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시처럼 : 어떤 희망
철쭉꽃 앞에서, 나도 멈췄다.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내던 나날들 사이,
조용히 잊고 지낸 희망 하나가 마음을 흔들었다.
잔잔하게 빛나는 강변을 거닐다,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철쭉꽃을 만났다.
고운 자태로 얄밉게 빛을 뽐내는 그 앞에
나도 한참을 멈춰 서 있었다.
활짝 핀 꽃,
이제 막 봉오리 진 꽃,
그리고 시들어 고개 숙인 꽃.
그 앞에서 문득,
나의 시간을 떠올렸다.
매일같이 생계를 책임지며 버텨온 삶.
나 자신을 들여다볼 겨를도 없이 흘러간 시간.
'나는 언제쯤 나를 위한 삶을 살게 될까.'
그렇게 오래도록
조용히 숨 쉬던 희망은
어느새 기다림에 지친 억울한 마음으로 자라나 있었다.
그날, 철쭉 앞에서
내 안에서 조용히 자라던 희망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리고 이렇게 적었다.
어떤 희망
어떤 희망은
한줄기 꽃을 피우기 위해
설렘 가득한 봉우리를
조심스레 틔워낸다.
어떤 희망은
세상의 모든 영화를 머금은 듯
고운 자태를
자랑하듯 드러낸다.
어떤 희망은
한 번 꽃을 피워낸 뒤에도
다시 꽃 피우리라
작은 약속을 남긴다.
어떤 희망은
기나긴 고통과 인내 끝에도
꽃을 피우지 못한 채
조용히 고개를 떨군다.
- 심우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