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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레 Aug 11. 2021

[오늘먹은것은]#9, 말복 이브

닭백숙은 생각나는 날 바로 먹어야 하는 게 제 맛

2021년 8월 9일

오늘이 무슨 날인고 하니, 말복 전 날 즉 말복 이브다.


초복, 중복 날에는 무슨 날인지도 까맣게 잊고 살다가, 한참을 지나고 나서야, 아 그날이 복날이었구나..

치킨도 못 사 먹었네.. 하고 후회를 했다.

그래서 미리 알람에 넣어두고, 꼭 말복날엔 닭 종류를 먹어야겠다고 계획까지 세웠다.

원래 음식 계획은 미리 세워두는 편인데, 다른 계획보다 실천율이 100%라는 점.

원래 다 그런 거 아니겠는가?


말복 전 날 재료를 사서 해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닭백숙을 생각하니 그날 먹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아 원래 크리스마스도 크리스마스이브에 환장하고 챙기는 편이라

말복도 비슷하게겄니


어릴 때 우리 집은 시골닭으로 백숙을 해서, 늘 양도 많고 튼실했었는데,

안 그래도 좁은 현재 사는 집에 백숙을 해 먹겠다고 큰 솥을 사는 건.. 좀 부담스럽고

게다가 그 큰 수탉을 어떻게.. 요리하겠냐며..


결국 로켓 배송으로 미리 조리된 닭백숙을 샀다.

세상 편하다. 미리 조리된 닭과 닭 속까지 완벽하게 처리가 되어있으니...!


아 그리고 우리 집은 닭백숙 먹을 때, 꼭 쪽파를 데쳐서 함께 먹었는데,

어릴 때는 닭고기를 먹느라 파의 향긋함을 모르고 살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파가 생각이 나더라. 


닭을 삶고 난 닭 육수에 파를 데쳐서, 닭고기에 돌돌 싸서 함께 먹으면

느끼한 맛이 깔끔하게 사라진다. 그리고 데친 파는 하나도 맵지 않다.


돌돌 싼 파와 닭고기를 초장에 찍어먹기도 하고, 간장과 고추냉이를 섞은 소스에 

찍어먹기도 하고 그냥 먹기도 하고.

무엇보다 손으로 파를 고기에 돌돌 싸서, 먹어야 제 맛


먹으면서도 마치 조선시대 노역하고 닭다릴 듣고 뜯어야, 고맙습니다 나으리 하는

그런 과거의 모습이 생각나야 제대로 먹은.. 느낌..!


아 잊고 있었는데, 말복이란 건... 즉 여름이 곧 끝나간다는 소리인데. 

벌써 2021년의 한 해가 절반이 지나갔다. 

(한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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