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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야사 Nov 25. 2022

세상은 어디에서

자작시


오후 햇볕 아래 살아지는 숨은 어디에서 왔는가.


나는 한없이 세속적인 인간이고

지극한 현실을 눈 감고 살아가면서도


어느 날에는 그런 장황한 고민에 잡힌다.


가령 나의 근원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저 사람, 저 구름, 저 강아지, 저 나무, 저 풀꽃,

저 생명의 근본은 어디에 있을까. 그런 생각.


조금도 쓸모없는 고민이 내게는 중요했다.

그러나 그것을 알게 된 날은 없다.


심장인가 뇌인가.

아니면 감정이라는 무언가인가.

아니면 애초에 시작이나 끝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가.


생명은 그저 살아있기에 살아간다.

생의 가치나 의미를 따진 적은 없다.

애초에 그런 건 기준조차 전무해서

겨우 하나의 생명체인 내가 정의하기엔

그것들은 너무 거대하고

애당초 있었던 적도 없으므로.


가을바람 속에서 착륙하는 낙엽은

어디에서 왔고 또 어디로 사라지나.

그리고 다시 어디에서 어떻게 올까.


내 발치에 고요히 잠든 모래알마저

언젠가는 태어났고 또한 사라질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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