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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SA Feb 05. 2018

#31. 쌍둥이 수면 교육

이제 너희들끼리 잘 때도 되지 않았니?

올해 1월 3일을 기준으로 아이들은 만 2살이 되었다.

좀 이른 감이 있지만 아이들끼리 자는 수면 교육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이게 말이 수면 교육이지, 엄마가 얼마나 독해질 수 있는지 테스트 하는거나 마찬가지라 처음에 수면 교육 시킬 때 마음 아픈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라 수면 교육이 언제쯤 완성 될지 잘 모르겠지만 언젠간 아이들끼리 자는 날이 올거라는 믿음 하나로 오늘도 독한 엄마 코스프레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나는 잠에 그렇게 민감한 사람이 아니었다. 잠자리를 가리지 않고 어디서든 잘 자는 편이었고 5-6시간 정도만 자면 큰 스트레스 받지 않고 무난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체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랬던 내가 임신 기간 포함해서 아이들이 태어난지 1년이 지나도록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기간으로 따지면 거의 2년이 넘는 시간인데 이렇게 살다가는 내가 신경쇠약에 걸려서 죽을 것 같았다.


어떤 날은 아이들 울음 소리에 새벽 1시에 깨서 간신히 진정 시켰더니 내가 잠이 안와서 밤을 꼬박 새고 출근한 날도 있었고 또 어떤 날은 애매하게 새벽 4시에 깨서 아이들을 다시 재워놨더니 출근 준비 할 시간이 된 적도 있었었다.


임신 기간에는 20-30분 마다 소변을 보느라 밤에 잠을 거의 못잤고,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는 두 녀석 모두 밤에도 수유 하느라 밤을 새는 날이 부지기수였고,

좀 크니까 아무것도 없는 잇몸에 이빨이 나기 시작해서 예민한 아이들이 잇몸 아프다고 새벽에도 몇 번씩 깨는 바람에 거의 잠을 못잤다.


도저히 안되겠어서 작년 가을부터 내가 아이들을 재워 놓으면 남편이 데리고 자기 시작했는데 침대 생활 하던 남편이 바닥에서 아이들이랑 자려고 하다보니 남편도 몸이 부대끼기 시작하면서 슬슬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는 독한 부모가 되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잠들 때까지 남편이 곁에 있다가 잠들면 방에서 나오는 거였는데 평상시에 나랑 잤던 아이들이 곁을 떠나지 않아서 상당히 애먹었었다. 그래도 며칠 하니까 아이들이 아빠랑 자는건가라는 인식이 슬슬 생기려고 했는데 회사에서 야근하는 날이 많은 남편 때문에 어쩔수 없이 내가 재우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참고로 우리집 아이들은 둘 다 아침형 인간이라 늦어도 저녁 8시 이전에 잠자리로 유인하는 편이다. 일찍 재우든 늦게 재우든 아이들이 아침 6시~7시 사이에 일어나기 때문에 아이들 성장 문제도 있고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갖게 할 필요가 있어서 저녁 8시 이전에 전부 소등학고 잠을 재우려고 노력한다.




내가 아이들을 재우고 난 뒤 집에 없는 사람처럼 하기 위해서 나는 안방에 들어가서 방문을 걸어 잠그고 거실에서 잠을 자는 남편이 아이들이 깨면 달래주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문제는 주원이가 얼핏 잠에서 깼을 때 내가 없는 걸 알면 대성통곡하면서 방에서 뛰어 나와 나를 찾으면서 방문을 두드리는데 우는 아이에게 너무 미안해서 몇 번 받아주었더니 아이도 나도 충분한 수면을 취할 수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 아이가 아침에 아이들을 돌보러 오신 친정 어머니에게 너무 심하게 징징대고 밥도 잘 안 먹는 습관으로 연결 되기 시작했고 그런 아이를 돌보는 친정어머니도 매우 힘들어 하셨다.


반면에 주아는 나와 남편이 없어도 혼자서 아주 잘자는 아이인데 주원이 울음소리 때문에 자꾸 깨서 주아도 충분한 숙면을 못 취하니 주원이보다 더 심하게 친정어머니에게 징징거리기 시작했다.



어쩔수 없이 모두의 수면 건강과 어머니의 행복한 육아를 위해 나는 더 독해지기로 결심했다.

- 우선, 아침에 밥을 잘 먹게 하기 위해서 저녁을 6시 전후로 먹이고 간식을 최대한 줄인다.

- 아이들의 충분한 수면을 위해서 저녁 7시 30분에 전부 소등하고 방에 들어가서 재우기 시작한다.

- 1시간 정도 자기들끼리 놀면서 뒹굴거리다가 어느 순간 잠이 드는데 보통 그 시간이 8시 30분 정도가 된다. 

- 그러면 나는 밀린 집안일을 조용하게 끝낸 뒤 안방으로 들어가서 방문을 걸어 잠그고 잔다.

- 거실에서 남편이 대기하면서 주원이가 울면서 나오면 남편이 얼른 주원이에게 엄마 공부하러 갔다고 이야기 해주면서 다독여주고 방으로 들려 보낸다. 


여기서 절대 주의할 점은 나는 집에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방문을 절대 열어주면 안된다는 것과 주원이가 다시 바로 잠들어야 하기 때문에 자기 방으로 신속하게 빨리 보내야 한다.


지금 이런 방식으로 2주 정도 수면 교육을 시켰는데 처음에는 내가 안방에서 문을 열고 나온 것을 기억하는 주원이가 울다가 안방 문 앞에서 기다린 적도 있었고, 또 어떤 날은 제대로 숙면을 취해서 한 번도 안 깨고 아침까지 쭉 자는 날도 있었다.


가장 큰 발전을 보인 날은 늦은 새벽 주원이가 울면서 나왔는데 남편이 주원이에게 "엄마 공부하러 가고 집에 없어. 아빠가 안아줄게 이리와" 이렇게 말했더니 주원이가 아빠에게 가서 살포시 안기고 본인 방으로 바로 들어가서 잠들었다. 

그 뒤로 울지 않고 나를 찾으러 나왔다가 거실에 있는 아빠를 보고 한 번 안기고 방에 들어가서 잠든 적도 있었고 또 컨디션이 별로 좋지 못한 날은 울면서 나오기도 했는데 확실히 우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잠은 자기 방에서 자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일찍 저녁을 먹이고 재운 보람도 있어서 아침에 밥도 많이 먹고 친정 어머니에게 확실히 덜 징징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하는 방식이 제대로 된 방법인지 모르겠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이 스스로 잠을 자고 일어날 수 있는 그 날까지 수면교육은 계속 진행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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