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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SA Mar 16. 2018

#34. 육아하기 힘든 대한민국

출산율이 낮다고?

얼마 전에 출산율 관련 기사를 읽고 굉장히 공감 되어 친구들에게 기사를 링크로 보내주면서 단체 톡방에서 열띤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나라 육아 환경이 정말 최악이라는 것을 친구들 모두 공감하면서 자신의 경험담을 쏟아내느라 정신 없을 정도였다.


지난 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수치가 있는데 출산율이 1.05명이라고 한다. 

작년에 태어난 신생아 수가 35만 7700명 정도라는데 전년 대비 12% 이상 감소한 수치다.


출산율은 해를 거듭 할수록 낮아지고 있는데 대한민국의 육아 환경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으니 출산율이 점점 떨어지는건 어쩌면 당연한 이치다.




5살 아들과 3살 딸을 키우고 있는 워킹맘 H는 아들이 올해 유치원에 입학하게 되면서 어마어마한 비용을 지불하기 시작했다. 얘기를 들어보니 기존에 다니던 가정 어린이집에서 5살이 되면 졸업을 하게 되어 부랴부랴 유치원을 알아 보게 되었는데 맞벌이라서 어쩔수 없이 방과후 수업이 있는 종일반 유치원에 보내게 되었다고 한다.


영어 유치원도 아니고 일반 유치원인데 매월 고정으로 지불해야 하는 원비가 56만원이라고 한다. 

하필이면 친구 아들이 반에서 유일한 종일반 아이라 친구들 없이 혼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바람에 매일 엄마를 찾으면서 울었다고 한다. 그 소식을 들은 친구는 마음이 너무 아파서 추가 비용이 들지만 등원한지 3일만에 방과후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이 다니는 태권도 학원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한숨 돌렸나 싶었는데 아이가 태권도 학원을 너무 싫어해서 어쩔 수 없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기로 결정하고 하원 도우미를 급하게 구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한 아이의 육아 비용이 고정으로 월 80여만원을 지출하고 있는 상황이니 헉 소리 나올 수 밖에 없었다.


H도 국공립 유치원이나, 병설 혹은 단설 유치원에 보내고 싶어 했지만 대기 번호가 100번대라 감히 엄두를 낼 수 없었다고 한다. 영유아가 둘이나 있는 맞벌이 엄마인데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운영하는 기관을 이용할 수 없는 현실이 현재의 대한민국 육아환경인 것이다.





1. 불가능한 정시 퇴근

사실, 비용 문제도 심각하지만 상사 눈치 때문에 정시 퇴근하는게 어려운 H는 퇴근시간마다 좌불안석이다. 

퇴근하고 얼른 아이들을 데리러 가야하는데 직장 상사 눈치 보느라 정시 퇴근하는 것이 어려운 H는 항상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래도 H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비교적 정시 퇴근이 가능한 남편이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직장을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변 지인 중에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워킹맘 J는 야근이 일상이라 정시 퇴근은 애초에 포기하고 친정어머니의 도움으로 아이들 육아에 도움을 받고 있다. 비교적 정시퇴근을 하는 나도 친정 어머니의 도움을 받고 있는데 야근이 일상인 회사에 다니는 J는 나보다 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이러니 누가 아이를 낳겠다고 하겠는가? H가 직장을 다니는건 정년 보장이 되기 때문이고 J는 육아비용을 지불하고도 돈이 남기 때문에 그나마 아이를 낳을 수 있었던 것이다.



2. 육아는 여자의 몫?

아이 한 명 키우는데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육아는 오롯이 여자 몫이라고 생각하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 때문에 대부분의 아이 엄마들이 한참 일하면서 경력을 쌓을 30대 초중반에 직장을 관두는 경우도 많다.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가정경제를 책임지는 것은 남편의 역할이고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남편을 내조하는 것은 아내 역할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과거보다 성 역할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하나 여전히 아이들이 배우는 교과서에는 아버지는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그려지고 어머니는 집에서 살림하는 사람으로 그려지고 있다.


시대가 바뀌는 속도만큼 사람들의 인식도 비슷한 속도로 따라와주면 좋겠지만 과연 그런 날이 올까?



3. 결국은 돈!

어느 기사에서 읽었는데 워킹맘으로 경력을 유지하는 엄마들의 직업이 교사나 은행원이 많다고 한다. 교사는 육아휴직을 부담 없이 쓸 수 있어서 경력이 유지되기 때문이고 은행원은 아이 돌보는 비용을 지불해도 돈이 남기 때문이다.


사실, 내 주변을 봐도 워킹맘으로 일하고 있는 친구들의 직업을 보면 교사, 대기업 직원, 정년이 보장되는 공사 등 경력 단절 없이 육아휴직 쓰는데 부담이 없거나 괜찮은 연봉을 받는 직장인들이다. 

앞서 언급한 친구들은 비교적 운이 좋은 건지 모르겠지만 전업주부로 지내는 다른 친구는 임신 중에 퇴사를 강요 받기도 했다. 그리고 결국 퇴사를 했다. 그 밖에 전업 주부로 지내고 있는 지인은 육아에 지불되는 비용이 회사에서 받는 급여보다 높아서 어쩔 수 없이 직장을 관두기도 했다.


남성과 여성의 임금 격차가 OECD 가입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높다고 한다. 임금 격차도 문제지만 비교적 높은 연봉을 받는 직종에는 남성의 숫자가 월등하게 많은 데다 대부분의 주요 요직에 남성이 차지하고 있다. 


임금 격차가 해소되지 않는 이상, 사회적으로 여성을 주요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이상 출산율은 높아질 수 없을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 말고도 우리나라는 사회 구조적으로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미 고질적인 문제로 전락한 청년 실업 문제,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내 집 장만을 할 수 없는 넘사벽의 부동산 가격, 미세 먼지로 인한 환경 공해, 꾸준히 높아지고 있으나 여전히 낮은 최저 임금, 턱없이 부족한 국공립 어린이집, 유치원 등의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출산율은 높아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본다.


어쩌면 2017년 1.05명의 출산율은 낮은 수치가 아닌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결혼한 커플이 1명의 아이는 낳았으니까 말이다. 


그러고 보면 나는 아이를 둘이나 낳았으니 애국자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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