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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난임선고

by SARASA

결혼한지 2년이 좀 지났을까...


자궁경부암 정기검진을 위해서 동네 산부인과에 방문했다.

오랜만에 검진 온 김에 자궁초음파 검사도 함께 받게 되었는데 검사가 끝난 후 의사 선생님께서 난관 수종이 의심된다면서 정밀 초음파를 권유하셨다. 당일 바로 정밀 초음파 검사를 받고 난관수종 진단을 받으면서 난관이 막혔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하셔서 난관조영술 검사도 받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난관수종으로 인해 양쪽 난관이 모두 폐쇄 된 것을 확인하게 되었고 자연임신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최종 진단을 받았다.


그래도 그땐 난관 개구술을 받으면 자연임신이 가능할 것이고 임신은 내가 원하는 때에 될 거라는 근거 없는 긍정적인 믿음이 가득해서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수술은 잘 되었으나 난관수종이 너무 심해서 복강경 수술 대신 개복 수술을 받게 되었고 아랫배에20cm의 흉터가 남게 되었다.




그렇게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던 즈음, 남편이 아이를 갖자고 적극적으로 설득하기 시작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던 찰나 예전에 수술 받았던 병원이 폐업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 것 수술 전력도 있기 때문에 난임전문 병원에 가서 임신 가능성을 확인하기로 결정하고 각종 검사를 받았다.


난관이 다시 막혔을 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설마 하며 초조하게 검사 결과를 기다리던 어느 날, 수술 전과 동일한 결과를 받았다. 양쪽 난관이 수종으로 인해 전부 막혀있고 자연임신이 불가능하여 시험관아기 시술로만 임신이 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은 것이다.


의사 선생님 앞에서 애써 태연한 척 하면서, 간신히 눈물을 참아내고 이성적인 태도를 보이려고 애쓰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의사 선생님도 이런 상황을 경험한 적이 많으신지 나의 착잡한 마음을 위로하고자 난관 외의 자궁의 다른 기능은 전부 정상이라고 강조하시면서 내가 젊기 때문에 시험관아기 시술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말씀하셨다.


의사 선생님의 위로가 크게 다가오지 않았지만 어쨌든 결혼 생활에 아이가 필요한지 내가 정말 아이를 좋아하는지 좋아한다면 시험관 아기 시술을 해야 하는 것인지 원점에서부터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원래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임신/출산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사항이고 딩크족으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아이가 정말 필요하다면 그때 아이를 가지면 된다는 안일한 마음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난관 개구술을 받은 후에도 바로 아이를 가지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그랬던 내가 자연임신 불가 판정을 받고 오직 의술에 의해서만 임신이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으니 마음이 복잡해지기 시작하면서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내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그 선택에 따른 책임을 과연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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