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마음 먹기 까지는 쉽지 않았어.
아이가 어릴때는 초등 저학년 학원 보내는 엄마들 보고 뭐 저렇게 유난인가
진짜 한국 부모들의 특성이라며 혀를 끌끌 찼었는데
어느덧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첫째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는 6살까지만 해도 숫자에 상당히 어두운 아이였는데
넘버블럭스와 토도수학을 좀 하더니 숫자를 좋아하는 것을 넘어 집착하게 되었다.
그리고 실제로 셈도 빠르고 수에 대해 궁금한 것도 많았다.
그래서 집 근처에 있는 사고력 수학 학원을 몇군데 데리고 갔다.
CMS 라는 학원에 갔는데 너무 영재원 입시 위주라 재꼈고,
소마는 그나마 분위기가 아이 친화적인 것 같아서 보냈다.
일주일에 한번 가는데, 한번에 1시간 50분.
길지 않은 시간임은 분명하다.
아이가 아무리 수를 좋아하더라도 1시간 50분은 길긴 길다.
처음에 아이는 잘 다녔다. 한달은 군말없이 다녔다.
그러다가 선생님께서 아이가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이례적으로 비정기적 레벨테스트를 보시더니 한 단계 높은 반으로 아이를 올려놓았다.
그게 화근이었다.
원래 가던 시간은 3시 반쯤이라 태권도도 안가고 그냥 소마만 갔다가 집에 와서 노는 코스였는데
반 레벨이 올라가면서 5시 10분이 되었고,
그러다 보니 태권도 갔다가 소마를 가게 되면서 피로도가 쌓인 듯 하다.
그리고 레벨이 올라갔으니 문제 수도 많고 문제 강도도 높았으리라.
어제는 남편도 없고
징징거리는 둘째를 데리고 또 소마가기 싫다고 더 징징거리는 첫째를 데리고 소마에 갔다.
차에서 계속 세상에서 소마가 제일 싫다
나는 숫자를 좋아하지만 소마는 싫다
어쩌구저쩌구 하는 아이를 끝끝내 소마가 있는 건물 빌딩 주차장 까지 모시고 갔다.
학원 문 앞에서 도살장 끌려가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던 아이는
선생님이 나오시자 눈물을 흘렸다.
수업 시간이 되어서 선생님은 다른 두 아이와 수업에 들어가시고 나는 미친듯이 징징대는 둘째를 들쳐 안고 울고있는 첫째를 마주하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내가 미친 짓을 하고 있구나.
아이를 데리고 다시 주차장으로 갔고 그 길로 아파트 놀이터로 갔다.
놀이터에는 두어명의 유치원 아이들이 있었다.
징징거리던 둘째도 어느새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있었고
첫째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흙을 파고 있었다.
어둑해질 무렵
둘째의 바지가 흙투성이가 되어서 이제는 씻겨야겠다고 생각이 들 무렵
아이 둘의 손을 잡고 집으로 갔다.
첫째가 문득
"엄마 스트레스받게 해서 미안해"
라고 했다.
나는 애써 눈물을 참고
"아니야. 소마는 그만다녀도 돼"
하고 집으로 와서 아이들을 말 없이 씻겼다
내 마음속에는 분명 욕심이 있었다.
아이가 수를 좋아하니까, 그리고 분명 잘하니까
그 학원에 붙어 있는 영재원 합격 한 아이들 명단에 우리 아이의 이름도 언젠가는 붙어 있겠지.
다른 아이들은 잘 다니는데 왜 우리 애만 이러지.
집중력의 문제인가
ADHD라서 그런가.
온갖 생각을 하다가..
1시간 50분동안 아무리 재밌게 수업한들 수학 수업인데
이제 갓 8살 된 애가 그걸 즐거워 하길 바란 나도 진짜 미쳤지.
나도 싫을거 같은데.
그러는 와중에 1월에 잠시 쉬었던 방문 미술 선생님꼐 전화가 왔다.
이번주 금요일부터 시작하실 수 있냐고 묻는다.
아이에게 미술선생님이 다시오시겠다는데 어떻게 할까? 했더니
당장 하겠다고 한다
저녁을 먹고 한참 종이접기를 하고 놀다가
나도 정신을 차리고
아이에게 말했다.
수학 학원 안다닌다고 했으니까, 집에서 조금씩 공부할래?
아이는 소마셈도 스스로 풀고 팩토도 하겠다고 한다.
하루에 4장씩. 또 주말에는 더 많이 하겠다고 한다.
아이가 내 기분을 맞춰주려고 그러는 건가 싶어서 안쓰럽다가도,
그래 일단 한번 해봐, 했다.
그날 저녁 아이는 스스로 약속한 분량을 하고,
책을 한권 읽고 잠에 들었다.
동료 선생님께 이 얘기를 하니
"그래도 아깝다, 최상위반 까지 갈 줄 알았는데"
라고 하셨다.
내가 그 마음이었기 때문에 나는 소마에 못들어가겠다는 아이를 보고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지 않을 수가 없었고 학원 알아본다고 이리저리 날뛰고 다녔던 몇달전 내 모습이 떠올라 화가 치밀어올랐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괜찮다.
아이는
소마에 가지 않아도 잘 클거다.
그리고 나의 못된 마음도
조용히 내려놓고
아이가 친구들을 더 잘 사귈 수 있도록
공부감정이 더 긍정적일 수 있도록
그렇게 도와주어야지.
그런 방향으로 힘을 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