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에서 살고 싶지 않은 자는 항상 불안하다, 그 불안을 즐긴다.
오늘 정말 오랜만에 데이트.... 어.. 데이트와 비슷한 나들이를 했다.
EAT OUT TO HELP OUT이라고
영국에서는 현재 거의 95%에 가까운 레스토랑들 (맥도널드, KFC 등등 포함) 반값 행사를 하고 있다.
나가서 사 먹으면서 우리 상인들을 도와요,
침체된 경제를 일으켜 보아요!
의 취지인 것이다.
이런다고 코로나의 여파가 숨 죽지는 않겠다만,
이때다 싶어서 비싼 레스토랑을 (우리처럼) 예약하고 반값에 먹으러 가는 가족들이 꽤나 많다.
근데 우리는 그 혜택을 못 받았다...
두둥.
오늘 우리가 갔던 그 레스토랑은 5%의 확률로 EOTH에 참가하지 않은 레스토랑이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ㅏ
이유는 모른다만, 굉장히 주변에서 인기가 좋아 아무래도 딱히 참여는 안 한 것 같다.
그래서 정가를 주고 어마 무시한 Portion에 소시지 요리와, 스캠피 요리를 먹고
희희낙락 거리면서도, 나는 나에게서 스멀스멀 풍겨 나오는 "불안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나는 앞으로 4일 후 영국을 다시 떠난다.
지난 5개월간 굉장히 나근 하고 자유롭고, 컸던 이곳을 다시 또 떠나
돌아올 채비를 해야 한다.
돌아올.. 수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는 케이스 2가지를 우리는 손에 쥐고,
이런저런 시나리오를 생각해두고 있다.
이 남자 친구랑 사귀면서
참 이런 점은 좋은 것 같다.
이런저런 시나리오를 두고 그거에 맞춰 마음에 준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 다는 것.
국제커플이 처음도 아니고, 장거리 연애가 처음도 아니어서,
그렇게 생소한 감정은 아니다.
게다가 10년 동안 독립하며 그것도 해외에서 먹고살다 보면, 이런 unstable 함쯤은.
그냥 껌이다.
그래도, 항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외는 있다."라는 게 목에 걸려,
불안함을 껴안고 산다.
다음에 왔을 때는 상황이 조금 더 나아져
독립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곳저곳 방문하며, 여기는 교통이 좋네, 여기는 집이 새것 같네 하며
기웃기웃 대고 있다.
그리고 독립하면 다가올 그 독립의 "불안함"도 새 친구로 들일 생각도 하면서,
나는 어마 무시한 양의 매쉬드 포테이토와 소시지 3개를 꿀떡꿀떡 잘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