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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on Jan 11. 2022

밤참의 부름

일간 연 15화

야식, 내 건강을 망친 주범 중 하나다. 야식을 먹으며 유튜브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어쩜 그리 편안한지, 그 편안함을 잊지를 못해 야식을 못 끊고 있다. 야식을 끊으면 당장 아껴질 식비가 얼마며 식습관도 훨씬 건강해질 것이고 위나 식도에도 더 좋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순간의 달콤함이 자꾸만 내 자제력을 끌어내린다. 밤 10시에서부터 12시가 피크다. 하루를 마무리해야 하지만 이렇게 하루를 마무리하기엔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들 즈음, 마음 속에서 슬그머니 고개를 내미는 것은 야식에 대한 강력한 욕구다. 


야식으로 샐러드 이런 걸 먹으면 차라리 낫겠지만 그런 걸 먹을 마음으로 야식에 임할 수는 없다. 또 괜히 자극적이고 씹을 게 많은 음식들을 찾게 된다. 술을 자제하기 전에는 맥주도 꼭 끼워 마셨지만 다행히 요즘은 그래도 음식 선에서 그치는 편이다. 한때는 막걸리에 빈대떡을 달고 산 적도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남은 빈대떡과 막걸리가 나를 반겨주었다. 그렇게 맞는 아침이 상쾌할 리 없었고 그렇게 잠든 밤도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빈대떡을 입에 넣고 막걸리를 목에 부어넣는 그 순간만큼은 이상하리만큼 즐거웠다.


왜 야식을 먹는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하루 중 먹는 삼시세끼는 시간을 재가며 먹어야 한다. 뒤에 할 일이 있고 점심시간 등에는 아예 정해진 시간이 있고 같이 먹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도 배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식은 시간에 상관 없이, 내가 원하는 메뉴로, 내가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다. 유튜브를 보면서 먹다가 드러눕든 말든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다. 그리고 야식으로 정해져 있는 메뉴들은 대체로 단기간의 급속한 먹는 기쁨을 주는 음식들이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야식을 입에 넣고 있으면, 대충 행복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시간에도 사람에도 구애받지 않고 아주 기본적인 쾌락에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이 찾아온다. 


알람을 켜지 않고 자는 잠이 유난히 달콤한 것처럼, 끝내기를 예정하지 않아도 되는 무질서한 식사는 그 나름대로 달콤하다. '마음껏 먹어'라는 말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과 같이, 세상이 마냥 차갑고 나를 혼자 두는 것 같고 밥맛이 뚝 떨어질 때, 야식은 귀를 번쩍 뜨이게 하는 말이다. 시간에 신경 쓰지 말고 마음껏 먹으라는 그런 말 같다. 


유튜브 컨텐츠로 먹방이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듯이, 사람들이 먹는 행위에 점점 더 애정을 품게 되는 건 우리 삶이 가장 기본적인 부분에서부터 차가워지고 있다는 증명인지 모른다. 하루를 살면서 기분 좋게 어딘가에 푹 빠질 수 있는 순간은 먹을 때, 혹은 누가 맛있게 먹는 것을 볼 때 뿐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자꾸만 야식을 먹는다. 이제는 정말 끊겠다고 말해놓고도. 밤참이 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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