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센터에 앉아서 업무를 해야 할 때

세상에서 제일 바쁜 사람인 척

by 메이

맑음이의 센터 인생은 18개월 감각통합수업으로 시작되었다.

18개월에 찾아갔던 부평 성모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님이 지금 받아주는 발달 센터가 있다면 다 다니라고 하셨다.

그만큼 발달에 문제가 있었고, 감각추구가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만큼 심했고, 나도 더 이상 이 아이를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질 거야’라는 마음으로 기다릴 수 없었다.

28개월 즈음에도 말 한마디 못하자 놀이치료, 감각통합 치료, 언어치료까지 추가했다. 5월부터는 퇴근 후 차로 40분 거리에서 ABA치료도 시작했다.

워킹맘에, 초1 첫째도 있는 와중에 주말부부까지 하고 있었던 나는, 그렇게 치료실 왕복 업무까지 추가로 배정받은 것이다.

치료실에서 나는 아이가 치료사와 뭘 하는지 귀 기울이고 앉아 있었다. 40분 수업, 10분 상담.

치료 수업이 끝나면 첫째가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부리나케 달려간다.

차라도 막혀서 돌아오는 길이 1시간이 넘어가는 날에는 차에서 가만히 못 앉아있는 맑음이도 맑음이지만, 집에서 혼자 있을 첫째를 생각하며 발을 동동 굴렸다.

사고가 한 번도 안 난 게 신기할 정도..


평일 중 4번은 치료실 일정이었다.

부리나케 퇴근 후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픽업해서 치료실에 데려다 놓고, 수업 끝나기가 무섭게 집으로 데려가는 일상을 평일에 하루 빼고 매일 한 것이다.

맑음이가 치료실에 들어가면 나는 한숨을 돌렸다.

나는 치료실 앞에서 책을 읽거나 휴대폰을 보거나 하며 시간을 보내다 문득 이 시간, 어찌 보면 아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일주일에 2번 갔었던 A 치료센터는 카페가 같이 있어서, 맑음이가 치료실에 들어가면 나는 카페로 가서 노트북을 켜고 업무를 시작했다.

때론 문제집 검토 업무, 때론 학교 업무, 때론 수업준비..

주 4번 가는 치료실은 나의 엑스트라 업무 시간이었다. 하지만 유쾌했다.

사실 40분이면, 어찌 보면 드라마 한 편도 제대로 못 보는 짧은 시간이지만, 끝나는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업무를 할 수가 있었다.

더군다나 학교에서는 업무 중간에도 이런저런 메시지가 쏟아져와서 하나의 업무에 집중하기 힘든데, 이렇게 치료실 카페에 앉아서 업무를 하니 누구보다 높은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치료실에서 기다리는 시간은 뭐랄까… 그냥 내가 ‘거기에 앉아서 기다려야만 하는 ‘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느낌인데, 이렇게 업무를 하니 어찌나 뿌듯하던지..

육아시간을 쓰고 학교에서 조금 일찍 퇴근하는 대신, 치료실로 출근(?)하면 다시 제2의 업무시간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올해는 휴직을 하고 나는 치료실에서 대기하며 글을 쓰거나 아이 발달에 관한 책을 읽는다. 치료실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워낙 많다 보니, 이 시간에 공인중개사 시험공부라도 할까 했지만, 더 이상 성과를 내야 하는 그런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것만으로도 너무나 충분했고 내게 힐링이 되는 시간이었다.

내일 치료실에 아이가 갔을 때 무엇을 할지 오늘 계획한다. 최대한 휴대폰을 보지 않으려고 한다.

9월 즈음 아이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치료실을 거부하고 난동(?)을 부리는 시기가 있었는데, 그 시기엔 조마조마했지만, 또 그 시기가 지나가니 아이는 안정적으로 치료 일정을 잘 소화해 냈고, 나는 그 시간을 잘 활용하려고 매번 노력 중이다.


그래서 이 글도 미술치료를 받으러 들어간 맑음이를 기다리며 대기실에서 완성되었다는 사실.









수요일 연재
이전 04화해야 할 일이 넘쳐나서 잠을 줄여야 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