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많이 벌어야겠다.
일본 소도시로 3박 4일간 여행을 다녀왔다.
동남아 리조트가 아니라, 겨울의 일본에 간 것은 처음이었다.
추위를 견디기 위해 두꺼운 옷을 잔뜩 챙겨가고, 온천마을의 료칸도 큰맘 먹고 큰돈 내고 예약했다.
10년 전 결혼했을 때 나는 꽤나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소박하게 오르는 내 월급과, 공무원으로 이직한 남편의 월급,
초등학생 학원비에, 어린 둘째의 발달치료비에,
거기에 은행 대출 이자까지.
매달 경제적으로 쪼들리고 있다.
내가 고등학생 때,
아빠 외벌이에 세 남매를 키우셨던 엄마는,
나에게 매일 500원을 겨우 주셨다.
그 돈으로는 월드콘을 사 먹을 수 없고, 매일 아이스크림바 정도만 사 먹을 수 있었는데,
매일 월드콘 사 먹는 친구가 어찌나 부럽던지.
학원을 다닌 적도, 해외여행을 한 적도 없었다.
그렇지만 내가 불행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건 다 엄마의 따뜻한 보살핌 덕분이었겠지.
우리 집이 조금 더 넉넉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정도는 했던 것 같다.
우리 부부는 맞벌이에, 둘이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데도,
자꾸만 마이너스이다.
나는 물건 욕심도 없어서(있으면 안 되어서), 소비도 거의 식료품만 사서
애들 먹이는 일만 근근이 하고 있는데도 자꾸만 쪼들리니,
피부관리며 예쁜 옷이며 아낌없이 투자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이제는 상대적 박탈감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 우리가 여행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럭셔리 여행은 아니다. 비싼 여행지도 아니다.
다만 아이들에게 좋은 기억을 선물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물하기 위해.
그리고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여행을 통해 좀 더 행복해지기 위해.
일본에서도 이건 좀 돈이 아깝다 싶은 포인트들도 있었지만,
그냥 그런 것들은 계산하지 않기로 했다.
코가 시리지만 몸은 따뜻했던 노천탕,
큰 쟁반가득 소담하게 차려진 료칸의 조식도, 렌터카도, 하나같이 다 괜찮았다.
집에 돌와서는 이제 현실을 마주친다.
첫째에게 벌써 2월 한 주가 지나가버렸으니
그냥 영어 학원은 이번 달 쉬라고 제안도 했으나, 굳이 다니겠다고 하니 또 말리지는 않는다.
여행을 다녀온 그 사이에 주차위반 과태료 청구서가 와있다.
이런 게 진짜 돈 아까운 거지.
여행을 다녀온 후, 맑음이는 발달센터에 갈 때마다 선생님들께 다짜고짜 '구마모토 갔다 왔어요!'라고 얘기한다.
구마모토를 잘 못 알아들은 선생님들은 '응~' 혹은 '응??'하고 넘기시지만, 나는 맑음이의 입장에서, 여행 다녀온 것이 자랑할 일이구나, 싶어서 또 내심 뿌듯하다. 비행기를 탄 것, 노면전차가 보이는 호텔에서 숙박한 것, 새로운 종류의 음식을 먹는 것, 노면전차 종점까지 가본 것, 강풍에 날아가버릴 것 같았던 아소산에 오른 것, 대욕장과 료칸의 노천탕, 그리고 비행기가 연착된 것 까지도. 새로운 경험이 너의 뇌의 시냅스에 새로운 연결고리를 또 만들겠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고,
맑음이는 토요일에도 두 번의 발달센터 수업을 다녀온다.
그리고, 나는 또 열심히 일을 하고,
투자공부도 하고,
또 절약도 하고,
교통규칙을 잘 준수해서 과태료를 내는 일도 없애고,
그렇게 또 다음 여행을 기다려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