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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eongrim Amy Kang Jul 03. 2022

위아래 격동 치는 나의 멘털 일지 11

Moodswing을 괜히 스윙이라고 표현하는 게 아니다...

06.29


다른 약을 취해보기 위해서 요즈음 내가 맥시멈 Dosage로 4년째 먹고 있던 약을 계속해서 줄여가고 있다.

일주일에 반토막씩, 200,150, 100, 50, 그리고 현재는 25까지 먹어가면서 졸린 눈과, 핑핑 돌아가는 내 머리통을 붙잡고, 하루에도 몇 번씩 뛰어내리고 싶은 욕구를 이리저리 다른 것으로 돌려가며 참고, 버텨내고 있다.


SSRI약물의 가장 큰 부작용 중에 하나는, Numbness 그리고 Dizziness. 


약을 꽤나 먹던 사람들은 아마 줄여가는 과정이 상상도 못 하게 짜증 나고 신경을 자극할 것이다. 지금 내가 그렇다. 원래의 나의 신경계의 무엇인가 화학물질을 일정 상태로 유지시켜주는, 위도 아니고 아래도 아닌 상태로 유지시켜주는 이약이 갑자기 내 몸에서 빠져나간다고 하니, 내 몸안과 머리 안이 난리가 났다. 


약을 먹을 때는 먹는다고 맹해지더니, 안 먹으니 안 먹는다고 미친 듯이 머리가 돌아간다. 그리고 눈알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돌릴 때마다 오는 멀미. 누가 보면 나 혼자 바이킹 타는 줄 알 것이다.


머리에 지진이 온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하루에 16시간 공부할 때도 느껴보지 못했던 머리의 정말이지 Physical 한 이 지진은 내가 왼쪽 화면에서 오른쪽 화면으로 볼 때도, 내가 먹을 음식을 볼 때도, 커피를 다 우려내고 따라낼 때도 동반한다. 


그리고 드디어 25mg, 기다렸다는 듯이 담당 GP에게 전화해, 네가 하라는 대로 약 줄였으니, 다른 약으로 바꾸고 싶다고 했다. 드디어 바꿨다.


7월이다, 내 인생을 단번에 바꾸진 못해도, 뭐라도 바꿔야 한다. 




07.01


7월이다. 내 생일 달이다. 


어릴 때에는 생일을 이리저리 친구와 누구와 함께 보내지 못해 울상이고, 진상이었는데, 지금은 그냥 내 생일이었나 싶게 아무런 내맛니맛도 없이 보내고 싶어 안달이다. 참, 인간이란.


첫째, 최근 심경의 변화로 인해 약을 바꾸고 있고, 게다가 회사를 이직 준비 중에 있는데 순탄치 않아서 왠 간하면 나의 무언가를 써가면서 (마음이던 에너지인던 돈이던 시간이던.) 내 생일을 축복해주고 싶지 않다. 


둘째, 곰곰이 생각해보니, 조선시대에는 100일을 못 지낼까 봐 100일을 축하하고, 먹고살기가 너무 팍팍해 1년 동안 무사하여 살아있기를 잘했다 칭찬해주는 날이었다고 치면, 왜 아직도 우리는 상대적으로 잘 먹고 잘살고 있는 지금 이 시기에도 이렇게 Happy birthday를 부르고 있는지? 이해를 어떻게 해야 할지 이해가 안 간다.


셋째, 최근 미국에서 일어난 Abortion issue로 인해서 다시 생각해보는 국가의 신념 그리고 이념 등을 살펴보며 내 개인적인 생일을 다시 바라보니, 이게 이렇게 크리스천스러울 수가 없었다. 나는 무교인데 왜 크리스천, 가톨릭처럼 내 생일을 "너는 태어나길 잘한 소중한 하나님의 생명이다"를 외치며 축해야 하는지 라는 질문을 낳았다. 


넷째, 우리는 어쩌다 보니 무교이고, 아무런 신념과 신앙이 없음에도, 국가의 일부, 소수 리더십들이 우리를 리드하고 있고 세계의 정계를 바꾸고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또한, 그들의 신앙과 신념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이미 알아버린 이상, 별로 이상태를 지속하고 싶지 않다. 그들이 믿고 있는 신념은 내가 가지고 있는 신념과 "신앙" 그리고 믿음과는 다르다. 


다섯째, 제대로 된 생산성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 아닌데, ( 다음 세대를 낳던, 돈을 벌던, 시간을 벌던, 에너지를 생산하던, 노동을 하던) 내가 쓰면 되돌아오지 않을 돈을 쓰면서 내가 생일이라는 걸 축하할 가치가 있을까 싶다. 누구든지 태어난 일을 축하할 권리는 있다만, 그 권리를 딱히 이번엔 쓰고 싶지 않다.


뭐 이러다가 갑자기 타투하러 간다고 할 수도 있다.

나는 또 간사한 인간이니까.

제멋대로다.



 07.03


누군가가 옆에 24시간 7일, 일 년 365일 내내 같이 있다는 것이 이렇게도 힘든 것이다.


우리 둘의 성향은 그렇게 Clingy한편이 아니다. 꼭 같이 있고 싶고, 어디든 무엇이든 함께하고 싶은 그런 사람들이 아니다. 얼굴을 꼭 1분이라도 더 봐야 하는 사람이 아니고, 심지어 길을 걸을 때도 손도 안 잡고 건 지 4년이 넘었다. (Relationship 초반부터. 쭈욱) 


그런데 최근 저 인간도 일을 리모트로 하고, 나도 풀로 리모트로 하고 있는 데다가, 원유값과 기름값이 폭등하며 미친듯한 생활비를 기록하고 있는 지금 이 시점(2파운드 치고 올라갔다. 재작년에 0.6이었던걸 감안하면, 미친 형태다.) 우리가 왠 간하면 그리 좋아하던 밤 드라이브도 안 하고 있는 이 시점에, 이리저리 럭셔리 돈을 써가며 어딜 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뭐 이렇다 보니 각 나오지 않나, 하루 종일 서로의 방이더라도 한집 한 지붕 아래서 영원히 같이 있는 이러한 갑갑한 기분. 


이렇게 얘기하면 굉장히 정 없다고 느끼는 철없는 커플들이 있다. 미안하지만, 님들은 데이트할 때도 각자 집에서 나와 각자 집으로 돌아가셨고, 데이트도 주말에 짬 내서 하고 주중에는 밤에만 하시고, 집에서 보는 시간이 잠자는 8시간밖에 없지 않았을까? 


그런 걸 감안해 우리는 정말 찰싹 24시간 7일 내내 붙어있다. 저 아이가 런던 오피스에 간다고 할 때면, 그렇게 좋다 우리 둘은. 


그런 상황에서 나도 이직 준비에 여념이 없고, 약도 현재 Dosage를 줄여가며 다른 약으로 바꾸려고 하고 있는 이런 와중에, 나의 정신상태와 무드는 정말 미친 x가 따로 없는데. 


그걸 보여주는 나도, 그걸 고대로 고스란히 보고 있는 저 아이도, 힘들다. 


이런 거 보여주고 싶지 않은데, 그냥 나 혼자 삭히고 보고, 소화가 안되더라도 꾹꾹 소화해내고 싶은데. 안되면 전화로 그냥 얼굴 안 보고 말만으로 주절거리는 그런 상황에 있고 싶은데 그게 안 되는 지금 이 상황이, 언젠가는 부서져버릴 계란 껍데기처럼 바들바들 버텨지고 있다.


이번 주에만 1일 빼고 하루하루 마일리지 도장 찍듯이 울었다. 

그런 걸 옆에서 보여주고 있는 나도, 그걸 보고 있는 저 아이도 얼마나 힘들까. 


나는 지금 주변 Airbnb를 쳐다보며, 어디 지역으로 가야 돈값을 하며, 나도 쉬고 저 아이도 쉴 수 있을까를 고심 중이다. 그렇다 부부여도, 싱글 Airbnb 예약이 가능하다, 안될 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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