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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야사 Aug 17. 2023

사랑하는 자네

자작시


사랑하는 것이 생기면 붙잡고 싶어진다

두 손을 뻗어 품에 가득 안고 놓아주지 않는다

하지만 막상 사랑하는 존재가 앞에 나타나면

그것을 놓칠까 봐

사랑이 떠나고 상실의 바다에 풍덩 빠질까 봐

허우적거리다가 가라앉을까 무서워 얼른 피한다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고 꿈은 저 멀리 떠나고

덩그러니 남겨진 채로 흩어지는 구름만 바라본다

사랑이 비단 평생 동반의 약속이던가

우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서로를 사랑하고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이와 영혼으로 사랑하고

사람이 아닌 것 살아 있지 않은 것도 짝사랑하니


결국 내 손을 떠날 거라면 나를 사랑하지 말아라

끝내 품에서 벗어나 사라질 거라면 내게 오지 말아라

그런데도 자꾸만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연모한다

정인 잃은 외톨이처럼 홀로서기하며 거리를 걷는다

사랑했던 존재를 하나 둘 떠올리고는 그저 웃는다

그래 또 이렇게 아무도 모르는 사랑 하나를 더 한다


사람은 사랑해야 산다고 했다

사랑하는 건 싫지만 사랑을 하나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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