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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야사 Mar 04. 2024

전나무

자작시


너는 어디까지 볼 수 있니


추운 겨울날 나뭇잎이 없는 너는 아주 크고 깡마른 사람처럼 보였지


앙상한 나뭇가지는 흐리고 탁한 갈색으로 흔들리고


너의 정수리는 언제나 하늘에 걸쳐 달처럼 일렁일렁


어린 시절에는 너를 타고 올라가 달을 따 먹고 싶다고 생각했었지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너는 같은 얼굴로 우뚝 서서 바람만 솨아아


비가 내리면 가느다란 잎에서 물이 톡톡 떨어지던 때


크고 깡마른 너의 맨 아래에서 나는 눈물 없이 조용히 울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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