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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야사 Jun 02. 2024

나방

자작시


외로운 나방의 마음을 누가 아는가

나비와 한 글자 차이임에도

꽃 주변을 팔랑거리는 나비는 아무도 죽이지 않으려 하는데

얄팍한 몸으로 날개를 퍼덕이며 예쁘게도 나는데


두툼한 몸에 으슥한 밤에만 모습을 드러내는

마치 해충 같은 날개를 퍼덕이는

나비와 달리 어딜 가도 좀처럼 환영받지 못하는

외로운 나방의 마음을 생각한 적이 있는가


아아 구름에 가려 밤하늘에는 달이 없다

쏟아지는 빛에 떨어지는 눈물 누가 볼 일도 없다

화창한 하늘에 꽃잎에 앉은 나비가 될 일이 없다

몸뚱이가 우지끈 밟혀 죽어도 바람에 날아가기만 할 테지


한 번쯤은 나비가 되고 싶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방으로 태어나 나비는 되지 못한다

그림자의 열기는 낮의 참혹함을 버텨내지 못할 것이다

눈이 그대로 타버려 영원한 어둠 속을 살게 될 테니


그러니 가끔은 외로운 나방의 마음을 생각해야 한다

나방이 나타나 파리채로 내리쳐 죽일지언정

창문을 열고 몸을 쳐서 아늑한 공간에서 내쫓을지언정

어울리지 못하는 나방의 외로움을 누군가는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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