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먼저냐, 사람이 먼저냐

어쩌면 우리는, 너무 일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by Brightly



가끔 외국 사람들과 일을 하다 보면, 새삼 우리의 업무 문화가 얼마나 일 중심인지를 느끼게 되고는 한다.






몇 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외국 사람들과 미팅 일자를 잡아야 할 일이 생겼는데, 양쪽의 사고방식이 너무나도 달라서 나는 그만 충격을 받고 말았다.


우리는, "언제부터 언제까지는 출장이 있을 수 있으니, 일정을 비워둬."라고 지시받았다. (당연히 일이 먼저. 개인 일정이 있더라도 취소해야 하는 분위기...)

반면 상대측은, "사람들에게 여름휴가 계획을 물어봤는데, 언제 언제는 안 된다고 하네요. 남은 날들 중에서 골라야 할 것 같아요."라고 우리에게 얘기했다.




그리고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어느 모임인가에서 미 대사관 사람과 인사를 나누게 되었는데, 나름 고위직에 중요한 직위를 맡고 있었던 분이라 당시 이런저런 외교 안보 현안들로 꽤나 바쁘실 시기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설레는 표정으로 이런 말을 하시는 거다.


"저는 내일부터 한 달간 남자 친구와 여행을 가려고 해요."


당시 나는 완전 놀랐다. 문화충격이었달까?



... 슬프게도, 우리나라 같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이야기. (신혼여행 일주일 이상 보내주는 경우도 많이 못 봤다...)






이런 사례들을 겪다 보면, 우리가 정말 단체로 일 중독증에 걸린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삶의 중심을 너무 일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경험상 우리 사회에서 휴식과 휴가에 대한 개인 선호와 권리는 일 앞에서는 너무 당연하게 무시되기 일쑤인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바쁜 시기이거나 중요한 일들을 연달아서 맡게 될 때면, '나'라는 한 사람의 삶에서 '일'을 제외하고 나면, 대체 무엇이 남을까 하는 생각을 문득 떠올리기도 한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다.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끼리, "시간이 정말 빨리 가네요... 이렇게 일만 하다가 늙어 죽을 것 같아요..."라고 서로 푸념과 하소연을 나누는 경우도 종종 있다. 거듭되는 야근 앞에 일 말고 아무것도 못 할 때면, 더욱 서로를 위로하게 된다.



공직자들의 경우에는 '선공후사'(공적인 것을 먼저, 사적인 것은 나중에) 정신을 요구해야 할 때가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꼭 필요할 때만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 사적인 부분들이 덜 무시당하고, 가끔은 소중하게 여겨졌으면 좋겠다. 부디 지속 가능하고 행복한 삶, 가족과 함께 하고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삶을 지켜줄 수 있는 업무 문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아가, 우리나라가 제발 일 중심에서 벗어나 사람을 더 존중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언젠가는 우리도, 개인 휴가 일정을 먼저 물어봐주는 사회가 될 수 있을까...?

언젠가는 나도, 일에 대한 부담감은 내려놓고 언제든 마음 편하게 한 달 정도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때가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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