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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 Apr 18. 2024

도움을 주는 친절한 어른

그게 필요한 아이라

둘째 아이 맑음이를 특수교육대상자 신청을 하기로 마음먹은 계기는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도움을 주는 친절한 어른'이 많이 있는 환경이라는 말을 들은 후부터였다. 만 2세 때 이사와 동시에 아이의 어린이집을 옮겼는데, 신도시에 아이 많은 동네라 어딜 가도 아이들이 많았다. 그 많고 많은 어린이집 중에서 인원이 최대한 적은 곳으로 고르고 골라서 맑음이가 선생님의 도움을 많이 받길 바랐지만, 경험이 적고 발달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에 대한 이해도가 적은 선생님께서 우리 아이를 케어하는 데는 엄청난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아이에게 이런저런 특성이 있으니 적절하게 중재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또래에 대한 인지가 매우 낮아서 선생님께서 조금씩만 같이 놀이에 참여시켜 주시면 좋을 것 같다 등의 도움을 요청했지만, 혼자서도 잘 노는 맑음이를 굳이 놀이에 참여시키지 않으신 듯했다. '맑음이는 아직 혼자 놀이가 좋은 시기인 것 같아요'라고 하셨고, 나는 그 순간부터는 선생님께 이런저런 질문하는 것도, 사회성 및 언어 발달의 촉진에 도움이 될만한 것들을 요청을 하는 것도 그만두었다.


선생님의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기에, 일반적으로 성장하지 않는 아이들에 대한 이해도가 깊은 특수교사가 있는 환경을 택했다. 더군다나 둘째가 간 유치원에는 특수교육 실무사까지 계시니, 통합학급 담임선생님 특수학급 담임선생님, 그리고 실무사 선생님까지 해서 동시에 3명이 12명밖에 되지 않는 아이들을 교육하고 돌보아 주신다. 나중에 조금씩 일반적인 환경으로 아이를 옮기는 것이 목표이긴 하지만, 현재로서는 어른의 도움 없이 또래상호작용이 안되고, 언어도, 인지적 활동에도 도움이 많이 필요한 아이기에, 인원이 많은 일반 유치원에서 대충 묻혀 있으면서 하는 활동마다 낙오되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숲유치원에 보낼 생각도 했었지만, 밖에서 많이 뛰어노는 것이야 물론 좋기도 하지만, 그런 유치원도 아동의 수 대비 교사가 적으니, 숲 활동이 아쉽다면 주말마다 부모가 애쓰면 커버가 될 거라는 생각에 공립 단설 유치원의 특수교육 대상자로 보낸 것이다.


한 달 반 가량 특수교육대상자로 유치원에 다니면서 느낀 바는, 우리가 그렇게도 간절히 바랐던 그 '도움을 주는 친절한 어른'인 특수교사와 그 외 인력들은 정말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또래상호작용이 거의 불가능하다시피한 맑음이에게 어떤 친구가 같이 놀고 싶다고 말을 걸어왔는데 둘째는 그걸 못 듣고(혹은 안 듣고) 자기 할 일만 열심히 해서, 친구가 선생님께 가서 '맑음이랑 놀고 싶은데 맑음이가 대답을 안 해줘요.'라고 했다는 것을 방과 후에 개인적으로 연락을 받았고, 집에서도 잘 얘기해 줘서 아이에게 친구랑 조금이라도 상호작용을 할 수 있게 유도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 아이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같이 놀고 싶어 하는 아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눈물겨운데, 어떻게 도와주라는 얘기까지 해주시니, 놀이치료, 혹은 언어 그룹치료의 일반화 버전이 바로 이것이 아닌가 싶었다. 다행히 아이가 특수교사를 너무 좋아해서 선생님을 잘 따른다. 집에서도 '유치원 선생님이 이거 하라고 하시던데?'라고 하며 특수교사 이름을 팔고 막혀있던 엄마표 과제들을 술술 해내기도 한다.


초등학교에 가기 전까지 도움을 주는 친절한 어른들과 함께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지내는 법을 잘 배워서 (시스템상으로) 도움이 적은 초등학교에서도 엄마가 교문 앞 대기 하지 않아도 되도록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장기 목표다! 그러하기에, 맑음이에게 지금 주어진 이 교육 환경이, 너무나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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