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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야사 Sep 22. 2024

그늘 아래에서

자작시_59


바람이 설익은 냄새가 날아온다


그늘 아래 몸을 숨기고 햇볕을 피해 본다

나뭇가지 어딘가에서 들리는 새의 울음소리

아무리 살펴도 새의 몸통은 보이지 않는다


문득 생각한다

새의 울음이란 무엇일까

지저귀는 소리가 아니라 정말로, 우는 소리


짐승 속에도 분명 슬픔이 있다

목구멍 너머에서 꺼이꺼이 울어대는 소리

보이지 않는 눈물, 상실의 공허감


어미소는 팔려간 새끼를 향해 운다

송아지를 실은 트럭이 사라진 곳을 향해

그리도 서글프게 울고, 울고, 운다


허공에 메아리치는 눈물에 뒤꿈치가 젖어

할아버지는 팔려간 송아지를 찾으러 가시고

웃돈을 주고 송아지를 데려왔다


슬픈 것들은 모두 눈물 흘리며 산다

저 멀리 들판에서 불어오는 바람에도 배어든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어떤 이의 울음소리


바람이 어룽진 냄새가 흘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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