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버스, 수상보트, 뚝뚝 너의 결정은?
방콕에는 다양한 교통수단이 있어. 버스, 택시, 오토바이 택시, 뚝뚝, 지하철(MRT), 지상으로 다니는 철도인 스카이 트레인 BTS, 마지막으로 수상보트가 있지. 동남아 국가(하나의 땅덩어리에 붙어있는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를 뜻함) 중에서도 여행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다양한 교통수단을 가지고 있는 나라 이기도해. 방콕은 우리나라의 한강처럼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지역이 나뉘어 있는데 바퀴가 달린 교통수단을 이용해 다리를 건너는 방법과 배를 타고 건너는 두 가지 방법이 있지.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배낭여행자에게 바퀴 달린 교통수단(로컬 버스 제외하고)을 이용한다는 건 사치와도 같아. 그래서 웬만하면 로컬 교통수단을 주로 이용하다 보니 버스와 수상보트 타는 게 일상이 돼버린 거야.
처음부터 능숙하게 현지 교통수단을 이용했을 리 만무하잖아? 로컬 버스를 타고 눈감고도 카오산로드로 가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겠어. 버스 한번 타기 위해 현지인들에게 카오산로드로 가는 버스인지 아닌지, 씨암(방콕의 시내)으로 가는 버스가 맞는지, 버스 번호도 제대로 안 쓰여 있는 버스를 만나기라도 하면 버스기사에게 나의 목적지를 제차 묻기를 수차례... 때로는 버스에서 잘못 내려, 가려는 목적지까지 물어물어 30분 동안을 걸었던 기억들이 너무나도 많았어.
처음으로 방콕에 도착한 첫날, 공항에서 카오산로드까지 공항버스나 지하철을 탔다면 너무나도 편하게 이동했을 텐데 그땐 무슨 생각이었는지 로컬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로 마음먹었었지. 영어로 의사소통이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운전기사와 현지인들 사이에서 카오산로드까지 버스를 3번이나 갈아타며 기나긴 여정을 시작했었어. 하아... 지금 생각해도 왜 그런 무모한 짓을 했을까 싶어. 아마도 첫 배낭여행지여서 객기를 부린 거 같기도 하고, 돈을 아끼기 위해서 그런 거 같기도 하고... 그 덕분에 여행 첫날부터 로컬 버스에 대한 애증? 이 생겼달까?
로컬 버스와 택시, 너의 선택은?
도심의 후끈한 열기가 에어컨 바람을 대신해주는 로컬 버스가 좋아?
아니면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안락한 의자가 있는 택시?
무엇을 선택하던 그 나라만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건 마찬가지일 거야.
어느 정거장에 내려야 할지 몰라
문 바로 앞에 자리를 잡고 이때다 싶은 순간에 버스에서 내리는 순발력 발휘하기!
이젠 수상보트 교통수단 이야기를 해볼까 해. 카오산로드에서 조금 먼 곳을 간다던가, 강 건너편으로 가야 할 때 주로 수상보트를 타고 이동해. 방콕의 한강과 같은 강의 이름은 차오프라야 강. 동양의 베니스라고 불릴 정도로 수상교통이 발달했는데 교통체증이 심한 방콕에서 강 위를 시원하게 달리는 장점이 있어서 현지인들과 관광객들 모두 사랑하는 교통수단이지. 그래서 보트는 출퇴근 시간이 되면 우리나라 지옥철을 보는 것처럼 현지인들과 관광객들이 뒤섞여 더 복잡해지지만 직접 경험해보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교통수단 중 하나야.
나는 한강 유람선을 타봤던 기억이 없어. 아주 오래된 사진첩 속(유치원 시절이었던 거 같은데), 유람선 타고 찍었던 사진 한 장과 엄마의 추억 이야기 속에서 등장했던 게 다였지. 성인이 된 이후에도 한강 유람선 따위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내 인생에 사치일 뿐이었어. 그런 나에게 방콕에서 매일매일, 하루에도 두세 번씩 배를 탈 수 있음에 행복했고 그게 일상이 되어버렸어. 물론 수상보트도 나의 여행 동지가 되기 전까지는 버스와 마찬가지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어. 이 보트가 윗동네(위쪽 방향)로 가는 건지 아랫동네(아래 방향)로 가는 건지, 건너 동네(건너편 방향)로 가는 건지 확실치 않아 연거푸 보트 번호를 확인했고 그것도 못 미더워 주변에 있는 현지인이나 여행자에게 묻기 일쑤였어. 그런 나의 노력 탓에 한두 번을 제외하고서는 나를 원하는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이동시켜 주었지.
찌는듯한 태국의 날씨에 에어컨도 없는 로컬버스를 탄다는 건 사실 쉽지만은 않아. 현지인들에겐 습도 100%의 날씨가 익숙하겠지만 여행자들에겐 다를 수밖에 없지. 그런데 수상보트를 타고 있으면 강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에어컨 못지않게 몸과 마음을 식혀줘. 보트를 타고 그저 멍하니 강 밖의 풍경을 구경해도 좋고, 가장 마지막 보트 정류장까지 가서 다시 돌아오는 보트여행만으로도 방콕 여행 반은 즐겼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야.
이유인즉슨, 보트를 타고 강 건너를 보다 보면 방콕에서 유명한 관광지와 랜드마크들을 모두 볼 수 있기 때문이야. 왕실 사원인 왓 아룬(새벽사원), 방콕에서 가장 유명한 옛 왕실 거주지 왕궁, 도심지역의 높다란 빌딩들을 직접 가지 않아도 보트에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입장료를 아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수상보트의 하이라이트,
바로 심야 보트 여행!
다양한 빛으로 수놓아진 수많은 다리들과 사원들이 눈을 아름답게 만들고, 밤에 불어오는 시원한 강바람이 낮에 쌓인 피로를 한꺼번에 날리게 해 주지. 수상보트 말고도 여행자들의 심야 보트 여행을 위해 존재하는 투어들이 있지만 그건 가격도 사악하고 배낭여행자에겐 사치와도 같기에 수상보트 만으로도 가성비 갑의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거야.
선착장에서 보트를 기다리는 스님의 목적지는 어디일까?
내가 가고자 하는 곳은 어디였을까?
수상보트에는 관광객과 현지인들이 뒤섞여 원하는 목적지로 이동하지.
모두가 다 똑같은 수상보트 애호가들.
차오프라야 강의 낮은 쉴 새 없이 승객들을 실어 나르는 배들과
관광투어를 시켜주는 배들이 뒤섞여 여유로운 강의 모습을 기대했던 나의 눈을 찌푸리게 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이 강이 없다면 방콕에 올 이유가 하나 줄어들 만큼 중요한 존재임에는 틀림없어.
풍경을 보는 재미 덕분에 보트 타는 매일매일이 나에겐 소박하지만 큰 행복이었어.
밤은 낮보다 아름다웠지.
낮의 번잡함 대신, 한적함과 고요함에 마음까지 평화로워졌어.
마지막으로 내가 사랑하는 교통수단의 마지막, 바로 뚝뚝이! 동남아에서는 어디서나 존재하고 동남아를 대표하는 교통수단인 뚝뚝이는 다른 탈 것에 비해 가격은 비싸지만(로컬버스나 수상교통에 비해) 비교적 먼 곳으로 이동해야 할 때 없어서는 안 될 교통수단이지. 뚝뚝이를 이용하고 싶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가격 흥정 때문이야. 동남아 여행에서 매 순간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가격 흥정이라는 거 알고 있지? 이걸 하다 보면 목적지로 이동하기도 전에 물먹은 스펀지처럼 기운이 빠지고 만사가 다 귀찮아지게 되는 반면 신경은 예민해져서 누군가가 내 옆에서 성질을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펑하고 터질 것만 같은 풍선처럼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해져 있어.
나 : 여기까지 얼마에 가줄 건데?
뚝뚝 기사 : 100밧!
나 : 너무 비싸잖아! 많이 멀지도 안잖아!
뚝뚝 기사 : 100밧 아니면 안가!
나 : 그래, 그럼 60밧!
뚝뚝 기사 : (너무나도 태연하게 손을 저어가며) 안돼, 안돼~
나 : 그럼 됐어, 나도 안타! (다른 뚝뚝이 기사에게 가려고 발길을 돌리는 액션을 취하자)
뚝뚝 기사 : (그제야 발에 불 떨어진 듯) 알았어, 80밧! 더 이상은 안돼!
나 : (더 이상의 흥정도 무의미하다 싶어 체념한 듯) 알았어. 80밧! 나중에 딴말하지 마!
뚝뚝을 탈 때 매번 이런 가격 흥정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돼. 나중에는 해탈의 단계에 이르게 되지만 그건 단순히 더 이상 이런 곳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체념한 다라는 거. 그리고 나름의 스킬과 가격 시스템을 습득하게 되어 흥정에 수월해진다라는 거. 그래도 동남아 배낭여행하면서 이런 재미와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가 없다면 너무 무료하지 않을까?
비 오는 날 뚝뚝이를 탄다면 그저 머리만 비를 맞지 않게 막아줄 뿐,
팔과 다리는 목욕한 듯 물이 주르륵 흐르게 될 거야.
그래도 뚝뚝이가 주는 매력은 타본 사람만이 알 수 있겠지?
화창한 날,
저렴하게 도시 구경을 하고 싶다면 주저 없이 뚝뚝을 선택하길 바라.
지극히 프라이빗하게 방콕이라는 도시를 너에게 소개해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