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었던 파르페 대신 선택한 '애플크림빵' 대안치곤 훌륭했다.
토요일 낮. 오랜만에 친구와 합정을 찾았다.
비주얼이 남다르다는 파르페를 전문으로 하는 카페가 있어서, 찾아갔는데.
이게 웬걸, 대기줄이 말 그대로 어마어마했다.
가게 입구부터 골목길 초입까지 이어진 대기줄을 보아하니
내 차례가 오는 건 아마 3시간 뒤이지 않을까 싶었다.
웬만해서는 맛집 대기를 포기하지 않는 성격인데, 저 줄은 안 될 것 같았다.
개인적인 기준으로 대기를 안 하는 곳은 술집과 카페다.
술과 커피… 절대 알 수 없는 대기의 끝이다.
저 3시간을 기다릴 바에는 그냥 일본 도쿄에 가서 파르페를 먹는 게 더 빠르겠다고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깔끔하게 포기하기로 한다.
다음에 그냥 평일에 오기로.
그렇다면 갈 곳이 없는가?
합정을 10년 넘게 찾아온 나에게 그런 경우는 없다.
그냥 툭 치면, 아 거기 맛있어요!라고 할 정도.
우리가 찾은 곳은 합정 메세나폴리스 근처에 있는
‘빌리프 커피 로스터리’
한 때, 분위기가 좋아서 자주 찾았던 곳.
매장도 넣고, 디저트류도 맛있어서 자주 찾았다.
그런데 최근 여기서 ‘애플크림빵’을 파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커스터드 크림이 어마어마한 곳이라고.
혹시나? 주말인데 내 몫의 애플크림빵이 남는가? 걱정했지만, 다행히 많이 남아있었다.
3시간 대기에 쓰라린 내 마음을 달래주는 것 같았다.
이곳에서 파는 티라미수도 상당히 맛있는 편인데, 봄이고 하니까 딸기 티라미수를 주문한다.
바삭하고 두터운 페스츄리를 반으로 가르면
풍성한 커스터드 크림이 주욱 하고 빠져나오는데
누가 볼세라 포크로 크림을 먼저 떠먹는다.
부드럽고 달달한 크림 속 느껴지는 시나몬 향.
역시 비주얼 몫을 하는 맛.
바삭한 페스츄리를 포크로 갈라서, 크림을 찍어 먹는다.
반으로 자른 페스츄리 속에서 나온 사과 절임.
역시 시나몬 향이 듬뿍 배어있다.
그렇게 정신없이 먹고 나면, 은은하게 흐르는 버터의 맛이 혀를 감싸는 듯하다.
이럴 땐 아메리카노지.
3시간 대기? ‘애플크림빵’으로 다 잊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