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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야사 Jan 31. 2024

위대하여라 위대하거라

자작시


우리는 위대하지 않아

무언가 다르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섣부른 자기애

인간은 때로는 지나치게 자기 자신을 추양하곤 한다

남들보다 특별하다고 착각할 뿐


무언가를 읽거나 생각하거나 쓰기에 착각할 뿐

적어도 멍청한 사람이 되는 것보단 나아

하지만 읽고 생각하고 쓴다고 똑똑해지지 않는 것은 인간

나는 한 명의 현명하지 못한 인간일 뿐


생각하기에 존재한다 말하지

나는 니체가 아니고 우리는 그렇게 될 수도 없고

다만 그 시절 니체도 그저 니체였을 뿐

인간은 모두 똑같던가 혹은 똑같이 멍청하던가


우리는 가로등 조명 아래에서 시를 읊어

가끔 소설도 쓰지 세계를 창조하는 건 어려운 일

만들다 버리고 떠나버린 신의 마음도 이해해

인간이 신의 파생작이라면 신도 우리와 닮았겠지


하나의 글을 써 모두가 박수를 치고 눈물 흘려

나는 잘 모르겠다 달빛 차 대신 음미하는 인간의 마음은

차라리 불안장애와 우울증이 내겐 더 가깝겠어

다만 그조차도 멍하니 관조할 뿐


위대한 개츠비 노인과 바다 동물농장 죄와 벌

사실 고전문학은 잘 모르기에 부끄럽다

외국 작가도 한국 작가도 문학의 감성은 특이한 끝맛

적어도 한국에서는 유명해질 수 없겠지


너와 나는 위대하지 않은 인간

똑같이 생각하고 살아가다가 이내 잠겨버리는

나 스스로가 만들어낸 뒤틀린 세계와 견고한 틈새에 끼어

흐물흐물 녹아 사라져 버리는


나약한 마음 어수선하게 뒤섞인 마음은

사실은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었다

오늘은 유독 머리가 맑다며 가로등을 우러러 물을 마시고

역시 밝은 태양 아래에서 마시는 차가 감미롭다며 웃겠지


우리의 웃음은 화창하고 맑을 것이다

그저 그런 비유나 지나치게 과장된 말을 늘어놓으면서

사실은 나도 설명할 수 없는 나의 글과 상념들

흔해 빠진 표현법은 마음에 들지 않아 벅벅 지워버려


뛰어난 천재가 되고 싶었다

훌륭한 업적을 남긴 위인이 되고도 싶었지

나는 그저 부끄럽지 않은 자식이 되기도 힘든 이 처지

위대하지 않은 우리는 오늘도 착각하며 살아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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