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에 지친 여름, 4월의 희망을 떠올리다

우연히 시처럼 : 어떤 희망

by 심우연

철쭉꽃 앞에서, 나도 멈췄다.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내던 나날들 사이,

조용히 잊고 지낸 희망 하나가 마음을 흔들었다.


잔잔하게 빛나는 강변을 거닐다,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철쭉꽃을 만났다.

고운 자태로 얄밉게 빛을 뽐내는 그 앞에

나도 한참을 멈춰 서 있었다.


활짝 핀 꽃,

이제 막 봉오리 진 꽃,

그리고 시들어 고개 숙인 꽃.


그 앞에서 문득,

나의 시간을 떠올렸다.


매일같이 생계를 책임지며 버텨온 삶.

나 자신을 들여다볼 겨를도 없이 흘러간 시간.


'나는 언제쯤 나를 위한 삶을 살게 될까.'


그렇게 오래도록

조용히 숨 쉬던 희망은

어느새 기다림에 지친 억울한 마음으로 자라나 있었다.


그날, 철쭉 앞에서

내 안에서 조용히 자라던 희망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리고 이렇게 적었다.




어떤 희망


어떤 희망은

한줄기 꽃을 피우기 위해

설렘 가득한 봉우리를

조심스레 틔워낸다.


어떤 희망은

세상의 모든 영화를 머금은 듯

고운 자태를

자랑하듯 드러낸다.


어떤 희망은

한 번 꽃을 피워낸 뒤에도

다시 꽃 피우리라

작은 약속을 남긴다.


어떤 희망은

기나긴 고통과 인내 끝에도

꽃을 피우지 못한 채

조용히 고개를 떨군다.


- 심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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