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다 지나가고 있다. 진짜? 정말? 벌써 12월이라고? 혼잣말로 여러 번 되뇌어보며 안 믿겨 하는 순간에도 시간은 째깍째깍 흘러 연말을 향해 가고 있다. 그러면서, 난 과연 한해 동안 후회 없이 살아왔는가 되짚어보는 시간을 자연스럽게 갖게 되었다. 2024년은 활동적인 한해였다기보다, 책상에 앉아 고민하고, 자료를 검색하고, 그것을 결과물로 만드는 시간들이었던 것 같다.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열 손가락의 열심으로 지냈던 시간들이 많았는데, 내 엉덩이의 힘은 그리 잘 길러진 것 같진 않다. 앉아 있다가도, 화장실 가려고 한 번. 물 마시러 한 번. 택배 찾으러 또 한 번… 이렇게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하며 집중력이 깨어지는 시간들이 많았던 걸 보면 말이다.
오래 앉아 있어보려고, 엉덩이의 힘을 길러 보려고 참 여러 방법을 썼었다. 한 번은 화장실을 자주 가지 않기 위해 물을 안 먹어 보기도 하고, 다른 게 눈에 안 보이게 책상 주위를 가림막으로 가려 보기도 하고, 자꾸 말 시키는 남편을 먼저 재워보기도 했다. 심지어 일어날 수 없는 발 상태를 만들기도 했었다. 발뒤꿈치의 각질을 벗겨낸 뒤, 풋크림을 잔뜩 발라 두는 거다. 그러면 발을 바닥에 디딜 수 없어 한동안 의자에 앉아 일에 몰두할 수 있었다. 이렇게까지 노력을 했다는 것에 스스로를 격려하며 지내고 있던 찰나, 이 단어를 발견한 것이다. ‘엉덩뚱’.
‘엉덩뚱’은 ‘별로 하는 일 없이 엄벙덤벙하는 사이에 시간이 지나감을 이르는 말.’이다. 엉덩이를 붙여보려 다소 ‘엉뚱’한 발상까지 했던 내 눈에 확 꽂힐 만한 단어였다. 그런데 뜻을 차근차근 읽어보다가 요즘 말로 살짝 ‘긁히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단어의 뜻처럼, 책상에 앉아있긴 했지만, ‘별로 하는 일 없이 엄범덤벙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긴 했으나, 머릿속은 이것저것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고, 쇼츠나 릴스가 전달하는 도파민에 사로잡혀 있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나는 순간 ‘뚱’해졌다. 오래 앉아 있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저 단어가, 내 눈에, 그것도 딱 오늘, 들어온 것인가.
그러나 물리적으로 쌓인 시간의 양이 아무것도 아니라 말할 수는 없다. ‘아무것도 아닌 건 아무것도 없댔어’라는 노래 가사처럼 별 의미 없이 지나온 시간 같지만 그 안엔 반드시 의미 있는 삶의 부분들이 있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나는 엄연히 글을 쓰는 사람이지 않던가. 엉덩이 붙이고 차곡차곡 쌓아온 활자들이, 내 삶이 엉덩뚱하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한해 동안 크게 활약했던 연예인들은 연말 시상식을 통해 그 활약을 증명 받는다. 그렇다면 나도 한해 동안 한 일들을 곱씹어 보고, 내가 쓴 글 중 맘에 드는 글도 골라 자그마하게 나만의 시상식을 만들어 볼 작정이다. 스스로 증명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