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한 구멍의 흔적을 가리려 괴로울 정도로 애쓸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부터 조금씩 품기 시작한 것이었다. 아마 중학교 때. 열여섯 살 때 국어 선생님과 함께 글쓰기 동아리를 하면서 수많은 글을 천천히 꿰매는 과정에서 탄생한 문장이었으리라.
보기 싫은 흉터는 많다. 그건 상처일 수도 있고, 기억일 수도 있고, 후회나 수치스러운 감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로지 나만이 볼 수 있고 나만이 신경 쓰는 흔적이기도 하다. 설령 흉터가 맨살에 고스란히 보인다 해도 그건 딱히 부끄러워할 일도 아니다. 그런데 어째서 나는 그 흉터를 내가 지나온 과거의 기록, 시간의 흔적, 인생의 발자국으로 남길 생각은 하지 않았던 걸까. 모든 건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 했는데.
망각은 자유롭다. 서서히 잊어가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그렇지만 언젠가 몸과 마음에 만들어졌던 구멍의 흔적은 계속 간직하려 한다. 기억하려 한다. 그리하여 나는 나에게 조금 더 자랑스러운 사람이, 세상에게 더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