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겨울방학을 끝내고 학교와 어린이집으로 등교, 등원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제 나도 해방이다!' 외쳤던 그 반가웠던 3월이 벌써 다 끝나간다. 생각해 보니 매월 찾아오는 3월은 잔잔한 긴장과 설렘의 연속이었다. 새로운 반에서 좋은 친구들과 무리 없이 적응해 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내내 가슴 졸였던 겨울의 차가운 바람이 슬며시 녹아내리고 여유를 찾아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있다.
아이들이 없는 오전은 이제 읽고 싶었던 책도 실컷 읽으면서 그리고 밀린 집안일과 하루의 중요한 일들을 마무리하면서 그렇게 한 템포 쉬어 갈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고 있다. 우후죽순 생각 나는 일들이 많아서 괴로웠던 시간을 정리하고 하나씩 차곡차곡 쌓아가면서 이 시간들을 잘 만들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조급하게 흘러갔던 시간들은 가족구성원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종종거리면서 지내다 보니 어떤 마음가짐과 행동들이 필요한지 잊고 살았던 것 같다. 하나씩 내려놓으며 길게 보고 그 자리에서 그날 하루 최선을 다해 살았으면 그 자체로 괜찮은 하루였다는 생각으로 살아야지라는 얄궂은 자기만족의 시간을 가져본다.
마음의 여유를 찾으려 노력하다 보니 감사한 일들과 문득 생각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렇게 불현듯 떠오르는 지나간 인연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넌지시 메시지로 전달해 보기도 했고, 오랫동안 못 봤던 친구들에게 연락해서 만나자고 먼저 약속을 잡기도 했다. 지나고 생각해 보니 내 곁에 있던 어느 작은 하나의 인연조차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저 너무 익숙해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지 못해서 이제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바쁘고 분주했던 마음에 애써 여유를 찾으려 노력했던 결과가 아닐까 싶다.
3월은 여러 가지로 설레는 봄의 첫 달이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된 큰 아이는 어느 날 하교 하고 집에 들어와 가방을 내리면서 무심코 말했다.
"엄마 있잖아. 초등학교 1학년 애들이 입학했는데 애들이 너무 귀여워, 너무 작아...... 나도 그렇게 작았나?"
그렇게 물어보고는 휙 지방으로 그냥 들어가 버린다.
"그럼 엄청 작고 귀엽지 너 학교 갈 때는 네가 가방을 메고 가는 건지 가방이 너를 메고 가는 건지......"
한참 이야기 하는데 물어보고 방으로 들어간 아들은 듣지도 않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3월이라서 내심 긴장도 했을 텐데 한주 한 주 지나갈수록 적응하고 안정적으로 지내는 모양새다. 그러니 입학해서 귀여운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도 눈에 들어왔겠지......
3월의 성찰은 그래도 지난달보다는 무난하게 긍정적으로 넘어가는 듯싶다.
이렇게 구렁이 담 넘어가듯 스리슬쩍 좋은 일들만 생기면서 그렇게 이 봄이 지나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