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강의 다리로 유명한 깐짜나부리로 가는 고생길에 대한 이야기.
방콕에 도착한 이후, 처음으로 방콕을 떠나 콰이강의 다리로 유명한 외각지역인 깐짜나부리라는 곳으로 가려는 계획을 새웠어. 가이드북에 보면 깐짜나부리로 가는 방법이 지극히 이론적으로 설명되어거든. 여행 초짜에 가이드북에만 의존해 있던 나는,
'그래! 누구의 도움 없이 내 스스로 찾아갈 수 있어!'하고 결연한 의지를 보였지.
그렇게 나는 다음날 아침, 호기롭게 게스트하우스를 나섰어. 가이드북에 설명되어져 있는 방법 그대로 하면 별 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내가 순진했던 걸까?
카오산로드에서 깐짜나부리로 가는 길은 전혀 간단하지 않지만 글로 간단하게 소개해볼게.
수상 보트를 타고 건너편으로 이동 -> 뚝뚝 or 택시를 타고 톤부리 기차역으로 이동 -> 기차를 타고 깐짜나부리로 이동 -> 오토바이 택시 or 뚝뚝 이용하여 콰이강의 다리로 이동 -> 콰이강의 다리 도착.
무려 4개의 교통편을 이용하는 멀고도 기나긴 여졍이었어.
깐짜나부리로 가는 오전 기차는 톤부리 역에서 7시 50분! 이 기차를 놓치면 깐짜나부리에 절혀 갈 수 없다는 것! 지도상으로 기차역까지 그리 멀지 않다고 판단하여 6시 반에 숙소에서 출발했어. 제일 먼저 타야하는 교통수단인 수상 보트부터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고 결국 7시 10분쯤 건너편에 도착했지. 기차 시간에 늦을 것 같아 부랴부랴 뚝뚝을 잡으려고 하는데 그리 멀지 않은 거리인데도 불구하고 100밧이 아니면 안간다고 하는거야. 아침부터 나의 혈압을 올리는데... 다른 뚝뚝 기사들도 담합을 했는지 똑같은 말만 되풀이했어. 그렇게 이 날, 나는 처음으로 택시를 타봤어. 이 때만 해도 택시의 기본요금은 36밧, 금액보다 더 큰 문제는 출근시간이라 길이 너무 막혔다라는 거야. 그냥 뛰어가는게 빠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정도였지. 어찌됐든 마음이 급한나머지 택시 기사한테 제발 빨리 가달라고... 기차 시간에 늦었다며... 사정사정하며 기차역에 도착한 시간은 7시 40분! 택시비는 얼마 나왔는지 알아? 겨우 50밧! 뚝뚝이 기사들이 나한테 엄청난 바가지를 씌웠던거야! 이노므 뚝뚝 기사들!!!
택시에서 내려 헐레벌떡 기차역 표파는 곳까지 뛰어가 깐짜나부리로가는 표를 사서는 역무원에게 물었다.
나 : 깐짜나부리로 가는 기차 언제와?
역무원 : 음.. 모르겠는데?
나 : (순간 벙찐 표정으로) 응? 기차시간 분명 7시 40분인데?
역무원 : 응, 맞아. 근데 언제 올지는 몰라.
이 기차를 놓칠까 싶어 아침부터 마음 졸이며 보트타고 택시타고 뛰었던 나의 모든 노력들이 한순간에 개고생으로 바뀐 순간이었어. 태국 뿐만이 아니라 주변 동남아 지역에서는 너무나도 흔한 그들만의 시간개념... 우리나라처럼 정시에 출발하는 대중교통은 흔하지 않다라는걸 명심했으면해. 마음 조급해 하지말고 그 순간, 너만의 시간을 보내길 바라.
너가 다른 나라를 여행 한다는 건,
그 나라 시간 개념에 맞추고, 그 나라 방식에 어울리는 생각과 행동을 변화 시켜야 한다는 것.
기차표에 적혀있는 시간은 그저 의미없는 숫자에 불과할 뿐,
너만의 시간표를 만들어서 여행해봐.
그런데 말이지, 이 날 로컬 기차를 타본 경험이 훗날 인도여행을 했을 때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 그만큼 나에게 강렬함과 후회남지 않을 경험이 되었지. 온전히 이 날만은 제외한 채 말야.
그렇게 기차는 8시 20분에 도착해서 탈 수 있었고, 기차를 타고도 한참 뒤에서나 출발했어. 깐짜나부리 도착시간인 10시 25분까지 과연 도착할 수 있을까? 로컬 기차의 모습을 전날 잠들기 전 생각해봤지만 이렇게까지 열악할지는 몰랐어. 우리나라에서 제일 저렴한 기차라해도 에어컨 정도는 설치되어 있잖아? 그런데 창문은 온통 열려져 있었고, 천장에는 나에게 시원한 바람 대신, 세월에 쌓인 먼지를 내뿜을 것 같이 생긴 선풍기가 매달려 있었어. 의자는 다행히 쿠션감이 있어서 천만다행이라 생각할 정도였지. '그래, 일단 시간안에만 가면 되지.' 이렇게 긍정적인 생각을 한 나는 바보 멍청이였어.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가다 서다를 계속 반복하는데 무슨 이유에서 정차하는지도 모르겠고 심지어 15분씩이나 머물러 있는게 아닌가... 한국인의 빨리빨리 급한 성격탓에 속이 터지기 직전이었어. 하지만 내가 이런다고 상황이 달라질리 만무하니 그저 답답한 내 속을 부여잡고 있을 뿐이었어. 이 기차가 깐짜나부리역에 도착하는 시간은 표에도 정확히 10:25분이라 쓰여져 있었지만, 출발시간 딜레이... 중간정차로 딜레이... 이쯤되니 과연 몇시에 도착할지 날 궁금하게 만들었어.
어느 나라를 여행하던지 그 나라의 열차를 타보는 경험은
진정한 여행자로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될테니...
결국 출발한지 4시간이 지난 시간인 오후 1시에 깐짜나부리역에 겨우 도착했어. 2시간이 넘게 딜레이되는 기차시간에 이미 난 지쳐있었지. 하지만 아직 콰이강의 다리 근처도 안왔다라는 거. 역을 나와 대기하고있던 오토바이 택시를 잡고서는 콰이강의 다리로 가달라고 이야기했고 무려 30밧에 생각보다 먼 거리를 이동하게 되었어. 방콕의 교통 물가가 얼마나 비싼지 절실히 느끼게 해주는 경험이었지. 그렇게 아침부터 고됨과 스트레스를 받으며 힘겹게 콰이강의 다리에 도착하게 되었어. 이미 이곳에는 수 많은 여행자들이 구경하고 있었지. 왠지 그걸 보고있자니 학교에 지각한 학생마냥 뻘쭘함이 느껴졌다랄까...
콰이강의 다리가 관광지가 된 이유는 세계 제 2차대전 때, 일본이 인도와 무기를 수월하게 주고받기위한 빠른 운송 수단이 필요했는데 태국을 포함, 연결 철도를 건설한거야. 다리와 철도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최소 5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1년만에 건설하라는 명령을 받아 태국민, 강제 노동자, 포로까지 합새하여 밤낮 가리지 않고 15개월 만에 다리를 만들었던 거지. 그로인해 죽은 사람만 10만명, 죽음의 철도라 부르게 된것도 그 이유에서였데. 당시의 참혹한 역사 흔적, 그 역사 중심에 일본이라는 나라가 존재한다는 이유가 다리 위에 서 있던 나를 더 화나게 했던 것 같아. 역사속의 슬픔은 저만치 묻어둔 채, 지금은 방콕에 들리면 한번은 꼭 방문하게되는 관광지로 탈바꿈 되었고, 하루에 몇번씩 관광열차를 싫어 나르는 역할을 해주는 그런 곳이 되었지.
역사의 흔적은 뒤로한 채,
여느 관광지의 흔하디 흔한 모습으로 바뀌어져 있는 곳.
방콕의 찌는듯한 더위에서 아침부터 고군분투하며 콰이강의 다리까지 다 둘러본 시간은 오후 3시... 아침은 말할것도 없고 점심 따위 먹질 못하고 물만 벌컥벅컥 마시며 돌아다녔어. 배가 고프다 못해 감각이 없어질 지경이었지. 이렇게 고생하며 왔는데 길거리 음식으로 때울 순 없어 콰이강의 다리 아래에 있는 수상 레스토랑으로 향했어. 나에겐 비싼 가격이었지만 이렇게라도 나의 개고생 여행을 보상받고 싶은 심정이었거든. 그렇게 1시간 남짓 여유로운 식사를 끝내고 이제 다시 방콕으로 돌아갈 생각에 먹었던 음식들이 다시 올라올 것만 같았지...
하아.. 다시 어떡해 돌아가야 한단 말이더냐...
갈때는 절대로 기차를 못탈것같아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시외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했지. 가는 길도 어메이징의 연속이었어.
깐짜나부리 시외버스 정류장 - 방콕 머칫 시외버스 정류장 - 방콕 머칫 지하철역까지 오토바이 택시 - 지하철타고 씨암역 - 씨암역에서 카오산로드 시내버스 - 게스트하우스
가는 길도 정말 녹녹치 않았지. 깐짜나부리에서 방콕 머칫으로 가는 버스는 아주 조그마한 벤이었는데 그 작은 버스에 최대한 사람을 많이 태우려고 날 오징어로 만들어 버린거야. 그렇게 그 버스를 타고 2시간을 이동했고, 좁은 자리탓에 잠은 사치였으며 그저 창문에 내 이마를 박고 의도치않았던 바깥구경만 두시간 내내 했던거야.
버스기사는 무한도전을 찍으려 했던 걸까?
오늘의 미션 : 이 벤에 과연 몇명이나 들어갈 수 있을까?
방콕으로 돌아오는 길에 잠시 들린 휴게소에서 먹는 아이스크림의 맛은?
베스킨라이스 + 하겐다즈 + 수제 아이스크림을 모두 가져다줘도 바꿔먹지 않을 그런 소중한 맛!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카오산로드에 도착한 난, '집(카오산로드) 나가면 개고생' 이라는 말이 헛으로 생기는 말이 아님을 절실히 느꼈고, 이 후 외각지역으로 떠나는 일정은 비싸더라도 여행자 투어를 신청하는 계기가 되었지.
하지만 이 날 나에겐 지금까지도 기억 될 소중한 여행의 추억을 만들어 주었고,
그게 바로 여행이 주는 매력이기에 계속 떠날 이유를 부여하는 걸 수도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