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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eongrim Amy Kang Apr 11. 2021

인생 자체가 행운일 수도 있다.

나는 없는걸 어떤 이는 가질 수 있고, 그 사람은 내가 있는걸 못 가져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탑 5로는

에밀 아자르(로맹 가리), 무라카미 하루키, 에드거 앨런 포, 박완서, 그리고 신경숙

이 있다.


한국에서는 책값이 비싸서, 무게가 너무 많이 나가 읽어보고 싶거나, 들여다보고 싶은 책들을 일일이 다 사서 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지금 영국,

영국에서는 한국소설이나 한국 책을 볼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


요즈음, 책을 읽는 것 자체에 많은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고, 뭔가 생산적인 것을 안 하는 것에 죄책감에 쩌든 나는,

책을 읽지 않으면 안 되어,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다가, E-book을 사용해보기로 했다.


나는 E-book을 싫어하는데, 편하긴 편해도, 계속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는 것 자체가 굉장히 피곤시럽고, 종이책이 주는 무게감, 냄새 그리고 종이 넘기는 소리가 좋기 때문이다.


뭐.. 어쩌겠는가..


그리고 나는 바로 만원도 안 되는 신경숙의 신간을 다운로드하여보았다.

"아버지에게 갔었어"




제목 자체에 확 끌렸고 두 번째로는 만원이 채 안 되는 책이 400페이지가 넘어간다는 사실에 확 끌려, 한국은행에 얼마 남지 않는 돈을 확인하고는 바로 결제를 때렸다.


8000원 , 10분 만에 나의 E-book 뷰어에서 다운로드하여 볼 수 있었다.

편하다. 


아버지에게, 갔었어.

제목이 너무 나에겐 생소하면서도, 내 눈에는 엄마에게 갔었어로 보이기도 해 집어 들었다.


실제 현실에선,

내가 아버지라는 사람에게 가는 일은 없다.


아버지라는 사람과는 연을 끊은 지 올해로 벌써 몇 년째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전화도, 메신저도 하기 싫어, 이메일로 연락하라고 해놓고,

아직도 뉘우치지 않는 그 뻔뻔함에, 나는 질려버려

엄청난 분노가 넘치게 담긴 이메일을 가차 없이 날리곤,

연락하지 말라했다.


누군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세상에는 그럴만한 가치가 없는 부모도 있다고.


내입장에서는 그게 부와 모 들다가 아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엄마에게 다시 한번 살려주어 고맙다고 하고 싶다.


이번 소설에서는 이전 신경숙 소설에서는 별로 잘 느껴보지 못한, 자극적으로 눈물샘을 자극하는, 그것도 K-Daughter에 굉장히 잘 먹힐 법한 구절들과 내용들이 많았다.


나는 질질 짜면서도, "아... 이건 쫌.. 오번데..?" 하는 느낌이 들었으나, 그냥 그 울먹거림과 눈물을 짜는 상태가 좋아져 계속해서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소설의 중후반 즈음, 나는 내가 참 운이 없었구나.. 하고 느꼈다.

왜 나는 이런 아버지라는 존재가 없었나

세상에 이런(저런) 아버지는 없을 거라고, 다들 똑같다고 믿어왔는데,
나의 파트너 가족이며, 심지어는 소설이며, 등등 이런 아버지가 그냥 정상처럼 내 눈앞에 보였다.


질질 짜며 파트어에게, 

"왜 나는 저런 존재가 인생에 없었지?"

라고 물으니 

"그냥 네가 그쪽 방면에는 운이 없었나 봐."라고 얘기해주었다.



소설 속의 아버지는 

심지어 6명이나 되는 자식들에게 없는 힘을 다 짜내어서 좋은 모습 혹은 잘해주려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저 "살아내었다, 너희들 덕분에 살아내었다."라고 했다.


누군가는 이렇게 "살아내는 동안에", 전쟁에 치이고, 민족분단에 치이고, 가난과 차별 그리고 재해에 휩쓸리면서도, 별다른 인위적인 행위 없이도 자식에게 그런 사랑과, 포근함과, 인정과, 따뜻함을 나눠주는데....


이렇게 생각하면 뭐하나, 그냥 나는 운이 겁나게 없었을뿐이고나.

 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에 깨는 부분은.. 김순옥의 부분...

하.. 왜 이렇게 "잠깐 살림" 들이 없어서 난리이지? 하는 역함이 들다가도.

그래 넘어가 준다 했다.
이것까지 없었으면 너무 환상 속의 유니콘과 같은 존재일 수도 있었겠다 싶었다.



나는 이방면의 운이 너무나도 지독하게 없었다.

이번엔 없어봤으니, 누군가 있다면, 다음 생에는 나에게 아버지란 운을 줄 수도 있겠지.

인생 자체가 행운일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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