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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eongrim Amy Kang Aug 22. 2022

갑자기 살만한, 나의 멘털 일지 15

08.16


오늘 정말 파이널 파이널 파이널 인터뷰를 했다.

Phone screening부터, 매니저 인터뷰, 패널 인터뷰 및 프레젠테이션까지 하고 나온 최종 결과였다.


정말 치가 떨렸다 이때까지 파이널 라운드 인터뷰만 몇 번째인가. 쩜쩜쩜...


저기 저 다른 오피스 방에 자기 직장인 친구와 열심히 노가리 까며 일하고 있는 나의 남편이라는 작자는 딱 2번 인터뷰를 보고 그중 하나에 저 직장이 걸려들어 굉장히 순탄히 업을 얻었다.


그걸 내 눈으로 내 얼굴 앞에서 그 꼬락서니를 보고 있자니 얼마나 짜증이 나던지.

저 인간이 나더러 

이건 number싸움이라고, 어플라이를 400-500 개 한 사람도 있다고 내가 인터넷 reddit에서 찾아서 피드 보여줄 수도 있다고 하는데.

정말 한대 쥐어밖고싶었다.


그 사람들이 그러 든 말든, 나의 1 친이라는 남편이라는 너란 사람은 2번 만에 그 좋은 연봉받고 일하고 있잖니? 구입 다물라.


다시 면접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정말 말 그래도 끝판왕 General Manager인터뷰 여서 이전과는 달리 만반의 준비를 했다. 

Cultural fit질문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내가 구글링 할 수 있는 모든 페이지의 질문들을 싹 다 복붙 해서 나의 notion에 나라면 어떻게 대꾸했을까 하는 답변을 이리저리 적어놨다.


혹시나 머리가 허예지면 이거라도 보고 답변하려고 모니터 한편에 깔아놓기도 했다.

정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안되더라도 그래도 막판까지 최대한 연습한 다치고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으로 비디오 미팅을 기다렸다.


그런 상황에서 다시 한번 파이널 인터뷰라니까 사람이 날카로워지는 것은 물론이고, 진이 빠졌다.


이전 같았으면, 얼굴 근육도 좀 풀고, 입도 풀고, 이런저런 인사말도 준비해보고 했을 텐데 (non native의 고난...), 빨리 후딱 메이크업하고, 언제든지 집어던질 수 있는 셔츠 입고, 반바지를 입은 채로 커피를 홀짝이며 기다렸다. 2분이 지나니, 어 이 인간 또 지각인가 싶었다.

벌써 비디오로 보이는 모니터의 내 얼굴은 지침과 한숨이 가득했다.


그러다가 훅 어느새 들어와서 Hi how are you 인사를 하는데 꽤나 인상이 좋았다.

나도 어지간한 비즈니스 미소를 장착하고, 너는 어때 여기 겁나 덥다. 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내가 어느 지역에 살고 있는지 얘기도 하고, 어제 로마에서 여행하고 와서 조금 지친다라는 얘기도 하고, 이제 나이가 있다 보니 city break는 좀 무리이다라고도 했다.


이렇게 저렇게 간 보고, 인터뷰로 넘어가려나 했다. 그런데 이 사람 자기소개를 후딱 하더니, 

"Look, today we are not going to do some major interview. I would like to give you an offer right away if you dont mind." 

라고 하며 나에게 오퍼를 던졌다. (hurray..)


그리고 이것저것 큼지막한 베네핏을 얘기해주고는, 자기네들의 평가가 굉장히 좋아서, 회사 내에서 잡아놓은 샐러리 금액보다 몇천 파운드 넘는 금액을 올려 오퍼를 내주겠다는 얘기도 빼지 않고 해 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엔, 

"우리 HR에게 너 오퍼 받아들이겠다고 언지해두면 될까?"라는 깜찍한 발언까지 했다.


아... 이 회사는 다른 곳에 비해 game이라는 걸 하지 않는 그런 곳이구나. 

됐다 그럼.

나도 빼지 않고 바로 오퍼를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이렇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일이 진행되었다.

바로 그다음 날 HR과 다시 followup을 했고, 오피셜 오퍼 레터를 받고,

I'm happy to accept the offer.

라고 이메일로 확정을 내렸다.


그렇게 나의 지친 이 메슥거리는 면접자의 생활이 청산되는 순간이었다.


딱 한 사람만 걸려라 라는 심정으로 임했는데 드디어 걸렸다.

이제 온보딩에서 몰려들어올 온갖 대사관 증명서류와 레퍼런스, 범죄기록 체크가 남았지만.

그건 그때 가서 확인하기로 했다.


과거의 나에게 감사해하기로 했다.



08.18


여느 때와 같이 문제로 시작해 문제로 끝나는 나의 하루.

나의 끝없는 self esteem 문제와, 자신감, 그리고 Trust issue는 정말 어느 상황에도 툭툭 튀어나온다.

이렇게 평화로이 아-주 좋은 면접 결과를 받고도, 내가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이렇게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하는 회사의 안 좋은 이유가 있을까?
왜 이렇게 서두르는 것 같지?
왜 나를 뽑았지?
나말고는 경쟁자가 없었나?
왜 나에게 이 정도의 금액을 준다고 하는 거지? 
날 뭘 보고 뽑은 것일까
왜 비자 문제를 물어보지 않지?


적어놓고 내 눈으로 보니, 다른 사람이 봤더라면 정말 "배가 불렀다."라고 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어릴 적 과거의 트라우마가 이렇게 사람을 망가트린다, 어차피 지나가버린, 빼앗겨버린 과거, 현재와 미래를 살아가야 하는 어른인 나는 바른 선택을 하고, 이런 어려운 나를 구제해야 하는데.

그건 그거고, 남이 내 앞마당에 싸놓은 똥을 내가 치워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화가 났다.


애초에 내가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적어놓았던 여러 조건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 회사는 그 모든 조촐한 조건들을 만족시키는 그런 회사다. 이런 곳에서 나에게 좋은 조건으로 오퍼를 내주었다.

미국으로 출장을 한 두어 번 정도 가야 한다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얼마나, 좋은가! 


그런데 나는 온갖 것을 생각하며, 이 회사가 나를 왜 뽑았는지, 뭐가 문제인지를 찾고 있다.

정말 x랄도 정도 것이지.


자, 그럼 왜 나를 뽑아야만 하는지를 돋는 닭살을 뒤로한 채 열거해보았다.


미친 듯이 빌드업 한 나의 포폴. 처음부터 내가 HTMLCSS 만져가며 포폴 웹사이트 만들겠다고 온 유튜브 비디오며, 커뮤니티며, 인터넷 구글이며 다 뒤져가면서 바쁜 저인 간에게 애걸복걸하며 만들고 또 만들고 수정하고 또 수정했다. 

프레젠테이션만 슬라이드 44개가 넘는 내용을 접고 또 접고, 만들고 또 만들었다. 정말 창피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봐달라고 물어가며 주말까지 반납하면서(반납할 것도 없지만..) 만들었다.

까인 회사의 인터뷰 피드백 하나하나 맘에 담아두고 상처받으면서도 내 멘토에게 고대로 복붙 해서 왜 이럴까 내가 뭐가 문제일까 라며 멘토링 하며, 정리하고 또 정리했다.

내가 가장 뒤처지는 비주얼 디자인 그래픽 디자인 공부도 하며, 내가 원하고 지원했던 회사의 리서치도 놓치지 않았다.

정말 창피했지만, 나는 Native가 아니니, 네이티브 같지 않지만, 그래도 네이티브였던 나의 남편이라는 작자에게 CV 수정을 부탁했다. 무려 버전이 5개가 넘는다.

회사에 커스터마이징 된 CV를 만들어 뿌렸다. 셀 수 없다.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모지란 점만 찾아 어떻게든 이 불안의 대한 답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결국 그 불안은 내가 만들고 내가 키우는 것인데 말이다.


카운슬링 선생님이 그러셨다.

한번 깨져버린 신뢰라는 것이 다시 세워지기 전까지는 정말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내가 나에게 져버린 나의 대한 신뢰는 이렇게 더딘 걸음으로 복장 터지게 서서히 세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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