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빵 사이에 살포시 들어가 있는돈가스
과거 고등학생 시절, 일본 드라마 '런치의 여왕'에서 주인공이,
가츠 산도(돈가스 샌드위치)를 만드는 에피소드가 있다.
그때는 일본이 돈가스의 나라인 건 알았는데, 저렇게 빵에 넣어서도 먹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호기심이 갈 뿐, 그 이상으로 먹어보고 싶다거나,
만들어 먹어보아야겠다는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때 당시엔 가츠 산도를 파는 곳도 없었고,
딱히 맛도 왠지 예상이 가는 그런 느낌이었을까?
(그냥 샌드위치엔 햄만 들어가면 됐었던 시절~)
그런데 최근 들어서, 성수동을 비롯해서 여기저 긱 가츠 샌드를 만드는 곳이 생겼다.
물론 SNS를 통해서 알게 된 거고, 즐겨가는 식당에서도 하나, 둘씩 생기더니
망원동, 연남동을 중심으로 돈가스를 파는 곳에 가면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와 함께 연남동에서 빵을 사고 돌아오는 길에
두께가 어마어마한 계란말이를 힘겹게 굴리고 있는
계란/가츠 샌드의 샌드 가게의 직원분을 보았다.
직사각형 창문 프레임 안에서 열심히 계란을 굴리고
돈가스를 튀기고 있는 모습과 기름 냄새와 계란말이의 향이
이제까지 궁금하지도 않았던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아 물론~맛은 있겠지~ 하고 나중에 사야지 하고 돌아설 수 있었으나..
결국 이런 비주얼을 하고 있으니 결국 사고 마는구나...
하고 샌드 가게로 곧장 진입했다.
(심지어 그날 밥도 많이 먹은.. 날)
오후에 먹어야지 하고
계란 샌드 1개, 가츠 샌드 1개, 가츠+계란말이 샌드 1개
총 3개를 사고 집으로 돌아왔다.
식빵의 포슬포슬한 식감과 가츠의 바삭한 식감이 조화를 이루었고
한 입 베어 물때마다 사라지는 조각들이 너무 아까울 정도로 맛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킬링 포인트였던 메인 소스인 '겨자소스'
이제껏 그냥 빵 위에 돈가스만 덜렁 올려서 먹는 건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ㅎ
겨자의 알싸함과 매콤함과 바삭함 그리고 그 모든 맛을 잡아주는
식빵의 맛이 전반적으로 맘에 들었다. 간식으로도 괜찮고 식사로도 괜찮은 듯
그리고 계란말이 샌드도 상당히 맛있었는데,
이 맛은 뭐 편의점에서 먹었던 계란 샌드위치랑 비슷해서 더 이상 설명은 안 함
길거리 샌드가 이런 맛인데
식당에서 본격적으로 만들면 진짜 맛있겠구나.. 하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호기심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먹어보는 것도 괜찮겠다..라는 작은
느낌도 딸려왔다.
오후에 먹어야지 했던 샌드 3개는.. 그날
이른 오후에 다 먹어치워 버렸다.
이제 준비가 됐다. 더 큰 식당에 가서 더 큰 샌드를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