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생활도 익숙해진다.

그리고 그 속에서 행복을 찾을지도 모른다.

by 메이

30개월,

아직 할 줄 아는 말이 없는 우리 둘째.

월화수목금으로 모자라 토요일 수업을 추가했다.

퇴근하면 부랴부랴 짐을 싸들고 퇴근해서 치료 센터를 돌아다니는 것은 주중 업무의 연장이고

치료를 다녀오면 또 치열하게 혹은 멍하게 하루를 살았을 첫째를 만나 안아준다.

그리고 밥을 하고

밥을 먹고

정리하고

나도 멍하게 잠깐 있다가

산책하고

씻기고

아이들은 잠들고,

나는 잠깐 잠들었다가 다시 깨서 못다 한 업무(집안 업무든 학교 업무든)를 마무리하고

그렇게 하루가 끝날 무렵이 되면 자정쯤 되어 남편이 집에 온다.


지옥도 그런 생지옥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한 학기를 살아보니

또 살아진다

또 그렇게 살아진다.


그리고 이걸 우울하다 생각하니 길을 걷다가도 눈물이 나오고

나 진짜 약이라도 먹어야 하는 건가… 그런 생각이 불쑥불쑥 찾아왔다.


친정엄마가 일주일 왔다 가셨고

엄마에게 나는 세상 불쌍한 딸이 되었다.

어릴 때는 속 썩인 적 한번 없었는데

내가 일군 가족으로 고통받는 나를 보며 엄마 또한 마음이 많이 상하셨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그리 나쁠 것도 없다.

직장에서 배려받고(내가 눈치를 보지 않는 건지, 눈치가 없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중요하지 않다)

아이들은 발달은 느리지만 크게 아프지 않고

나는 운전도 세상 잘해서 치료센터까지 척척 가서 좁은 곳에도 주사를 척척 할 수 있다.

그리고 아이가 치료받는 동안 독서할 시간도 생겼다.


마켓 컬리와 쿠팡 프레시와 오아시스 덕분에 집에 반찬이 떨어질 일도 없고

아이 태권도 학원 건물의 반찬집은 저염식으로 애들 입맛에 딱이고

집 앞에 있는 청과물 가게에는 저렴하고 맛있는 과일을 판다.

게다가 올해 수업을 맡은 학교 아이들은 너무 예쁘다.

고3 남자아이들, 성적과 별개로 착하고 순수한 아이들이라 다 잘됐으면 좋겠다.


힘들지 않은 삶이 어디 있으랴.

후회 없는 삶이 어디 있으랴.

(최근에 읽었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서 그랬듯,

지금 삶이 어쩌면 최상의 삶일지도 모른다.)


그냥 그렇게 좋은 점을 바라보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뿐이다.

그렇게 살다 보면


반드시 피어날 거고

반드시 나아질 거고

반드시 좋아질 거고

반드시 잘될 거라고

누군가가 말했다.(어디서 캡처한 건지, 내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문구)



그냥 그럴 거라 믿고,

세계 평화의 꿈 까지는 이루지 못하겠지만

적어도 내 내면의 평화만큼은 이루어 내자고,

그렇게 멋진 목표를 잡고

오늘 하루도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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