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합니다
퇴근길, 혼자 몰래 즐기는 소소한 취미
나는 노래 부르는 것을 퍽 좋아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혼자 노래방에 가는 것을 즐기는 편은 아니다. 에코가 들어간 마이크보다는 그냥 맨 목소리로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내가 주로 노래 부르기를 즐기는 곳들은 사람들이 별로 없거나, 공간이 탁 트여있거나, 차가 많이 다녀서 노래를 불러도 목소리가 묻히는 야외 공간들이다.
그리고 나는 특히 날씨가 좋은 퇴근길에 노래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오늘처럼 비가 막 개인 후라 살짝 낀 구름 뒤로 맑은 하늘이 보이는 쾌청한 날이면, 조심스럽게 노래를 시작해서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을 곳으로 가서 마음껏 부르고 오기도 한다.
내가 주로 부르는 노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제가. 좋아하는 노래의 좋아하는 구간을 반복해서 부르기도 하고, 음을 더 높이거나 낮춰서 불러보기도 하고, 섞어서 부르기도 하다 보면 괜히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든다. 가끔 원하는 음까지 올라가지 않아서 답답할 때도 있지만, 한껏 음을 높여서 노래를 부르고 나면 맑고 높은 하늘까지 내 목소리가 닿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가슴 한편이 뿌듯해진다. 하루가 행복해진다.
이사를 하기 전에는, 직장 근처에 거주했던 터라 퇴근길이 걸어서 20분 정도였다. 당시 퇴근길은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아주 좋은 조건이 갖추어진 곳이었다. 담장 옆으로 쭉 뻗은 가로수길 옆으로 차들이 쌩쌩 달리고, 다니는 사람은 많지 않은 그런 곳. 그래서 당시 퇴근길에는 늘 노래를 부르고는 했다. 특히 사회초년생 무렵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고 막막할 때면, 그 마음을 담아 (궁상맞지만) 울면서 노래를 부르고는 했다. (그때 모르는 어떤 분께서 지켜보고 있었다며 연락처를 물으신 적이 있었는데, 순간 나는 '설마, 내가 울면서 노래 부른 걸 보신 건 아니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당황해서는 도망쳤던 기억이 난다.)
이후 광화문으로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면서부터는, 딱히 노래를 부를 만한 시간이 없었다. 그러다가 코로나 19로 인한 답답함이 극에 달했던 어느 날, 퇴근길에 운동을 가려던 중 적당한 장소를 발견했더랬다. 바로 세종대왕 동상과 이순신 동상이 있는 그 길. 당시 사람들을 피해서 요리조리 돌아다니며 오래간만에 노래를 한 시간 정도 불렀다. 속이 너무 후련했다. 그 후 곧잘 그 길을 애용하고는 했다.
그리고 최근에 발견한 또 하나의 장소는 바로 청계천이다. 청계천 길에서 흐르는 물과, 맑은 하늘과, 푸른 나무와, 노니는 새들이 어우러진 풍경을 만끽하며 사람들을 요리조리 피해 가며 소리를 낮추기도 했다 높이기도 했다 하면서 노래를 부르면 금세 행복해지고는 한다. 가끔 보지 못한 사람들이 있어서 흠칫 놀라 소리를 줄였다가, 그분들의 귀에 꽂힌 이어폰을 발견하고 나면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한다.
좀 유치하고 부끄럽기도 하지만, 나의 하루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나만의 소소한 취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