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화와 SNS에서 많은 글을 보았다.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방법, 과거의 나에게 반드시 해주고 싶은 말, 삶이 힘들 때 읽어야 하는 명언, 주저앉고 싶은 당신을 위한 위로와 조언, 후회 없는 청춘을 보낼 수 있는 방법 등등.
세상에는 같은 사람을 향한 좋은 글과 좋은 말이 참 많다. 공감하기도 하고 위로받기도 하고. 언젠가 이런 글을 써서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방향을 알려주고 싶다는 주제넘은 마음도 들고.
하지만 때로는 그런 생각도 든다. 아무리 좋은 글이고 좋은 말이라도, 인생은 책으로 배울 수 없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직접 겪어야만 얻을 수 있는 게 생각보다 많았다. 그래서 싫기도 하다. 힘든 일을 겪지 않아도 여러 고비를 넘긴 사람처럼 강인하고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 쉽게만 살아가는 인생도 때로는 아주 달고 재미있다. 물론 쉽게 살아온 적은 없지만.
책의 구절, 영화의 대사, SNS의 문장, 유명인과 위인의 말에 이입하지 않아도 인생은 계속 흘러간다. 그들은 내가 아니고, 나는 그들처럼 성공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모처럼 세상에 태어났으니 최대한 행복하게 1인분의 삶을 살다가 갔으면 좋겠다는 소박하고 거창한 바람이 있을 뿐이다. 많은 조언과 문장과 연설은 거친 항해에서 길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잠깐씩 꺼내는 나침반이다. 그 나침반에 의존해서 길을 찾다간 정작 내가 원했던 길을 놓칠 수도 있으니.
마지막에는 나의 선택이 내 인생이 되어버린다. 그렇게 무료하고 담담하게 살아진다. 어쨌든 삶은 지금도 계속 지나가는 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