정을 훼손하는 주된 요소다.


이들의 결혼 생활은 안정적이지 않다.


이 책을 거칠게 요약하면 대강 이 정도 될 것 같다. 이 책의 분량은 400페이지 정도다. 여러 실증사례, 참고문헌으로 가득하다. 특히 법대 교수인 저자들은 미국의 가족법을 심도깊게 논의-비판하면서 중-하위 계층의 결혼 생활을 반영한 법 개정을 촉구한다. 궁극적으로 경제적 불평등 해소가 전제되어야 가족관계의 안정이 가능하다고 단언한다.  


읽어볼만한 책이고 통찰력 넘치는 주장임은 분명하지만, 뭔가 아쉬운 점이 있다.





3. 책을 읽으며 든 의문점


저자는 기본적으로 상층-상층, 중하층-중하층 결혼을 가정했다. 즉, '동질혼'을 결혼시장 구성원의 행동조건으로 전제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결혼시장 참여자가 '동질혼'을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원하다는 가정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았다.


통계가 부족했다. 가장 관련있는 통계를 꼽자면 "2003년 기준 교육 수준이 비슷한 사람끼리 결혼할 확률이 55%가 넘는다" 정도인데, 이거 말고 더 구체적인 건 못 봤다. 물론 과거보다 주거비-교육비 부담이 늘었다는 점을 근거로 상류층 남성이 상류층 여성을 선호하게 됐다는 '설명'은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통계'가 없었다.


두번째는 계급 구분 방식이다. 저자는 사회 구성원을 상-중-하층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분류 기준이 모호하다. 저자는 상층을 대졸자로, 중간 계급은 고졸자 또는 가난하지 않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으로 상정한다. 그리고 하층 계급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로 고등학교 중퇴자들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대졸자이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이 셀 수 없이 많다는 거다. 미국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40%가 넘는다. 대졸자라고 고소득-안정적 직장이 보장되는게 아니라는 말이다. 게다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과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가르는 구체적이고도 객관적인 기준이 부재하다.


상층-중간에 동시에 포함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박사학위를 취득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우면 중간층인가? 얼마나 어려워야 경제적으로 어려운가? 기준이 불분명하니, 분석 과정도 세밀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통계가 좀 더 뒷받침됐다면 좋았을 것 같다. 내가 전에 다뤘던 책인 「20 vs 80의 사회」(링크)처럼 '소득'과 같은 계량적인 구분선이 있었다면 더 정치해졌을 것 같다.


그렇지만 저자의 주장은 여전히 시사점을 갖는다.


잘 배우고 많이 버는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기획'을 토대로 안정적인 결혼 생활을 유지할 확률이 높다. 반면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사람들은 주거비 부담, 실직, 가난 대물림 등으로 인해 결혼 생활이 불안정해질 확률이 높다.


안정적인 가족 관계가 사회에 중요하다면, 경제적 불평등의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4. 요즘 우리나라의 결혼


늘 그렇듯, 우리나라의 결혼 시장이 궁금해졌다. 먼저 초혼 연령부터 찾아봤다. 다 알다시피, 초혼 연령은 점점 늦어지고 있다.


통계청 - 인구동향조사


90년대만 해도, 20대 후반 남성 - 20대 중반 여성이 결혼하는 건 보편적인 현상이었다. 우리 부모님은 이 나이대에 결혼하셔서 나를 낳으셨다. 그렇지만 그들의 자녀들은 30살은 넘겨야 결혼을 한다. 평균적으로 남자는 34살, 여자는 31살에 결혼한다.


결혼에 필요한 물질적인 조건, 가령 직장-주거 준비에 소요되는 기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주위에서 종종 '빨리 장가가고 시집가야지'라고 말하는데, 그거 큰일날 소리다.


한국사회복지학회에 등재된 「결정지속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연구」는 교육 수준이 낮고 경제적 상태가 열악할수록 이혼할 확률이 높아짐을 보여준다. 또 남편과 아내의 연령이 낮을수록 별거-이혼할 확률이 높다는걸 밝혀낸다. 준비된 상태에서 결혼하는게 중요하다는 거다. 그리고 준비에 소요되는 기간이 요즘에는 늘어났다.  


초혼 연령이 늦춰지는건 문제가 아니다. 다만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결혼을 '못 하게 된다'면, 그건 문제다.


요즘 애들은 결혼을 안하는 걸까, 못하는 걸까?


# 결혼이 정말 지긋지긋하게 싫을까?


전국 출산력 및 가족 보건복지 실태조사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45세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한 통계다. 조사 결과를 보면, '비혼'을 마음먹은 사람은 생각보다 적다. 비혼을 오랫동안 다짐했거나, 결혼 생각 자체를 해본적이 없는 사람은 남성의 16%, 여성의 20% 정도다. 결혼 생각이 있거나, 한때 있었던 사람은 남성은 70%, 여성은 60%에 달한다.


나는 비혼-비출산 담론을 굉장히 많이 들었기에, 요즘 같은 세상에서 결혼은 원하는 사람이 소수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여전히 결혼을 원하는 사람은 많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걸 수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걸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그런데 이 조사 결과를 좀 더 조각내서 분석하면, 취업-교육 수준에 따라 결혼 의향 상이함을 확인할 수 있다.


전국 출산력 및 가족 보건복지 실태조사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취업-교육 수준은 경제력의 대리 지표로도 볼 수 있는데, 위의 표에도 나와있듯 직장이 있거나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결혼을 선호한다. 대졸 학력 이상의 여성 중 과반 이상은 결혼을 원한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에서 발간한 「저출산-인구고령화의 원인」은 우리나라의 결혼건수 감소와 초혼연령 상승이 외환위기 이후 급증한 고용 불안정성 확대, 주택마련 비용의 상승, 경기 부진에 따른 실업 증가에 기인했음을 증명해냈다. 결혼은 상류층의 특권이라는 「결혼시장」의 주장이 과장일 수는 있겠지만, 경제력이 핵심이라는 주장은 우리 사회에서도 설명력을 갖는다.


주목할만한 점은, 결혼을 원하지 않는 비율이 짧은 기간 동안 급증했다는 거다.


전국 출산력 및 가족 보건복지 실태조사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5년과 2018년의 결혼 의향을 비교했다. 남성과 여성 모두, 결혼을 희망하는 비율이 감소했다. 2015년 20대 남성의 80%가 결혼하길 원했지만 3년 후인 2018년, 그 비율은 60%를 겨우 넘겼다. 여성은 그 하락 추세가 더욱 뚜렷하다. 2015년 20대 여성의 70~80%가 결혼을 희망했는데, 2018년에는 20대 초반은 40%, 중후반은 50%만이 결혼을 희망했다.


여성과 남성 모두 결혼을 주저하고 있다. 가부장적 문화는 남성에게는 주거비 부담을, 여성에게는 경력 단절과 독박 육아를 선사한다. 다른 나라야 어떨지 모르겠다만, 지금 이 시점에서 애 키우는게 쉽지 않아 보인다.


집값이 너무 비싸다. 내 월급으로 집 살 생각하니 깝깝하다. 나 연봉으로 따지면 상위 20-30% 안에 든다. 그런데도 깝깝하다. 육아도 걱정이다. 우리 회사는 노동 강도가 빡센 편이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적을 것 같아 두렵다. 나는 내 자식들과 주말마다 여행도 가고싶고 평일에는 퇴근 후 배드민턴-축구하면서 놀고 싶은데, 야근이 일상이라면? 물론 결혼하고 애 낳으면 '어찌저찌 다 산다'고들 하는데. 실제로 애 엄마-아빠들 보면 행복해보인다. 그래도 걱정이 앞서는건 사실이다.


높은 주거비, 육아 부담, 장시간 노동, 잦은 회식 관행, 일자리의 양-질 저하 같은 문제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결혼, 출산이 늘어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그리고 이게 개선되지 않는 한 기존의 결혼 관계도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집에 안들어오는 아빠, 엄마와 깊은 유대관계를 형성하는건 쉬운게 아니다. 부부끼리도 마찬가지고.



# 애는 언제 낳을까? 출산 결정에 있어 경제력이 얼마나 중요할까?



대부분의 신혼 부부는 5년 내 아이를 낳는다. 신혼 부부의 83%는 결혼 후 5년 이내에 아이를 낳는다. 이 통계에 '재혼부부'가 포함되어 있음을 고려하면, 초혼 부부 대다수가 아이를 낳는다고 볼 수 있다.


시간에 따라 맞벌이 부부의 비중이 줄어드는 게 눈길을 끈다. 신혼부부 중 53%가 맞벌이로 시작했으나 5년차가 되면 45%로 그 비중이 줄어든다.


행정자료를 활용한 2018년 신혼부부 통계 - 통계청


흥미로운 점은 가구 소득과 아이의 수가 비례한다는 점이다. 통계개발원에서 발표한 「소득-자산 규모에 따른 차별 출산력」에 따르면 소득 500만원 이상 가구의 평균 출생아수는 1.8명인데 반해, 100만원 미만은 1.4명이다. 애가 3명 이상이면 금수저일 가능성이 높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그게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한 '고견'이었다.


종합해보면 「결혼시장」의 논의와 유사하게, 우리나라도 사회적-경제적 환경에 따라 한 개인의 사랑과 로맨스, 그리고 혼인 양상의 궤적이 달라짐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써놓은 걸 보면 부자들만 결혼한다라는 느낌이 들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건 아니다.



지금 그럼 부자들만 결혼하고 있는거야?



가계금융복지조사, 신혼부부 통계('19, 통계청)를 토대로 재구성


통계청에서 발표한 가계금융 복지조사와 신혼부부 통계를 뽑아봤다. 우리나라의 초혼 연령이 30대인 점을 고려해서, 30대 가구의 소득과 신혼부부의 소득 분포를 비교해봤다.


위의 표를 보면, 소득 분포 양상이 대강 비슷함을 알 수 있다. '결혼이 상류층의 전유물이다!'고 말할 근거는 없어 보인다.


다만 '결혼은 손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출산-양육에 따른 부담이 고착화되며, 주거비 부담이 완화되지 않고,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직장 내 가정 친화적인 문화가 정착되지 않는다면, 결혼과 출산은 줄어들면 줄어들었지 늘 것 같지 않다.


특히 개인주의, 자아추구가 지상명령으로 자리잡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나 같은 90년대생이나 2000년대생은 '결혼 같은 거 안하고 그냥 여러 사람 만나면서, 내 하고 싶은거 다 하면서 재밌게 살지 뭐'라고 생각하게될 가능성이 높다.


스스로의 행복을 위해 주체적으로 선택해서 비혼-비출산의 길을 걷는다면 비난할 게 아니다. 오히려 자아를 찾았다는 점에서 축하해줘야 옳다. 그런데 본인 의사와는 무관한 사회 구조적인 압력으로 '비혼-비출산'의 길에 들어왔다면 그건 문제다.


[참고자료]


결혼지속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연구 - 한국사회복지학회('09)

소득 및 자산 규모에 따른 차별 출산력 분석 - 통계개발원('10)

저출산, 인구고령화의 원인 : 결혼결정의 경제적 요인을 중심으로 - 한국은행 경제연구원('11)

인구동향조사 - 통계청('19)

가계금융복지조사 - 통계청('19)

신혼부부통계 결과 보도자료 - 통계청('19)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 - 한국보건사회연구원('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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