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인사를 받는데 5년이 걸렸다.
맑음이는 좀처럼 자발적으로 인사하지 않았다.
13개월 처음으로 어린이집에 갔을 때부터였다.
-엄마랑 헤어질 때 꼭 바이바이 해줘!
아이의 발달에 이상이 강력하게 의심한 근거가 바로 이거였다. 내 눈을 보고 손을 흔들어주지 않는 것. 어린이집에 다니는 3년 동안, 정말 단 한 번도! 우연으로라도! 손을 흔들어준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기관에서 큰 문제를 일으키진 않지만,
상호작용에 큰 어려움이 있는 우리 맑음이,
아니 그런데 손 흔들어주는 건 왜 도대체 안 하는 거야!
어느 순간부터는, '너는 당연히 손을 흔들어주지 않겠지'라며 유치원 버스에 탄 아이에게 나 혼자 무의미하게 열심히 손을 흔들었던 것 같다. 최근 사회성 그룹치료를 애타게 찾다가, 아니, 사람 보고(게다가 엄마에게도!) 인사도 안 하는 아이에게 사회성 그룹이니 짝치료니 갖다 붙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지금부터, 내 선에서 가르칠 수 있는 기본기는 적극적으로 다지자. 인사는 반드시 해야 하는 거야. 더 직접적으로 가르쳐야 해. 뭐 그런 결심이 선 것이다.
아이에게 유치원 버스 타러 가는 길 내내 얘기했다.
-맑음아 어제 손 흔들어주기로 했는데 안 흔들어줘서 엄마가 좀 힘이 안나더라~
-엄마가 손 흔드는 거 봤어? 맑음이가 손 흔들어주면 엄마도 엄청 기쁠 것 같아.
-빠이빠이 해주면 엄마가 오늘 하루 힘내서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게 간절하게 얘기해도 씨알도 안 먹히던 아이가,
어제,
유치원 버스에 타서 벨트를 후,
나를 딱 보더니
손을 흔들며 웃어 주었다.
뭐야
할 수 있잖아!
할 수 있는 거잖아!
5년이 걸렸다.
헤어질 때 인사를 받아내기까지.
아,
물론 버스 타기 직전까지
'손 흔들어줘~~ 제발~~' 하고 속삭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13개월부터 65개월 까지 그 부탁을 애타게 했던 것치곤,
뭐,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은 성과였다고 볼 수 있다.
덕분에 어제 하루 종일 그렇게 기분이 좋았나 보다.
오늘도,
내일도,
엄마에게 손을 흔들어 주길,
그리고 우리는 각자의 생활 후,
다시 반갑게 만나서 서로를 꼭 안아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