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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eongrim Amy Kang Jul 06. 2022

여전한, 나의 멘털 일지 12

07.04


조금 더 객관적인 관점으로 나의 무드 스윙을 알아보고 싶어, 이런저런 아티클과, 특히나 유튜브를 열심히 찾아보고 있다. 대충 나의 키워드는, "기분을 바꾸는 법", "감정을 바꾸는 법", "감정을 조절하는 법" 등이었다. 나 스스로도 조절이 제대로 안 되는 나의 기분과 느낌 그리고 감정들을 어떻게든 통제하고 조절해보고 싶다는 욕구에서 나온 대찬 검색어였다.


여전히 입바른 소리는 여전했다. 


감정을 바꾸고 싶다면, 몸이 먼저 반응하고 바뀌어야 한다.

걸어라. 소리 내라, 나는 할 수 있다고 거울을 보고 외쳐라. 

5분 안에 내가 가지고 있는 이 감정을 바꿀 수 있다고 상상하고 믿어라.

내가 이렇게 힘들고 지치고, 슬프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냥 그렇게 감정을 내보내라 등등. 


나만 거울 앞에 서서 소리치려고 할 때 소름 돋는 거 아니지? 

Cringe... 이렇게 어색하고 나 혼자 있는데도 창피한 건, 내가 이상한 걸까 이게 이상한 걸까?


13살 어릴 적, 똑같이 나의 이 미친 X와 같은 모습을 어떻게든, 바꾸고자, 나의 나이와 같은 주변 또래들이 하는 것처럼, 아무런 걱정, 근심 없이 불안 없이 웃고 떠들고 놀고, 거침없이 친구를 사귀고자, 만만한 주변 서점 (싱크빅 문고...)에 들어가 인간관계, 인문학, 자기 계발 서적을 후루룩 후루룩 읽었다.

거기서 무려 20년 전에 적어내었던 그것들과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유튜브는 어쩜 이렇게 다를 게 없을까 싶다.


여전히 20년 가까이 지나도,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아니면 내가 어쩔 수 없던지.

남들은 저렇게 방법들을 따라서 자신만의 길과 해답을 찾아내는데, 왜 나는 아직도 이 모양인지.


내가 문제인지, 저것들이 문제인지 아님, 우리는 아직도 문제가 있는 데에도 그저 없는 척하는 것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07.05


나의 사랑스러운 가족은 여전히 내 나이 서른이 넘도록 아직도 나에게 12시가 땡 하면, 그곳이 어디던 나에게 카톡으로 전화를 걸고, 비디오톡을 걸어와 생일 축하한다는 축하송을 불러준다.


벌써 9시간 전에, 엄마한테 따로 전화해, 

엄마 오늘은 그냥 전화 없이 넘어가자. 

했건만, 이놈의 발칙한 나의 4살 어린 남동생은 그걸 그냥 고대로 듣고 넘어갈 리가 없었다. 엄마를 또 설득해 생축 노래를 불러주자고 한 것이 틀림없다.


이 축하송과, 박수소리 그리고 같이 딸려오는 케이크와 촛불 불기, 그리고 깜짝 서프라이즈! 왁자지껄한 그 분위기는 내가 이걸 싫어하기 전 20여 년 내내 줄곧 흠모하고 쫓아오던 것들이다.


2년 내내 왕따를 당하던 그 고등학교 시절, 어떤 여자아이가 갑자기 반에 들어와 깜짝 놀라며 다른 아이들이 불러주는 축하노래와 빵빵 반에서 남들이 뭘 하던 신경 쓸 것 없다는 듯이 터트리는 폭죽 그리고 그 큰 생일 케이크는 나에게 슬픔과 시기 질투였다. 그리고 나는 왜 이러나 하는 모멸감은 덤이다.


7살, 남들보다 현금도 여유도 은근히 넉넉했던 우리 집안의 대장, 엄마는 현금을 아낌없이 쏟아부어,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종업원 언니 오빠들이 불러주는 생일 축하송을 나에게 들려줬고, 나는 남들은 없어서 못한다는 그런 팬시한 파티를 했다. 내가 좋아하는 남자 친구 여자 친구들을 직접 쓴 생일 카드로 초대해, 너한테만 준다며 5명 남짓도 안 되는 아이들을 초대했고 그렇게 오밀조밀 축하를 받았다.


심지어! 맥도널드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을 때,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해피밀로 가득했던 나의 10살 남짓의 생일파티를.... 그때 아이들은 맥도널드가 뭔지도 모른 체 그냥 날 따라와 햄버거를 먹고, 해피밀 장난감을 뜯으며 하하호호 놀았다.


사실은 다른 아이들처럼 집에서 생일을 축하할 만큼 엄마와 아빠의 시간이 남아돌지 않았고, 집으로 초대를 할 만큼 우리 집안 분위기가 그렇게 화목하지 않았으며, 춥다 못해 꽁꽁 언 집안 분위기는, 엄마를 대신해 집에 집안일을 해주시던 아주머니도 가끔 힘들어할 만큼, 험악했다. 그런 곳에 왁자지껄 떠들어대고, 하하 호호할 아이들을 불러들이는 건 그 아이들에게도 못할 짓이었다는 것을 나는 너무 잘 알았다.


나의 아빠라는 사람은 내 10대, 20대까지도 나의 생일을 제대로 축하해줘 본 적이 없다. (아니 내 기억에 없다는 게 맞을 수도 있다.) 딱 한번, 20대에 대학교를 들어가 난생처음, 아주 과감하게 온몸에 힘을 다하여 그에게 디지털 DSLR 카메라를 선물로 주면 안 되겠냐고 조른 적이 있었다. 졸랐다기 보단, 뭘 가지고 싶냐고 묻길래, 그걸 가지고 싶다고 했더니, 날아오는 건 버럭과 욕이었다.

그딴 100만 원 가까이 되는 돈을 어디서 나 사냐고, 네가 사진작가가 될 것도 아닌데, 뭐하러 가지고 있냐고.


나는 그래서 아직도 단 한 번도 카메라를 손에 쥐어본 적이 없다. 

카메라는 뭐, 내 손에 있는 폰으로 대체하면 되는걸, 폰으로 사진 찍으면 되지... 


나는 그 버럭 한마디에, 바로 깨갱, 꼬리를 내리고, 그냥 한번 말해봤다고 한 게 다 였다.

그리고 나는 그 돈이 어디로 갔는지 알았다. 그 여자에게 돌아간 생 장미 다발과 반지, 목걸이. 그리고 러닝셔츠에 묻은 고추장만큼이나 덜떨어진 결과를 가져온, 그 "대단한" 주식에 들어간 돈. 


그 이후로 나는 다시는 그에게 생일 이란 단어를 언급해본 적이 없다.

그 사람이 나의 친권을 포기하고도, 아직도 보고 싶다 사랑한다고 하는 지금까지. 


기분이 어지간히 별로인가 보다. 생일에 이딴 추억을 회상하고 있다니.

엄마에게 아침에 웬 간일 찍 전화해 오늘은 전화하지 말고 그냥 넘어가자고 하다니.


역시 이번 생의 생일은 제대로 축하하기 글렀다.

돈이나 써야지, 어른인데 뭘.


카메라나 사버릴까.



07.06


갑자기 집 거실 문에 걸려있던, 더스트백에 싸인 나의 기나긴 웨딩드레스가 우리 집 안방 커튼봉에 걸려있었다. 길이가 너무 길다 보니, 우리 가 옷장에 는 걸리지 않고, 그렇다고 커튼봉에 걸어놓자니, 여기 아싸리 세게 항상 들어오는 빛에 내 흰 드레스가 바랄까, 거실 문에 걸어 놓았었다.


왜 드레스 여기 있냐고 물으니, 계속 거실에 붙어있는 드레스 보기 싫어 들여놓았다길래, 정말 아무런 생각 없이 그랬구나, 그럼 커튼 뒤에라도 놓아줄래? 나중에 내가 치우기 전에, 색 바랠 수도 있어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도 1시간 내내 침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랬더니, 오늘따라 칭얼거리듯이 방에 자꾸만 와 안 일어나냐고 보챘다. 아니 자기 미팅이나 어서 할 것이지. 커피도 마셨고, 물도 챙겼는데 왜 자꾸 오피스에서 나오는 거지 저인 간은? 했다.


그러고 나서 일종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침대에서 힘차게 일어나 세수를 하고 어김없이 거실로 나갔다. 바로 보였던 건, 어디 이상한 생파에서나 볼법한 Happy birthday 스티커가 대짝으로 거실 문에 붙어있었다. 

정말 마음 단단히 먹고 힘차게 오늘도 어떻게 던 살아보자, 10시간 보내보자, 했던 그 마음에 뭔가 환하게 웃음이 치고 들어왔다. 그리고 웃었다. 다시 거실문을 다 보고 들어가는데 이번에는 티브이 앞 내 방바닥 지정좌석에 내가 좋아하던 길리안 초콜릿 (이번에 초록색으로 Limited가 나왔는데 내가 어제 티브이에서 우와 했더랬다.)과 내가 좋아하는 색 흰색과 보라색이 섞인 꽃이 가득 담긴 꽃병이 노여져있었다. 


짜식. 기특한 것. 

정확히 내가 마음속으로 말했던 이 말을, 정확히 사진을 보내자마자 엄마도 똑같이 톡으로 보냈다. 역시 모녀는 일심동체. 


이렇게 나는 생일 아침을 여느 때와는 확연히 다르게 환하게 시작했다.

이런 생일이라면, 한 일 년에 두 번 보내도 좋겠다.

Eventhough annoy the shit out of me 99%, but still looking forward to celebrating many more of your bdays in the future.


이라고 써준 저 아이에게.


Me too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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