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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eongrim Amy Kang Apr 13. 2021

"삶의 한가운데" 그리고 유서

삶의 한가운데에 짜증 난 마음, 드라이브에 저장된 내 유서에 깜짝 놀란

알라딘에서 e-book 중에 가장 저렴한 책이

거의 세계 고전이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뭔가, 사람들이 매일 찾지 않거나, 혹은 사람들의 교양을 생각해주느라 (?) 그럴 수도 )
일단 그중에서도 읽어보지 않았던 생소한 제목들의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1000원도 안 되는 금액에 땡잡았다.


그리고 그중에는 "삶의 한가운데"라는 약간의 페미니즘이 가미된 책이 있었다.

페미니즘이고 뭐고, 읽어보지 않아서 몰랐으나, 

제목이 좋아서 그냥 무턱대고 492페이지나 되는 걸 다운로드하여


폰으로 읽었다.


그리고, 나는 이놈에 주인공

니나 (이상한...)가 언제 죽으려나.. 짜증 난 채 기다리고 있다.


엉뚱한 곳에서 벙쩌버렸다.


"이따금씩 써보는 유서"

글쓴이 나, 구글 드라이브에서 발견했다.



구글 드라이브에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이 거의 다 찬 것 같길래,

드라이브에 있는 쓸데없는 (당시에는 무조건 필요할 것이라고 오해했던) 파일을 정리하고 있는데,

저 밑에 끄트머리에 구글 Doc으로 굉장히 성의 없이 써져 있는 나의


"이따금씩 써보는 유서"가 발견되었다.


2020년 11월.. 이면 체 반년이 안된 건데,

언제 이 걸 썼지?


아마 당시에 굉장히 답답했던 마음에, 

글씨로 손으로 쓰기는 귀찮고, 뭔가 일기 같은 털어놓은 곳을 찾고 있다가, 

아마 구글 doc에 마구잡이로 갈긴 것 같다. 


내용은 별거 없다.

여느 유서처럼,


남겨진 엄마와 동생에게 미안한 마음, 특히 엄마에게,

이렇게 가버려 미안하다고..

그리고 징징대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와중에 할 건 다하네..)


그리고 동생에게는 살짝 모질게도, 제발, 여자 좀 잘 만나고, 엄마 좀 꼭 챙겨라 라고 적혀있었다.


쭈욱 내리다 보니,

지금 나의 파트너에게 쓴 영어로 된 유서도 있었다.

쓸데없이 길었다.


"네가 나보다 훨씬 더 먼저 죽을 줄 알았는데..."로 시작했다.

그리고 굉장히 사랑에 가득 담긴, 아쉬운 말로 모든 내용을 채웠다.


내가 이렇게 가게 된 이유(?)도 빼놓지 않고 당근 적어 넣었고,

마지막으로 또, 우리 엄마 좀 챙겨달라고 남의 자식에게 염치없는 부탁도 잊지 않았다.


스윽 보다 보니, 염치가 이렇게 없어도 되는가 싶었다.

그리고

아, 이렇게 이걸 다시 보면서 웃는 날이 또 오는구나.

하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 정말 처음으로 영국에 도착한 지 지금 5일째,

지금껏 살아있길 잘하긴 했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정말 난생처음으로 들었다.

어른 말씀은 항상 맞네, 저승보다는 이승이 더 낫다고 하더니......


그래도 마지막에 

Bye My Retriever,라고 파트너에게 보내는 안녕은 

좀, 코끝을 찡하게 만들었다.



삶의 한가운데, 라는 이 명작 고전은..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니나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야생마, 자유 여성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처음에는 이 니나라는 여자의 우울함, 자유를 갈구하는 마음과 또 어찌해야 할바를 모르는 길 잃은 양 같은 모습의 모순이 참 나랑 닮은 것 같아, 그 여성이 하는 말과, 내용에 하이라이트를 쫙쫙 그어가면서 읽었다.


현재 페이지 441,

나는 니나라는 여자가 한낱 


자유를 갈망하나, 돈이 없고,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혀 결국 자기 몸을 그냥 아무 곳에나 던져놓고는

그것에 대한 결과를 혼자 책임질 수 없어, 비운으로 자기 자신을 이끄는 그런 이상한 여자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자기 어장에 십몇 년 가까이 가둬두고 있는 한 남자 의사가 아니었다면, 이 니나라는 여자의 목숨 값은 정말 비참하게 낮았다.


자유를 갈망하며 작가를 희망하고, 국가를 위해서 일하고 싶고, 온갖 휘황 찬란한 모든 것은 누려 보고 싶지만, 결국, 자기 자신의 공허함을 항상 이기지 못하고, 자신이 여성이라는 걸 이용해서 남자에게 들러붙다가 이건 또 아닌가 싶다가..


여하튼 참 이상한 여자다. 같은 여자라도,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다.

그래도 작가가 늘어놓는 한 문장 한 문장은, 가슴 깊이 와 닿는 것도 있었기에, 넘어간다.


내 ebook 책장에서 삭제해버릴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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