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이스탄불 돌아다니기.
#Salt Galata
트램을 타고 ‘Karaköy İstasyonu’ 역에 내려서, 갈라타 타워 쪽으로 걷다 보면 ’Salt Galata’라는
도서관과 현대미술관을 만날 수 있다. 과거 은행이었는데, 지금은 도서관이랑 현대미술관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나도 추천을 받아서 가게 된 곳.
지형이 워낙에 언덕이 많다 보니, 나도 모르게 언덕을 걷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도 Salt Galata는 생각보다 가깝다. 트램 정거장에서 내려서 걸어가면 한 5분 정도?
현재는 도서관으로 쓰이고 있다고 해서, 나도 가서 책이나 좀 읽을까? 하고 노트북을 챙겨서 활기차게 갔는데, 내가 갔을 때 한 오후 12시였다. 그런데 내가 앉을만한 곳은 없었다.
좋은 자리와 공부하기 좋은 테이블에는 학생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공부를 하고 있었다.
역시 학생들은 부지런하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딱! 유럽! 느낌이 나는 홀… 그리고 사각사각 종이에 글이 써지는 소리, 소곤소곤 대화하는 학생들의 소리, 타닥타닥 타자를 치는 소리가 들렸다.
한국과는 비슷한 분위기이지만, 이런 오래된 건물과 오래된 책냄새 그늘이라 살짝 서늘한 기온.
그리고 살짝 밝은 조명과 곳곳에 설치된 스탠드 조명. 그리고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뭔가
전혀 다른 느낌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 같았다.
오 나도 이런 곳에서 작업을 해볼까? 하고 1층, 2층을 돌아다니며 남은 좌석이 있나? 하고 찾아봤지만,
없다. 없어. 아침에 줄 서서 오지 않는 이상… 내 자리는 없을 것이 분명한 느낌.
근데 눈에 들어오는 것이, 유럽과 튀르키예는 소지품을 두고 자리를 비우면 안 된다고 알고 있는데,
여기는 책상에 개인 소지품(노트북)이 있고, 자리에 사람이 없었다. 괜찮나? 하고 생각이 들었는데,
사실 들어오기 전에 입구에서 보안 검사를 따로 진행한다. 그러니 안전하다는 뜻.
아쉽게도 원래의 목적이었던, 2시간 작업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이런 멋진 곳에 잠시나마 앉아있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지하로 내려가면, 과거 은행으로 쓰였던 흔적을 발견할 수도 있는데…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
참고해서 방문해도 좋다. 아 물론 무료!
#고등어케밥
원래의 계획이라면, 도서관을 방문하고… 작업하고.. 점심을 먹으러 (한인민박에서 추천받은) 요즘 엄청 핫하다는 고등어 케밥집에 방문하는 것인데, 도서관에서 자리도 못 잡아서, 생각보다 일찍 고등어 케밥 집에 방문했다. 11시 40분 즈음에 도착했는데, 한창 오픈 준비 중이라서… 근처나 돌아보고 와야지… 생각하고 근처를 배회했다. 그리고 12시(오픈시간) 3분 전에 도착했는데… 아직도 준비 중.
“사장님. 언제 오픈하나요?”
라고 어설픈 영어로 물었는데, 12시라고. 엥? 지금 12시인데요? 사장님 끄덕끄덕.
그러더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하시더니, 고등어를 굽기 시작했다. 12시 오픈이라고 해서, 그전에 가면 미리 대기해서 12시에 만들어진 고등어 케밥을 먹겠거니 했는데… 그게 아니라 12시부터! 굽는 것이었다.
어쩔 수 있나… 기다려야지. 맛집이라 소문이 나서, 대기 시간이 30분 이상 걸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케밥이면 회전율이 빠를 텐데… 30분이 넘게 걸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보니
12시부터 고등어를 굽기 시작하는데, 한꺼번에 많은 양의 고등어를 굽는다.
1차, 2차, 3차까지 뒤집으신대, 그 과정이 나름 오래 걸린다. 게다가 앞, 뒤로 구우시고는 뼈를 발라내시는데, 그러다 보니 30분이 넘는 건 당연해 보였다.
가기 전에 다녀오신 분이 꼭 두 개를 시켜서 여유 있게 먹으라고 했다.
그래서 두 개를 주문했다. 그릴판에 올리브오일을 바르고, 그 위에 고등어를 굽고.
1차로 뒤집고 생선뼈를 바르고, 2차로 다시 굽고.
그리고 구워지는 동안 톰빅(빵)에 야채와 향신료로 준비를 하고…
고등어가 구워지면, 고등어를 야채 위에 올리고는 돌돌돌 만다. 그리고 다시 한번
케밥 그 자체를 그릴에 올려두는데, 덕분에 불맛도 나는 듯.
고등어 케밥이라고 해서 비린 맛이 나지는 않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비린 맛이 없었다.
사장님께서 향신료를 거침없이 팍팍 뿌리셨는데, 의외로 향신료의 맛이 강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담백하니 소소하게 올라오는 불 향과 고등어의 고소한 맛의 조화가 좋았다.
느끼함도 없이 담백하니, 무난하게 누구나 좋아할 법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케밥을 받기 위해, 가게 안에서 콜라를 마시면서 대기하는데
가게 앞으로 족히 30명이 넘는 대기 인원이 생겼으니 말이다.
#차이
이스탄불에 오기 전 걸렸던 감기는… 절대 나을 기미가 안 보였는데… 그도 그럴 게…
낮에는 더운데 밤에는 추워… 그늘에 가면 더럽게 춥다. 예전에 1월에 겨울 로마를 간 적이 있는데,
낮에는 더워서 반팔을 입을 정도였다. (물론 햇빛 아래에서만…)그런데 그늘에만 가면 오들오들 떨었는데… 그때의 로마가 떠오르는 날씨였다. 한 마디로 미쳤어요. 날씨가
완전 앗 뜨거워! 앗차거!라고 할까…
(그래서 감기가 좋아합니다.)
아무튼 덕분에 감기는 낫지를 않았는데… 원래는 이스탄불에 가면 튀르키예식 커피를 1일 1 커피 해줘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커피를 마시면 목이 건조해지니… 편도염에는 극약인 셈. 그래서, 따뜻한 음료나 물을 마셔야지라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차이가 떠올랐다.
튀르키예에 가면 정말 차이(차)를 정말 아무 데서나 만날 수 있는데, 카페에 가서 차이!라고 외치면 없는 곳이 없음. 그만큼 튀르키예 사람들이 자주 마시는 것 중 하나. 정말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야외석에 앉아 차이를 마시는 사람들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향긋한 차이의 향이 몸을 녹여주기에는 충분했으나, 목을 진정시켜주지 않았다.
당연하다. 차이에도 카페인이 있으니…(이럴 거면 커피를 마실 걸 그랬나요?)
그런데 어떻게 맛있는 걸… 각설탕 두 개 넣으면 진짜 달달하니… 여행의 노곤함이 사라진다.
이스탄불에 다녀와서도 생각나는 것 중 하나가 되어버린 차이…
잘 지내니? 차이야?
#파리에서 온 친구
감기에 정신을 못 차린 나. 그래도 의외로 시차적응에는 성공했다.
아마 비행기에서 약기운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자서 그럴지도 모른다.
아무튼 감기 기운에 나가고자 하는 의지마저 사라졌을 때…
치앙마이에 있을 때. 너 있을 때 이스탄불에 가겠다고 해서 오라고 했다.
(그때는 내가 컨디션이 좋았고…)
아무튼 친구가 오전 10시 이스탄불행 비행기를 탑승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그를 데리러 숙소에서 탁심광장으로 향했다.
저녁 7시… 내가 묵는 숙소는 언덕 아래에 있었고… 탁심광장은 언덕 위에 있었다.
올라가면서 … 내가 지금 등산을 하고 있나요?라고 했을 정도의 언덕.
아무튼 그를 데리러 탁심광장에 갔다. 왜 갔냐면, 그는 어마무시한 길치…
행여 테러단체에 휘말릴까 봐.. 걱정하는 그였다. 그래서 데리러 갔다.
차이 한 잔 딱 마시고… 하바버스(공항버스) 하 차장으로 향했다.
저 멀리 거대한 대형 캐리어를 끌고 오는 그가 보였다.
27인치 캐리어. 두 개…. 그렇다 그는 부자였다. 캐리어 한 개는 쇼핑한 옷으로 가득했다.
아무튼 그를 만나고… 그를 호텔에 데려다주었다. 호텔이 아니다 사실 호스텔이다.
2인 1실이라고 해서 우리는 싱글침대 두 개가 있는 곳인가? 했는데.. 더블침대 하나였다는 사실…
그렇습니다. 친구는 처음 보는 사람과 한 침대를 써요.
(남일이라 너무 재밌었음. 기침하는 와중에 웃느라 사레들렸습니다.)
아무튼 호텔에 짐을 풀고, 우리는 이스티클랄 거리를 걸어 갈라타타워 부근까지 갔다.
의외로 탁심광장에서 갈라타 타워까지 그리 멀지 않았다.
내가 이때 안 사실은 이스탄불에는 아직 식당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이 있다는 것.
우리는 아야 소피아 성당이 보이는 루프탑 바에 도착했고, 피자와 맥주 나는 차이를 시켰다.
근데 옆에서 빽빽 피워대는 담배 연기에, 피자 맛보다 담배 연기에 정신을 못 차리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서 결국 한 시간도 채 못 채우고 우리는 루프탑 바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다시 이스티클랄거리를 걸었는데, 감기 기운에 정신을 못 차린 나는 친구에게 미안하다고 하고 숙소로 먼저 돌아왔다.
#한인민박의 사람들.
한인민박의 장점? 한식을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안전하다? 그리고 한국어를 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좋은 점은 여행을 하고 있는 한국인들을 만날 수 있다.
왜 굳이 타지까지 가서 한국인을 만나냐고 할 수 있는데… 나는 그렇다. 해외에 나오면
한국어가 그리워지기 시작한다. 그냥 그랬다. 한국어로 대화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혼잣말을 많이 하게 되었는데…
아무튼 한인민박 그 특유의 감성이 있는데, 밤늦게까지 모여 자신이 다니던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그런 감성말이다. 이름도… 나이도 묻지 않고 지금 자신이 어디로 향하는지… 어디를 돌아다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새벽 2시가 되는 게 다반사다.
아무튼 이번 한인민박에서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퇴사를 하고 온 사람. 간호사 일을 하다가 잠시 쉬려고 오는 사람. 목적 없이 돌아다니는 사람 등 정말 다양했다.
예전 처음 유럽여행을 갔을 때 나는 25살이었다. 그때 당시 30대 형이 밥을 사준 적이 있었는데
이제는 내가 사줄 나이가 된 것이다. 기분이 이상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묘한 감정이 든 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