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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다 불편해요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까.

by 메이

분명 아이는 훌쩍 컸는데, 여전히 어렵다.

이제 6살도 하반기에 들어선 시기에, 맑음이는 갑자기 자기는 15살이고 중학교에 다니는 친구라고 말하고 다닌다. 처음에는 장난이라 생각하고 그래서 오히려 귀엽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아예 자아개념자체를 15살 중학생으로 해둔 듯하다. 발달센터는 안 가겠다 그러고, 수학학원이랑 영어학원만 다니고 싶다고 한다. 한글도 제대로 못쓰는 애가. 형아 친구들이랑만 놀겠다고 한다. 형아 친구들이랑 제대로 놀아본 적도 없으면서.


어제는 아이에게 진지하게 물어보았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너 자꾸만 거짓말하면 친구들이랑 잘 지낼 수 없어.

6살의 나이도 멋진 나이야. 신나게 뛰어놀고 재밌는 것들을 많이 할 수 있는 나이잖아.

이제 엄마가 물어보면 사실만 말해.

너 몇 살이야?


그랬더니 '15살...'이라고 하다가 내 눈치를 몇 번 보더니 '7살'이라고 대답한다. 한 살이라도 높게 잡고 싶은 모양이다.

엄마가 사실만 말하라고 했지? 자꾸만 거짓말하면 엄마는 너랑 얘기할 수 없어.

'6살...'이라고 마지못해 얘기하는 아이.


도대체 왜 그럴까.


그룹 치료를 다녀오는 길에 차에서 아이에게 물었다.

- 맑음이는 유치원 친구 중에 누가 제일 좋아?

예전에는 특정 여자아이 이름을 항상 얘기했었는데, 이번에는 유치원에 좋아하는 친구가 없다고 말한다.

-그럼... 맑음이는 유치원 친구 중에 불편한 친구도 있어?

그랬더니 '전부 다 불편해!'라고 말한다.


그때 깨달았다.

자기가 속한 집단에 못 끼니, 그 집단에 자기가 속해있지 않다고 그냥 상상해 버리고, 그걸 사실이라 믿어버린 거다. 특수학급 친구들만 따로 하는 활동이 있을 때는 자기는 특수학급 소속 아니라고 얘기하고, 그렇다고 일반반에서 친구들이랑 잘 노는 것도 아니고...


네가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그곳에서 너는 얼마나 외로울까.

다만 루틴이 중요한 아이라, 유치원 등원버스를 꼭 타야만 하고, 하원 후에는 학원엘 가야 하고, 그러니 유치원에서 꾸역꾸역 생활하고 있는 너는, '사실 나는 여기 소속이 아니지만 루틴이 중요하기에 여기서 시간을 보낼 뿐이다' 정도의 생각을 하면서 지내고 있는 건 아닐까. 내가 부정적으로 과장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기를 바랄 뿐이다.


2학기에는 담당 특수교사가 바뀐다. 1년 반동안 함께 하셨던 선생님께서 임신과 출산으로 휴직에 들어가셨기 때문에다. 너와 내가 맞이할 2학기는 우리에게 새로운 선생님과 함께 새로운 돌파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도 너의 답답한 마음을 더 잘 보듬어 주도록 노력할게. 그리고, 친구들이랑 놀 수 있는 시간도 많이 많이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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