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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사회성

또래와의 벽

by 메이

지난 주말에는 이틀 연속으로 맑음이는 또래 친구 2명과 함께 만나 놀았다. 물론 맑음이 입장에서 친한 친구들은 아니고, 느린 아이 키우는 엄마들의 오픈채팅방에서 만난 엄마들 중 가까이 사는 두 명이 우리 집 근처로 온 것이다.


3살 때부터 교류하던 엄마들이라, 사실 1년에 몇 번씩 보기는 했다. 맑음이는 '그 친구들은 내 친구가 아니야!'라고 여러 번 말했으나, 일단 만나면 뭐 어떻게 되겠지(문제점도 발견되고 어쩌면 좋은 점도 발견 될지도...) 하는 마음으로 이틀 연속으로 만남!


토요일.

쿠킹 클래스를 예약했고, 50분가량의 수업이었는데, 구조화된 환경에서는 너무나 훌륭하게 잘 참여했음. 감자빵 만들기가 주제였는데, 찐 감자 껍질을 까서 으깨는 과정에서 감자를 자꾸만 드셔 버린 거 말고는 선생님께 적절한 질문도 하고, 친구들과 나란하게 앉아서 너무나 훌륭하게 잘 참여했다. (다만, 6명 정원이었는데, 우리 애들 3명 말고, 나머지 3명이 5살인데 말을 너무 잘해서 현타 심하게 온 건 내 사정...)


그러고 나니 3시 30분 정도.

밖에서 놀자니 너무 덥고, 어디 가자니 시간이 애매해서 함께 우리 집으로 갔다. 그리고 사단의 시작...

집으로 친구를 초대해서 놀아본 경험이 좀처럼 없는 맑음이는, 친구들이 우리 집에 와서 자기 물건을 만지면서 놀자 멘붕이 와버렸다. 특히 기차 레고에 손대는 남자친구를 보자 폭발해 버림... 첨에는 '만지지 마!!' '너네 집에 가!!' 남발하다가, 그래도 친구가 레고를 조금씩 만지니까 우아아아아아악 하고 소리를 지르더니 급기야 꼬집어 버리심...

아들의 그런 극대노 한 모습은 처음 보았다. 와... 너 이런 면도 있는 녀석이었구나.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5시쯤 약간 시원해질 무렵 우리는 밖으로 나갔다. 그래. 놀이터는 좀 낫겠지.

그런데 놀이터에 가자, 이제는 초등학생들 사이에 끼여서 같이 노는 척을 한다? 자기 친구들은 놀이터에서 막 뛰어다니며 놀고 있는데, 아예 모르는 척을 한다? 자꾸만 그 초등학생들이 다른 곳으로 가면 또 따라가고, 자전거 타고 사라지고를 반복해서, 아 오늘은 여기까지...


저녁엔 루돌프 사회성 센터를 검색해 본다.




일요일.

'이영란의 감성체험 가루나무모래흙'을 위해 군포 문화예술회관까지 갔다. 멤버는 토요일 멤버 그대로.

역시 체험하는 동안은 세상 멀쩡. 특히 '흙' 활동할 때는 '이거 똥이야!!'라며 개그를 치며 같이 온 남자아이와 낄낄대기도 한다. 오케이. 유머 코드 같은 걸로!! 구조화된 체험 활동 내에서는 no problem. 가루 나무 모래흙 재료들을 온전히 갖고 놀면서 재밌게 체험을 마쳤다.

체험장 밖으로 나오니 무법지대의 시작.

어라, 문화예술회관에서 춤 연습 하는 청소년들이 있다. 또 맑음이는 저 형아랑 누나가 자기 친구들이라며 후다닥 뛰어간다. 그리고 춤을 열심히 따라 한다...? (갑자기 재능 발견... 헤드스핀 시도...) 그리고 집에 갈 생각을 안 한다. 친구들은 '맑음아! 어서 가자!' 하는데, 본인은 '내 친구들이랑 춤출 건데~' 마인드.

같이 저녁밥 먹으면서 또 얼마나 진상짓 할지(그러면서 문제점 체크!) 보고 싶었으나, 첫째 일정 때문에 일단 먼저 나왔다.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이번 주말을 통해 든 생각은,

1. 맑음이는 또래와의 놀이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구나. 어떻게든 경험을 늘여줘야겠다.

2. 오늘 만난 친구들 너무 훌륭하다. 엄마들 마인드도 잘 맞아서, 이렇게 맑음이가 진상을 피워도 그 엄마들 눈치를 보며 마음이 불편하지 않았다. 좋은 엄마들 만나서 너무 다행.

3. 루돌프 사회성 센터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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