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졌다
열여섯 번째 일기
날씨가 추워졌다. 집에 보일러를 돌린다.
만수무강은 대체로 침대 위에서 생활한다. 출근길에도 길고양이를 보았다. 예전에는 기껏해야 한 달에 두어 번 멀리서 목격하는 게 전부였던 작은 동물이 요즘 갑자기 부쩍 늘어났다. 개체 수 조절에 실패한 걸까. 골목을 지나는데 담벼락 너머에서 고양이 두 마리가 번쩍 나타나더니 훌쩍 내려왔다. 제법 높은 담이었는데도 망설임이 없었다. 자신감 넘치는 태도였다. 두 마리 모두 안정적으로 착지했다. 하나는 갈색과 노란색과 흰색이 뒤섞여 얼룩덜룩했고, 다른 하나는 만수무강처럼 흰 몸에 노란색 줄무늬가 있었는데, 몸과 꼬리를 밀착하고 서로 애틋하게 얼굴을 비비는 모양새를 보아 애인이나 부부 사이처럼 보였다.
문득 고양이들에게도 애인이나 부부, 가족, 친구 따위의 관계 개념이 있을까 궁금해졌다. 인간만이 감정을 가지고 다른 존재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는 것은 비약한 주장이다. 동물들도 가정을 이루고 친구와 어울리며 제각자 인사법과 축하 방식과 애도 방식이 있다. 저마다 집단 규칙을 가지고 살아간다.
고양이는 독립적이어서 새끼들도 어느 정도 자라면 어미의 보살핌을 벗어나 홀로서기를 한다. 어미 고양이는 새끼가 너무 약하거나 모종의 이유로 떨어진 새끼는 포기한다고 들었다. 그러나 며칠 전에 본 다큐멘터리에서는 어미 고양이가 한쪽 다리가 기형인 채 태어나 걷지 못하는 새끼를 내내 핥아주고 목덜미를 물고 다니며 챙기는 모습이 나왔다. 팔십억 명의 인간이 모두 다르다면 수천 마리의 고양이도 전부 다른 것이다.
어쨌든 짐승이라도 인간보다 나은 구석은 분명히 있다. 때로는 인간이 가장 덜 진화한 짐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