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도 숨 좀 쉬자구요.!
고등학교 다닐 때 친하게 지내던 친구 3명이 있었다. 나를 포함해서 총 4명인데 우리 넷 모두 1-2년 터울로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했고 아이도 1명 이상 모두 낳았다.
결혼과 출산으로 서로 바쁘게 지내서 간간히 SNS를 통해서 소식만 확인할 뿐 몇 년 동안 만나지 못했다가 얼마 전에 어렵게 시간을 맞춰서 2번의 모임을 가지게 되었다.
몇 년만에 만난 우리지만 서로 전혀 어색해하지 않고 쉴새 없이 대화를 하며 서로의 근황을 확인하고 육아 방식에 대해서 이야기도 나누고 종종 남편 흉도 보면서 모일 때 마다 장장 6시간 이상 이야기를 나누었다.
2살 터울의 아들 둘을 가진 E는 육아휴직 중인 휴직 맘이다. 본래 직업이 고등학교 선생님인데 휴직 기간 중에 둘 째를 임신/출산해서 본의 아니게 휴직 기간이 길어진 케이스로 내년 봄에 복직을 준비하고 있다.
나처럼 현재 워킹맘으로 일하고 있는 H도 2살 터울의 아들과 딸을 가진 엄마인데 아이들 육아보다 직장에서 일하는게 훨씬 수월하다고 말하는 친구로 아이들 돌보는 것이 힘들어서 회사를 다니고 있는 친구다. 이 친구가 말은 이렇게 하지만 내 기준에서 가장 열심히 사는 친구다.
그리고 작년 11월에 출산한 전업맘 J는 딸 1명의 엄마로 결혼 전에 양가 어르신들께 딩크족이라 선언하고 결혼했는데 마음을 바꾸고 결혼 5년 만에 아이를 낳은 친구다.
마지막으로 나는 친구 J처럼 딩크족으로 살다가 시험관 아기 시술로만 임신이 가능하다는 진단을 받고 어렵게 아이들을 임신해서 결혼 5년 만에 아들 딸 쌍둥이를 낳은 워킹맘이다.
나를 포함해서 각자의 친구들을 간단하게 소개한 이유는 대화 할 때 몇 가지 공통된 주제를 갖고 열렬하게 이야기 한 주제들이 현재 우리가 처한 환경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아마 30대 중후반의 아이 엄마들은 심히 공감할 내용일 것으로 예상하며 모임을 가졌을 때 열렬하게 대화했던 내용들을 지금부터 소개 하고자 한다.
밥.. 밥... 밥....
친구 E와 J는 밥 하는게 너무 싫다고 밥만 안해도 살 것 같다고 한숨 섞인 토로로 말하면서 남편 흉을 보게 되었는데 왜 남자들은 집에서 밥을 먹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툴툴 거렸다. J의 의견은 아들만 둘인 가정에서 차남으로 자란 남편이 가정 교육을 잘못 받아서 그렇다고 말을 하였고 친구 E는 자기 남편은 집에서 밥을 먹고 싶어하는 특성 때문에 어쩔수 없이 밥을 차려 주는데 밥 차리는 일이 너무 버겁고 힘들다고 말했다.
그래서 내 생각을 말했는데 30대 중후반 남자들의 기본 생각이 집에서 밥을 먹는게 와이프한테 대접 받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박혀 있는데다가 와이프가 휴직을 하든 전업을 하든 집에서 아이들만 돌보는 가정 생활만 한다면 모든 가정일은 와이프가 전부 책임져야 한다는 나쁜 고정관념도 함께 가지고 있다고 말해줬다.
내 남편도 만약 내가 맞벌이를 하지 않고 집에서 아이들만 돌본다면 손하나 까딱하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 해줬더니 친구 J가 깊은 공감을 표하면서 나보고 절대 일을 관두지 말라고 당부 하였다.
사실 기관이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종일 어린 아이들을 돌보면서 가정일을 완벽하게 해내기란 쉽지 않다. 물론 남편들도 밖에 나가서 종일 일하고 집에 들어오면 따뜻한 밥 한끼 먹으면서 편안하게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것이다. 하지만 가끔은 남편이 밖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기분 좋게 와이프에게 저녁 시간을 휴식 시간으로 주기도 하고 와이프도 힘들게 일하고 온 남편을 위해서 가끔은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요리를 해주는 건 어떨까?
어차피 힘든거 밖에서 힘든게 차라리 나아.
친구 H는 오직 기관의 도움만 받으면서 워킹맘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 중에 이 친구가 가장 열심히 산다고 말한 이유는 4살 2살 두 아이를 어린이 집에 가장 먼저 등원, 그리고 거의 마지막 타임에 하원을 시킨 후 집에 돌아와서도 육아를 홀로 담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말에 일하는 남편의 근무 특성상 거의 매주 주말 중 하루는 혼자서 독박육아를 하기 때문에 일주일 내내 쉬는 시간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나마 직장에서 근무할 때가 쉬는 시간이라고 말하는 이 친구는 회사 일과 육아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온 가족이 이곳 저곳 여행을 다니기도 하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장소에도 자주 가는 편이다.
지난 번에 만났을 때 그렇게 자주 다니면 피곤하고 힘들지 않냐고 물었더니 어차피 집에서 힘드나 밖에서 힘드나 힘든건 매한가지인데 밖에 나가면 바람이라도 쐴 수 있으니 밖에 나가서 힘든게 낫다는 것이 친구의 주장이다. 사실 같은 워킹맘으로서 나도 공감하는 바가 크지만 남편은 어차피 힘든거 집에서 힘든게 낫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사실 우리는 아이들을 데리고 바람 쐬러 나간 경우가 많지 않다.
어쨌든 중요한건 워킹맘이든 전업맘이든 육아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시키기 위해서 보상차원으로 여행을 다녀오든, 분위기 좋은 곳에 가서 맛있는 식사를 하든, 아니면 홀로 나만의 시간을 조용히 보내든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육아로 인한 지친 심신을 풀어주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원래 애들은 자주 아파.
매년 여름마다 기승을 부리는 구내염과 수족구는 어린 아이들을 둔 엄마들에게 단단히 경계해야하는 질병이다. 얼마 전에 우리 아이들도 구내염에 걸려서 일주일 동안 어린이 집에 등원하지 못했는데 유행처럼 친구들 아이들도 최근 한달 사이에 구내염이나 수족구에 걸려서 어린이 집을 쉬었다고 한다.
한술 더떠서 E의 아들은 농가진에 걸려서 꽤 고생한 거로 알고 있다. H의 아이들도 구내염에 걸려서 시어머니께서 아이들을 돌봐주시고 H는 아픈 아이들을 뒤로 하고 출근했었다고 한다.
나도 얼마 전에 대상포진에 걸려서 아이들에게 수두가 발병 될까봐 노심초사했던 기억이 난다.
기관에 다니면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은 구내염이나 수족구, 독감 같은 전염병에 쉽게 걸리기 때문에 그나마 아이들을 덜 아프게 하려면 키즈카페 같은 곳을 가지 말아야 한다고 E가 말해주었다.
하긴 얼마전에 우리 아들도 뽀로로파크에 다녀와서 구내염에 걸렸다. 그 뒤로 E의 말이 떠올라서 현재 키즈카페에 가지 않고 있다.
애들은 원래 자주 아프다고 하지만 얼마나 더 자라야 스스로 질병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을까?
이렇게 이야기 하니까 너무 좋다. 우리 자주 만나자.
우리들 모두 결혼도 했고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아이들 엄마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서 대화가 끊기지 않고 쉴새 없이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 같다. 브런치에 쓰지 못한 부동산 문제, 경기 불황에 따른 구조조정에 대한 두려움, 시댁 이야기, 괜찮은 호텔 패키지, 키즈 카페 등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이들 엄마로서의 동질감은 더욱 깊어지고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서 솔직하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해서 그런지 속이 시원하고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느낌이 컸다.
다음 번에 만났을 때는 아이들을 데리고 만나기를 소망한다면 큰 욕심일까?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우리들끼리 만나는 것이 더 수월하지만 언젠가는 아이들도 함께 만나기를 기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