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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야사 Aug 19. 2022

어디에선가 외로운 여우가 우나 봅니다.

자작시


그날은 빗방울이 갑갑한 구름을 탈출하듯이

아니면 땅바닥에 제 얼굴을 박으러 오는 건지,

여하튼 비가 참 많이도 내렸습니다.


나는 당신의 뒷모습을 보았습니다.

온몸이 빗물에 푹 젖어 방황하는 걸음이었지요.

서둘러 달려가 당신의 옷소매를 잡았습니다.


왜 그리도 서글픈 눈을 하고 웃었던가요.

슬픔인지 권태인지 발버둥인지 모를 눈빛을 하고,

비가 많이 내린다고 말하던 목소리를 기억합니다.


또한 당신의 몸을 업고 걷는 동안 나 역시도

소리 없는 눈물과 눈물 없는 울음에 젖어들었고,

해가 밝은 날 다시 마주한 당신은 맑았습니다.


한껏 앓았더니 기력이 쇠했나. 그래서 투명해졌나.

당장이라도 증발하여 구름을 가르는 여우볕 속으로

불쑥 사라질 것처럼 그렇게 굴기도 했습니다.


오늘도 어느 산속에서 외로운 여우가 우나 봅니다.

어디에선가 그렇게 아무도 모르는 눈물이 지납니다.

나는 오늘도 당신을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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