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에서 오래된 월병가게를 만나다.
난 서울을 좋아한다.
서울에는 다양한 모습들이 광범위하게 밀집되어 있는데
그중에서 특유의 오래된 서울의 느낌을 좋아하는데
마치 1960-70년대로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그 느낌.
하얀 벽돌과 꼬여있는 전선줄, 2층으로 올라가는 좁은 계단의 그 느낌
그리고 철제문 등등
마침 요즘 을지로, 종로 일대에서 레트로 감성이 대세가 되면서
오랫동안 한 곳에서 운영을 한 장소들이 다시금 인기를 끌고 있는데
좀 반갑기도 하다. 경양식 돈가스가 유행하는 그 분위기
그러던 중
시청에서 업무 미팅이 있었다. 근처에서 카페나 디저트를 사 먹을만한 공간이 있나?
찾아봤는데, 융태행이라는 월병가게를 알게 되었다.
예전 내가 면접 본 여행사 근처에 있었는데
여행사 건물이 워낙에 최신식 건물이라 그 일대를 대충 기억했는데
내 기억 속 오래된 건물은.. 보지 못했는데..
그 건물에서 가까이 융태행이라는 월병가게가 있단다.
역사가 서울 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오래되었다고 한다.
기대가 된다. 정말 맛있을 것 같다.
입구부터 느낌이 남달랐다. 정말 최신 건물들 중간에 자리 잡은 하얀 벽돌의 융태행
한자로 된 간판 말곤 별도의 배너나 이런 건 없었는데 역시 이래야.. 전통이지
월병가게라고 해서, 맛을 볼 수 있게 따로 디스플레이가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상자에 담겨 있었다. 포장된 상자로 팔고 있었는데. 랜덤박스인 줄 알았다.
게다가 한자로 적혀있어서..
읽을 수도 없고.. 블로그로 좀 대충 뭐 파는지 알고나 올걸... 생각했는데
마침 사장님이 오셔서 직접 설명해주셨다.
크게 1) 견과류, 2) 팥, 3) 대추 세 가지 맛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부용고라는 계란을 튀긴 과자가 있었고, 호두 쿠기가 있었는데
가격이 5-6천 원대라..
나도 모르게
다 구매했다.
월병 플렉스를 해버린 날
가방 가득 월병 상자를 넣고 미팅을 했는데
미팅 업체 분들은 내 가방 안에 책이랑 노트북이 있는 줄 아시더라.
다 월병이에요... 메모지도 까먹고 안 가져.. 갔다.
미팅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서
바로 월병 상자부터 꺼내서 맛보았는데
찐~덕하니 달달할 줄 알았는데, 그 반대로
퍽퍽하고 건조했다. 그렇게 안 달았는데
그 부분이 좋았다. 담백하니 우유랑 먹으면 좋을 것 같았다.
월병은 중국에서 중추절에 선물로 나눠 먹는다고 한다.
대충 나도 그렇게 들어서, 이름만 알았지 맛은 처음 맛보는 건데
생각보다 다른 맛에 흥미로웠다.
그리고 생각보다 배부르다는 점.
근데 아무래도 기억에 남았던 건
오래된 가게를 찾아서, 나보다 더 오래된
월병을 맛보았던 그 과정이 특별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