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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eongrim Amy Kang Aug 29. 2020

강박증 너는야, 나의 친구

별에 별게 많은 나, 이것도 인생이라고 생각하기엔 조금 벅차기도 하다.

참 이렇게 보면 나는 너무나도 많은 이런저런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웃기는 건 이런 문제를 초등학교 때부터 달아왔다는 게.. 참 미련한 함정인 것.


누군가라도 이런 문제를 가지고 있다면,

나처럼 그냥 모른 체 할 것이 아니라, 일찍이 중학생 때라도 꼭 상담을 받아보길 권한다.


나에게는 이런 문제들이 상당히 많은 순간에 Motivation 동기도 되었고,

살아가는 데에 에너지가 (부정적이지만..) 되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분명히 치명적인 독약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초등학교 그리고 중학교, 고등학고 2학년 때까지 거의 11년 동안 내리

나는 같은 시간에 일어나 (오차범위 1분에서 4분) 

같은 시간에 세수를 하고 옷을 입고

같은 시간 안에 아침을 먹고 학교로 떠났다.


그리고 그게 편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게 강박이라고는 

전혀, 전. 혀 전혀 어어어!!!

생각하지 못했다.


웃기게도 이런 가벼운 강박은 다른 강박을 불러온다

나의 초대 없이도...


드라마의 싸장님들,  CEO들이 흔히들 겪는 그런 격 있는 트라우마가 같은 게 아니다.
내가 겪고 있는 것은 흔하게들 비싼 레스토랑에서 나이프 포크 티스푼 스푼 등등이 있으면 그걸 어떻게든 줄 세우고 각 세우려고 노력하는 그런 CEO들의 엘레강스한 행동과는 다르게 나의 강박은 좀 값싸다.




항상 상황을 곱씹으시나요?

그때 그 상황에 그 말을 하지 못하고

나중에 이불 킥하며 

"아... 그때 그렇게 말했어야 했는데" 하며


머릿속에서 갖가지 시뮬레이션을 돌려 그 상황극의 주인공이 되어 그 대사를 대차게 내뱉으시나요?

그럼 강박이라고 합니다.


이것도 이전 직장과 해당되는 얘기다. (전 직장 이쯤 되면 거의 전 남자 친구 급.)


이전 직장에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거의 PTSD급으로 트라우마를 겪었다.


CEO가 아시아계 미국인인데도 불구하고, 아는 사람은 절대적으로 알 수밖에 없는

은근한 무시와 절대적인 레이시즘(Racism)이 있었다.

특히 영어가 네이티브가 아닌 사람에게는 엄청난 압박과 무시를 선사했다.


항상 스탠드업 미팅,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이번 주에는 뭘 하고 뭘 했었고, 뭘 할 예정이다 라는 걸 얘기했어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CEO 본인이 생각한 내용과 수가 틀리는 단어가 나오거나 문장이 나온다면,

벌써 대놓고 한숨과 온갖 무시의 바디랭귀지가 나온다.


그리고는 굉장히 사람 좋은, 젠틀맨의 웃음을 짓고서는

".. 내가 하는 일보다 네가 하는 일이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닌데, 왜 굳이 그걸 해야 되니?"

라고 직접 얘기한다. (무슨 논리인지...)


그리고 30분 동안 개인 사무실로 끌려가 엄청난 압박과 잔소리 폭격이 시작된다.

지금도 쓰면서 그 상황에 몰입되다 보니, 손이 떨리고 숨이 차기 시작한다...


어찌 됐던 나의 사장 나의 ceo이다 보니, 

"나는 네가 얘기하는 거에 동의할 수 없어."라는 급, 라는 스타일의 말을 하고 싶지만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남들은 다 내 말에 꿈벅 죽고 yes라고 하는데 왜 너는 항상 발을 빼냐."라는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면,

게다가 저 말을 하는 상황이->

자기가 Managing Director로 있는 남의 회사 프레젠테이션에 내가 무려 23시간 전에 프레젠터로 투입되는 상황이라면, 그리고 저 말을 얼굴 앞에서 그것도 그 좁은 ceo방에서(도망치지도 못하게..) 듣고 있으면,


마치 바로 앞에서 뺨이라도 맞은 듯이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


나도 살자고, 스트레스를 플고자,

나름대로 그 상황을 내 머릿속에서 지우고자 했던 행동은 

그 상황을 고스란히 내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으로 돌려,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 내가 하고 싶었던 바디랭귀지
내가 하고 싶었던 얼굴 표정 등을 고대로 극적으로 살려내
하루에도 10번씩, 내 머릿속에서
내가 원하는 상황으로, 그 상황을 되돌리는 것이다. 


그때 당시에는 이게 그렇게 심각한 시추에이션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상황은 퇴사 직전 심각해졌다.




나는 나와 친한 동료가

내가 반응할 때까지 나를 빤히 쳐다보고, 툭툭 칠 때까지,


나는 저 시뮬레이션을 미친 듯이 머릿속에서 돌리고 또 돌리느라

못 듣고 못 알아채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남들이 볼 때는

"저년 저거, 맛이 갔네."

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고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표정과 눈빛을 보이고 있었다.


어느 날 샤워를 조용히 하고 있는데, 

친구가 확! 쳐들어왔다.


나는 당연히 깜짝 놀랐고, 왜 그러냐 물었다.


그리고 친구는 

"야. 너 뭐라고 그렇게 구시렁 거려? 그리고 손은 왜 그러고 있어?"

라고 물었다.


그리고 내손을 보니 비누가 잔뜩 묻은 채로 나는 세수를 하기 바로 직전의 

포즈를 하고 샤워기 물을 틀고 한동안 몇 분이 지난지도 모른 체 그러고 있었던 것이다.




솔직히.. 좀 심각하게 속으로 놀랬다.


"아무것도 아냐, 내일 발표할 거 좀 외우고 있었어." 했지만,

아 내가 상황을 점점 심각하게 만들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덜컥 겁이 났다.


그리고 나중에 이게 강박증이라는 걸 알아챘을 땐,


이미 회사 노트북을 및 받침대에 각맞게 놓지 않으면 너무 불편하고 힘들었고,

 아주 종종 사무실에서 숨을 못 쉴 것 같아, 쓰러질 것 같았고,

이미 퇴사를 준비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려고 했을 때였고, 

너무 늦었다는 생각도 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그리고 가슴이 숨차게 뛴다.


그리고 지금,

내 방에서 12살 먹은 강아지가 내 침대에서 

몸을 비비고, 

상하이에선 자주 볼 수 없던 파란 하늘과 초록 앞마당 잔디를 보고 있을 때 

아. 나는 살았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 벅차다.




안타깝게도 이건 너무 오랫동안 습관처럼 이어져 왔던 

행동으로,


한 번에 없어지기가 힘들다. (그렇다고 한다.)


그래도 이제 것 5개월 동안 영국에서 나는 한 번도 (지금 글 쓸 때 빼고)

그때 상황으로 나를 몰고 가 

미친 듯이 내 뇌 속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려 같은 대사를 뱉고 또 뱉는 그런 상황을 

만든 적이 없게 되었다. 너무나 다행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내 스승이자 남자 친구와 함께,

"영국에 온건, 정말 신의 한 수, 두수, 백수였어."라는 말을 뱉으며 웃는다.




강박이란 아이를 친구 삼기로 했다.

어차피 가라고 해도 안 갈 아이일 것을 알고 있어서 일부러 힘을 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와 같은 경험을, 나와 조금이라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나는 빨리 그 상황을 shutdown 시키고

벗어나라고 해주고 싶다.


돈보다 생활보다 

본인 그 자체가 없다면 저 둘은 아무짝에 소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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